[Tech & BIZ] 테크 기업들의 300조원짜리 클라우드 전쟁

입력 2018.10.25 03:08

오라클 창업자, 美 연례 대회서 "아마존 이용료의 절반에 제공"
구글, '해킹 봉쇄' 블록체인 적용… MS, 막강 SW에 AI 결합해 제공

"구글, 페이스북은 물론 미국 국방부(펜타곤)까지도 끊임없는 정보 유출과 해킹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 아무도 침입할 수 없는 클라우드(가상 저장공간) 서비스를 만들었습니다."

지난 22일(현지 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모스코니센터에서 열린 세계 최대 기업용 소프트웨어(SW) 기업인 오라클의 연례 개발자 대회 '오라클 오픈월드 2018'. 개막식 무대에 오른 래리 엘리슨 오라클 창업자 겸 회장은 "이번에 내놓는 신규 클라우드 서비스는 인공지능(AI)과 머신러닝(기계 학습)을 활용해 스스로 버그(bug·프로그램의 오류나 오작동)를 고치고 해킹도 막아낸다"면서 "기업들에 데이터를 보호할 성(城)을 구축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2일(현지 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코니센터에서 열린 오라클의 연례 개발자 대회 ‘오픈월드 2018’에서 래리 엘리슨 오라클 창업자 겸 회장은 “인공지능과 머신러닝을 활용해 스스로 버그를 고치는 클라우드를 개발했다”고 말했다.
지난 22일(현지 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코니센터에서 열린 오라클의 연례 개발자 대회 ‘오픈월드 2018’에서 래리 엘리슨 오라클 창업자 겸 회장은 “인공지능과 머신러닝을 활용해 스스로 버그를 고치는 클라우드를 개발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

엘리슨 회장은 "바둑이나 체스 대결에서 입증된 것처럼 AI와 머신러닝은 사람보다 훨씬 빠르고 정확하게 문제를 찾아내고 고칠 수 있다"고 했다.

오라클이 '자율 운영(Autonomous) 클라우드'를 내놓고 세계 클라우드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오라클은 본래 기업들을 상대로 데이터베이스(DB) 관리 소프트웨어 등을 판매하는 기업용 소프트웨어 1위 기업이다. 작년 매출 398억달러(약 44조원), 영업이익 137억달러를 기록했다. 하지만 클라우드에서는 후발 주자다.

현재 세계 클라우드 시장은 아마존웹서비스(AWS)가 독주하는 가운데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중국 알리바바가 뒤를 쫓고 있다. 오라클은 올 3월에야 자율 운영 클라우드를 선보였다.

이에 엘리슨 회장은 "클라우드 이용 가격을 AWS의 절반에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세상에서 제일 비싸고 좋은 소프트웨어를 판다는 자존심을 버리면서까지 반값이라는 저가(低價) 승부수를 내민 것이다.

신기술 경쟁에다 반값 서비스까지

세계 클라우드 시장 규모 그래프

클라우드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 중 하나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올해 1758억달러(약 200조원)인 클라우드 시장이 2021년 2783억달러(약 316조4000억원)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기업들이 과거처럼 자사 건물 전산실에 자체 서버(대형 컴퓨터)를 두고 데이터를 관리하는 게 아니라 초대형 데이터센터를 구축한 클라우드 기업에 데이터 저장·관리를 맡기고 있기 때문이다.

자율주행차, 스마트 시티 등이 상용화되면 기업들이 처리해야 하는 데이터양은 점점 늘어나고 시장도 더 빨리 성장할 전망이다. 이에 기업들은 각기 최첨단 기술부터 가격 경쟁까지 불사하면서 점유율 확대에 나서고 있다.

구글은 데이터를 분산 저장하는 기술인 블록체인을 클라우드에 적용하고 있다. 데이터를 각 서버에 분산 저장하면 해커들의 공격을 원천 봉쇄할 수 있다. 한 곳의 서버에 침투해 정보를 바꾸더라도, 분산 저장된 복수의 다른 서버 데이터와 비교·분석하면 해킹 왜곡을 잡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MS는 AI가 주무기다. 클라우드 서비스인 애저(Azure)의 고객사에 자사 AI 소프트웨어인 코타나를 결합해 제공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애저 고객이 문서 프로그램인 오피스365로 보고서를 작성할 때 AI가 스스로 편집해준다. AI가 맥락과 구성을 이해해 보기 좋게 편집해주는 식이다.

IBM은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전략을 내세운다. 기업들이 보유한 기존 서버에는 민감한 데이터를 저장하고, 각종 서비스나 추가 데이터는 가상공간의 서버에 두는 방식이다. IBM은 기업들이 양쪽 모두를 활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제공한다. 기업들이 클라우드를 전면 도입하지 않고도 클라우드의 장점을 활용할 수 있게 한 것이다. 1위인 AWS는 음성·안면 인식 같은 특화된 AI 기술을 고객사에 제공하면서 경쟁사들과의 격차를 벌리는 전략이다. 이미 압도적으로 많은 기업이 사용해 검증된 클라우드 서비스라는 것이 강점이다.

한국 시장에도 속속 진출

글로벌 기업들 간 경쟁은 한국 시장에서도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아마존은 이미 한국에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며 사업을 키우는 중이고, 오라클도 내년 5월 서울에 데이터센터를 구축할 계획이다. 대규모 콘퍼런스를 통해 기술력을 과시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MS는 다음 달 7일 서울에서 첨단 기술 콘퍼런스인 '퓨처 나우'를 개최한다. 이 자리에는 MS의 사티아 나델라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참석해 AI와 클라우드 기술에 대해 설명한다. 구글도 25일 서울에서 '구글 클라우드 서밋'을 열 계획이다. 구글이 내년에 초대형 데이터센터를 한국에 구축할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이들과 경쟁할 만한 한국 기업은 없다. 그동안 국내 기업용 서버 관리 시장을 독식해왔던 삼성SDS, LG CNS, SK㈜ C&C 등은 클라우드 시장에서 AWS·MS·IBM 등의 협력사로 전락했다. KT·LG유플러스 등은 데이터센터 공간만 임대해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나마 네이버가 작년 4월 클라우드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아직 성과가 뚜렷하게 나타나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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