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우주개발시대]③ 미 나사 투자한 우주 스타트업 1만2000개...한국은 대학생 대상 위성 공모전

입력 2018.10.24 09:46

10월 1일부터 5일까지 독일 브레멘에서 열린 ‘제69회 국제우주대회(IAC)’에 참석한 스테파니 윌러킨 ‘유로컨설트’ 연구원은 "최근 우주개발 분야에서 민간과 정부의 협력을 위한 전통적인 자금 조달방식과는 다른 방식들이 생겨나고 있다"며 "비용과 위험 및 책임을 정부와 민간 기업이 함께 공유하는 방안으로, 재정을 서로 주고받는 것과는 관계없이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독일 브레멘에서 열린 국제우주대회(IAC) 전시홀. /브레멘(독일)=김태환 기자.
기술 개발 및 시장 진입 실패 리스크가 큰 우주산업에서 민간 기업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대규모의 투자금이 필요하다. 기술 개발 프로젝트부터 완전 아웃소싱(외주)까지 다양한 형태의 민관 협력이 이뤄져야 한다. 최근에는 윌러킨 연구원의 설명처럼 정부와 민간기업이 서로 리스크를 공유하며 상생하는 방향으로 협력이 이뤄지고 있다. 특히 민간 투자사들과 정부의 막대한 투자로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 우주 선진국에서는 신생 스타트업의 창업이 활성화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올해 초 제14회 국가우주위원회를 열고 ‘제3차 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안’을 심의·확정했다. 국가우주위원회는 ‘우주개발진흥법’ 제5조에 근거한 대통령 직속위원회로, 5년 주기로 우주개발 진흥 기본계획을 수립한다. 이번 계획안에는 우주혁신 생태계 구축과 우주산업 육성 등이 중점 전략 분야로 정해졌다. 그러나 민간 우주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안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다.

◇ 선진국들, 정부 민간 공동기금 관심 높아져...창업·투자 더 활발해져

윌러킨 유로컨설트 연구원은 IAC 발표에서 우주 선진국들의 정부·민간 협력 방안의 트렌드로 공동기금 운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윌러킨 연구원은 "공동기금은 정부 재정과 민간 재정이 상호 의존성을 갖는 방법"이라며 "민간의 기술 성숙도와 미션이 불분명해도 민간 기업 활성화에 걸림돌이 되는 재정 부담을 위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공동기금 조성"이라고 강조했다.

우주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서는 정부와 민간이 서로 지원하고 끌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대표적인 사례로 민간 최초의 달탐사 프로젝트를 승인받은 ‘문 익스프레스(Moon Express)’가 꼽힌다.

IAC 발표자로 나선 앨레인 번스타인 문 익스프레스 글로벌개발 부사장은 "2020년 계획중인 민간 달 탐사 미션인 ‘루나 옵저버’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개발비의 50%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정부와 민간의 협력으로 충분히 비즈니스화될 수 있는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IAC에서 선보인 유럽 아리안스페이스사의 로켓 아리안6의 엔진 모형./브레멘(독일)=김태환 기자.
유럽우주국(ESA)과 미항공우주국(NASA)의 우주 관련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도 눈여겨볼 만하다. NASA는 지난 36년 동안 매년 NASA가 받는 정부 예산의 4%를 중소기업 혁신연구(SBIR, Small Business Innovation Research)에 투자했다. 투자받은 스타트업은 미국에서 1만2000개에 달한다. 유럽은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년간 92개의 우주 스타트업에 4억9300만달러(약 5600억원)를 투자했다. 지난해에만 32개 프로젝트에 2억1000만달러(약 2400억원)이 투입됐다.

유럽의 경우 지금까지 거대 위성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초점을 뒀다며 앞으로는 위성을 바탕으로 한 서비스를 활성화하고 창업기업을 지원하는 데 중점을 둘 계획이다. 티마 메데 EU 연구원은 올해 IAC 발표에서 "유럽연합이 구축한 전지구항법위성서비스인 ‘갈릴레오’를 통해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멘토와 멘티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며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스타트업은 누구나 지원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 한국, 2026년부터 민간 발사 서비스...민간기업 끌어들이는 복안 안보여

한국은 2021년 한국형발사체 본발사 성공 이후 후속 연구개발(R&D)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2026년부터 민간 발사서비스 시대를 연다는 계획을 3차 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에서 밝혔다. 2030년부터는 모든 중소형 위성 발사서비스를 민간 주도로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한국형발사체와 한국형발사체 엔진 점검용 시험발사체 비교. /조선DB
하지만 민간 발사 서비스 시대를 여는 데 필요한 민간 기업을 끌어들어기 위한 구체적인 복안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는다.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처럼 막대한 예산을 정부와 민간에서 투자할 수 있는 방안도 없다.

나로호 조립을 맡았던 대한항공은 한국형발사체 개발 사업에서 이미 빠졌고 삼성과 같은 대기업은 우주개발과 방위산업 부문을 매각하는 등 우주 산업에 크게 관심이 없는 상황이다. 2022년까지 초소형 위성을 활용한 국가위기 대응 서비스 체계를 구축한다는 계획도 민간 기업이 참여하지 않는 한 쉽지 않은 현실이다. 현재 초소형 위성은 대학(원) 내 연구동아리가 공모전 형태로 개발하고 있는 상황으로, 국가위기 대응 서비스 체계를 구축할 수 있을 정도의 생태계가 구축돼 있지 않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우주개발 계획만을 담당하는 독자 ‘거버넌스’가 필요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민간 발사체 기술 자립과 독자 GPS위성 보유, 초소형 위성을 통한 국가감시시스템 등 굵직한 우주개발 사업을 추진하는 내용을 담은 우주개발 중장기계획을 감안할 때 독자 거버넌스 체계를 지금부터라도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재 우주개발 사업을 사실상 주관하고 있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만으로 감당하긴 어려운 사업 규모이기 때문이다.

우주산업 분야의 한 전문가는 "예산 규모에서 유럽이나 미국 등 선진국을 현실적으로 따라잡을 수 없다고 볼 때 미국(NASA)을 비롯한 유럽연합(ESA), 일본(JAXA), 중국, 인도(ISRO) 등 우주 강국들처럼 정부와 연구기관, 민간기업 등을 잇는 우주개발 거버넌스 체계를 갖춰 발언력을 높이는 방안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본 기사는 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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