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人사이더] 이신혜 GBIC 파트너 “블록체인 핵심국가 韓·美·中 생태계 이을 것”

조선비즈
  • 박원익 기자
    입력 2018.10.17 08:51 | 수정 2018.10.17 18:29

    ‘10대, 50개, 600억원.’

    뉴욕·상하이·서울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크립토 펀드(crypto fund, 블록체인·암호화폐 전문 투자회사) ‘GBIC’를 설명하는 숫자다.

    GBIC는 올해 9월 중국 테크 전문 매체 36Kr(36氪)이 발표한 ‘가장 영향력 있는 10대 크립토 펀드’에 선정됐다. 암호화폐 업계 거물 비탈릭 부테린이 활동했던 중국 최초 크립토 펀드 펜부시 캐피털(Fenbushi Capital)과 함께 중국 10대 크립토 펀드로 인정받았다. 펀드 규모, 투자 수익률, 사후 관리 등이 우수하다는 평가였다.

    포트폴리오도 화려하다. 현재까지 아이콘(ICON, 시가총액 36위), 엘프(aelf, 시가총액 72위), 네뷸러스(Nebulas, 시가총액 77위), 세타(Theta Token, 시가총액 90위) 등 50여개 글로벌 블록체인 프로젝트에 투자했다. 펀드 전체 규모는 600억원.

    이신혜 GBIC 파트너. /박원익 기자
    설립 2년 차 신생 펀드인 GBIC가 업계의 주목을 받는 배경은 무엇일까. 이신혜 GBIC 파트너는 "글로벌 블록체인, 암호화폐 업계에서 가장 중요한 지역인 한국, 미국, 중국을 중심으로 활동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세 나라의 블록체인 생태계를 잘 이해하는 파트너들이 모여 시너지 효과를 냈다는 설명이다.

    GBIC엔 총 6명 파트너가 있는데, 이 중 두 명이 미국인, 세 명이 중국인, 한 명이 한국인이다. 리차드 리(Richard Lee)를 비롯한 뉴욕 컬럼비아 대학 출신 동문이 중심이 됐고, 여기에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MBA) 출신인 이신혜 파트너가 합류해 한·미·중 3국 파트너 체제가 완성됐다. GBIC 한국 오피스를 이끌고 있는 이 파트너를 만나 GBIC의 투자 전략, 향후 계획을 들었다.

    ◇ 실리콘밸리 핀테크 스타트업 거쳐 GBIC 합류…"한·미·중 언어권 커버"

    -간단한 소개를 부탁한다.

    "맥킨지 코리아, 스탠퍼드대 MBA를 거쳐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핀테크 스타트업에서 일했다. 스마트워치 기업 핏빗(Fitbit)에 인수된 ‘코인(Coin)’, 그리고 ‘너드월렛(Nerdwallet)’이란 스타트업이었다. 올해부터 GBIC 파트너로 합류해 블록체인 프로젝트에 투자하고 있다."

    -블록체인·암호화폐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핀테크 스타트업에서 일할 때 콘퍼런스에 가면 비트코인 얘기가 빠지지 않더라 엔지니어 친구들이 많았는데, 다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 대해 얘기했다. 자연스럽게 이 분야에 관심을 갖고 공부하게 됐다."

    -직업으로 삼을 정도였나.

    "전업으로 해야 할 일인지 고민했다. 2017년 말 전통적인 벤처캐피털(VC)에 조인할 기회가 있었는데, 곰곰이 생각하다가 이쪽을 택했다.

    한국, 미국, 중국 관련 일을 하고 싶었는데, 그 VC는 미국, 캐나다, 이스라엘에 투자하는 회사였다. 내가 원하는 일을 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존 VC 업계는 백인 남자 일색인데, 블록체인 업계는 그런 형식이나 틀이 없어서 맘에 들었다. 도전하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기도 하다. 한국, 중국, 미국 블록체인 생태계를 연결하는 다리가 되고 싶었다."

    GBIC의 투자 포트폴리오. /홈페이지 캡처
    -GBIC의 다른 파트너들은 어떻게 만났나.

    "다른 파트너들이 컬럼비아대 출신인데, 블록체인에 관심이 많아 실리콘밸리를 자주 방문했다. 특히 버클리대학 블록체인 연구모임 ‘블록체인앳버클리(Blockchain at Berkeley)’ 관계자들과 친했고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핀테크 학회 등에도 자주 참석했기 때문에 연결고리가 있었다. 서로 아는 친구들의 소개로 만나게 됐다."

    -한·미·중 세 곳에 거점을 둔 이유가 있나.

    "블록체인은 시작부터 글로벌 프로젝트여야 성공할 수 있다. 구조상 스타트업처럼 국내 시장에서 먼저 성공한 후 해외 진출하기가 어렵다. 한국, 미국, 중국에서 활동하면 영어권, 중화권, 한국어권을 모두 커버할 수 있다. 우리가 투자한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각 언어권 커뮤니티를 넘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블록체인 컨설팅 자회사에서도 활동…"한국 1인당 거래량 전 세계 최고"

    -조직은 어떤 구조로 이뤄져 있나.

    "GBIC 글로벌 오피스에 근무하는 전체 인원은 50명 정도다. 자회사로 블록72(Block72)라는 블록체인 컨설팅 업체가 있는데, 블록72의 파트너도 맡고 있다. 블록72는 구글, 애플 등에 투자한 글로벌 투자사 세콰이어 캐피탈(Sequoia Capital)의 중국 지사인 세콰이어 차이나, 중국 크립토 펀드인 FBG 캐피탈, GBIC가 공동 투자해 올해 설립했다.

    다른 자회사로 프론티어 인베스트먼트라는 암호화 자산(crypto asset) 운용사가 있고, 손자회사인 블록체인 전문 미디어 블록존(Blockzone)도 있다. 블록존은 한국, 미국, 중국어 뉴스를 번역해서 전하는 교량 역할을 하는 미디어다."

    -GBIC만의 투자 전략이 있다면.

    "전통적인 스타트업 투자 생태계와 비교하면 GBIC는 VC에 가깝다. 와이콤비네이터(Y Combinator, YC)처럼 초기 투자 액셀러레이터도 있고, 후기 투자하는 헤지 펀드도 있는데, 우리는 그 중간이다.

    투자뿐 아니라 사후 관리를 통해 프로젝트가 잘 성공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암호화폐, 블록체인 생태계에서 가장 중요한 한국, 미국, 중국 세 나라를 엮고 지렛대 효과를 내는 게 강점이다."

    -왜 한국이 중요한가.

    "거래량을 보면 2016년 비트코인 거래에서 중국 위안화가 차지하는 비중이 90%를 넘었고, 상위 12개 암호화폐 거래량 비중에서도 중국 위안화가 70%를 차지했다. 이후 한국 원화 비중이 빠르게 늘어 2017년 말에는 상위 12개 암호화폐 거래량 중 50%가량을 한국 원화가 차지했다. 미국은 꾸준히 20~30%의 거래량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은 1인당 암호화폐 거래량이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미국의 6배, 중국의 30배까지 가기도 했다. 블록체인에 대한 관심, 밀집도가 높고 인프라가 좋기 때문에 실생활에 블록체인을 적용하는 유스 케이스(활용 사례)를 가장 빨리 만들어 낼 수 있는 곳이다. 가장 먼저 국가 단위로 블록체인을 적용하고 대중적으로 받아들이는 암호화폐국가(crypto nation)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블록체인 컨설팅 업체 블록72. /홈페이지 캡처
    -미국과 중국은.

    "미국에선 중요한 블록체인 기술 프로젝트들이 많이 나왔다. 실리콘밸리 등 강력한 기술 기반 인재 풀이 있고. 자금 투자도 활발하다. 비트코인 ETF(상장지수펀드) 도입 등 규제 분야에서도 글로벌 리더십을 가져가고 있다.

    중국은 놀라운 나라다. 암호화폐 거래소, 투자회사, 미디어, 창업가들이 다 연결돼 있고, 암호화폐 거래소에선 암호화폐 선물, 옵션까지 거래된다. 모바일 분야나 소비재 쪽이 굉장히 강하다. 블록체인 관련 앱도 굉장히 많고 채굴형 거래소 같은 새로운 아이디어도 중국에서 나왔다. 혁신적인 발상, 아이디어들이 중국에서 많이 나오고 있다."

    -전통적인 VC들도 많이 뛰어들고 있다.

    "특히 미국과 중국 VC들이 블록체인 분야에 활발히 투자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VC 10개 중 8개는 블록체인 산업 투자(exposure)를 늘리고 있다고 보면 된다. 기존 펀드 밑에 크립토 투자 펀드를 새로 만들거나 다른 크립토 펀드에 출자(LP)하는 방식이다."

    ◇ "왜 블록체인이냐" 물어…좋은 법규 정립돼야

    -어떤 프로젝트에 투자하나.

    "블록체인 프로젝트 투자는 기존 벤처 투자 단계로 보면 엔젤 투자나 시드(seed) 투자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최소기능제품(MVP, minimum viable product)도 안 나온 경우가 많기 때문에 사람이나 팀을 보고 투자하게 된다.

    우선 백서와 비전을 보고 그 팀이 그걸 실행할 역량과 끈질김, 회복력이 있는지 판단한다. 두 번째는 ‘왜 블록체인이어야 하는지’를 따진다. 미들맨을 없애는 탈중앙화가 항상 좋고 모든 분야에 필요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왜 블록체인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지 항상 물어본다. 건당 투자금액은 1억~30억원까지 다양하다. GBIC는 멀티 스트래티지(Multi Strategy) 펀드이기 때문에 메인넷, 댑(DApp, 분산형 애플리케이션) 등 다양한 층위의 프로젝트에 투자하고 있다."

    -소개할만한 프로젝트가 있다면.

    "GBIC가 투자 리드했고, 제가 어드바이저로 있는 ‘아르고(Aergo)’를 소개하고 싶다. 블로코(BLOCKO)가 개발하는 퍼블릭 블록체인인데, 기술력을 검증 받았다. 블로코는 삼성, 현대기아차, 신한카드 등 대기업과도 활발히 협력하고 있는 블록체인 솔루션 회사다.

    글로벌 지불결제 서비스인 페이팔 임원 출신이 만든 리브라크레딧(Libra Credit)도 잘 할 거라고 믿는다. 좋은 인재들이 있는 팀이 잘한다. 이 회사는 비트코인을 담보로 미국 달러화를 대출 받는 상품 등을 개발하고 있다. 암호화폐의 은행화를 진행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기업용 블록체인 솔루션 제공 업체 블로코. GBIC는 블로코가 개발하는 블록체인 플랫폼 아르고(Aergo) 프로젝트에 투자했다. /홈페이지 캡처
    -암호화폐·블록체인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있다.

    "투자 과열 때문에 우려, 부정적 시각이 있는데, 대중적 수용(mass adaption)을 위해선 넘어야 할 장애물이 많다. ‘캐즘(chasm, 새로운 기술이 대중화되기 전 수요가 정체되는 침체기)’를 넘어야 한다.

    블록체인 기술은 우리 삶을 엄청나게 변화시킬 잠재력이 크다고 생각한다. 블록체인은 소수가 경제적 이득을 얻는 구조에서 벗어나 초기 투자자 뿐 아니라 개발자, 관련 기업 등 생태계 참여자 모두가 경제적 이득을 얻는 구조로 돼 있다. 블록체인이 결국 케즘을 넘어 대중적으로 수용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규제 문제는 어떻게 생각하나.

    "관련 법규가 만들어지면 증권형 토큰 등이 도입될 수 있고 더 많은 기관투자자가 투자에 합류할 것으로 본다. 미국에 있는 굉장히 큰 은행들도 암호화폐에 투자하고 싶어 하는데 규제 때문에 못 들어오고 있는 상황이다. 나스닥은 관련 연구도 많이 하고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중국, 일본도 마찬가지다. 한국에서도 빨리 좋은 법규가 정립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목표가 있다면.

    "처음 실리콘밸리 결제 스타트업에 들어 갔을 땐 ‘핀테크’란 용어도 보편화되지 않았던 때다. 큰 혁신이 일어날 수 있는 영역이라고 생각해 들어간 거였다. 앞으로도 큰 혁신이 일어날 수 있는 분야에서 일하며 새로운 기술이 퍼지는 걸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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