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세' 진단 포기한 정부, "경기 하방리스크 확대"

조선비즈
  • 연선옥 기자
    입력 2018.10.12 10:30

    경제 연구기관에서 우리 경제가 하강 국면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지난달까지 우리 경제가 회복세를 보인다고 진단했던 정부의 경제 인식도 후퇴했다. 정부의 공식 경기진단에서 ‘회복세’라는 문구가 사라졌다. 투자와 고용이 부진한 가운데, 수출과 소비가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는 진단만 내놨다. 경기하방 리스크에 대한 우려를 다소나마 높인 것으로 풀이된다.

    기획재정부는 12일 공식 경제 판단을 담은 9월 경제동향(그린북) 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수출·소비가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으나, 투자와 고용이 부진한 가운데 미중 무역갈등 심화, 국제유가 상승 등에 따른 대외 불확실성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된 9월 경제동향에서 가장 주목해야 하는 지점은 지난달까지 그린북에서 빠짐 없이 등장했던 "최근 우리 경제는 수출·소비 중심의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문구가 사라진 것이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경기회복’이라는 단어가 경기가 상승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소지가 있어서 문구를 수정하기로 했다"면서 "일부 민간 연구기관의 ‘경기침체’ 진단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미중 무역전쟁, 유가상승 등 경기하방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는 게 정부의 인식"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정부는 수출과 소비가 견조하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지난달 수출이 추석 연휴에 따른 조업일 감소로 전년동월대비 8.2% 감소했지만, 일평균 수출은 5개월(5~9월) 연속 증가하면서 역대 최고 수준인 25억9000만달러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정부는 또 8월 준내구재(-1.8%)와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0.3%) 판매가 줄었지만, 통신기기· 컴퓨터 등 내구재(2.5%) 판매가 증가했다며 소비 상황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우리 경제는 수출·소비가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으나, 투자와 고용이 부진한 가운데 미중 무역갈등 심화, 국제유가 상승 등에 따른 대외 불확실성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서부고용복지센터 실업급여 창구의 모습./조선일보 DB
    하지만 지표를 자세히 뜯어보면 수출 증가세가 불안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수출 증가세의 대부분이 주력 품목인 반도체에 크게 의존한 것인데, 최근 글로벌 반도체 단가가 하락하면서 반도체 고점 논란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고용 지표가 부진하기 때문에 소비 증가세도 언제든지 꺾일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9월 취업자 증가수는 4만5000명에 그쳤다. 취업자수 증가폭이 1만명이 채 되지 않았던 7월(5000명)~8월(3000명)과 비교하면 고용 상황이 다소 개선됐지만, 일반적인 경기 회복기 취업자 증가수가 20만~30만명대 정도인 것을 고려하면 고용 참사는 지속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정부는 건설업 등 고용이 증가한 일부 업종을 언급하면서 "청년 실업률은 지난해 9월 9.2%에서 이달 8.8%로 감소했다"는 평가를 덧붙였다. 전체적인 고용 상황은 "미흡하다"는 정도의 진단을 내렸다.

    경제를 떠받치는 중심축인 설비투자와 건설투자는 좀처럼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8월 설비투자는 운송장비 투자가 증가했지만 기계류 투자가 줄면서 감소폭이 7월 0.3%에서 8월 1.4%로 확대됐다. 설비투자 감소세는 8월까지 6개월 연속 이어졌는데, 이는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전후인 1997년 9월~1998년 6월 이후 20년 만에 최장 기록이다.

    기업의 설비투자가 고용 창출의 기반이 된다는 점에서 앞으로 고용 전망은 더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건설투자 역시 건축과 토목 공사 실적이 모두 줄어 8월 1.3% 감소했다.

    수출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다른 지표가 부진한 탓에 이틀 전 경제진단을 내놓은 국책연구기관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수출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양호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면서도 "투자 감소와 고용 부진으로 내수 흐름과 전반적인 경기는 정체돼 있다"고 진단했다. KDI가 전반적인 경기 상황에 대해 ‘정체'라는 표현을 쓴 것은 이레적으로, 이는 경제의 하강 국면 진입이 임박했다는 의미로 풀이됐다.

    정부는 "세계 경제 성장이 지속되는 상황과 수출 호조는 우리 경제에 긍정적 요인이지만, 고용 상황이 미흡한 가운데 미중 무역갈등 지속,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 국제 유가 상승 등 위험요인 상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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