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었던 FAANG의 추락… 美 경제 호황 꺾이나

입력 2018.10.12 03:08

[증시 '검은 목요일'] 美 국채금리 치솟자… 투자자, 실적 우려 커진 기술주 투매
"공포 확산, 당분간 조정" vs "美·中 본격 부양 나서면 반등"

10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 증시를 끌어내린 직접 원인은 미국 시장금리 상승과 정보기술(IT)주 실적 악화 우려 등이다. 특히 아마존, 구글 등 세계 주요 인터넷 기업들이 최저임금 인상, 개인 정보 보호 강화 등으로 비용 부담이 커져 실적이 꺾일 것이라는 우려가 낙폭을 키웠다. 미·중 무역 분쟁, 신흥국 금융 불안 우려로 이미 취약했던 글로벌 증시도 힘없이 무너졌다.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그동안의 강세장을 주도해온 IT 기업 성장 기대감이 꺾인 만큼 글로벌 증시가 당분간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과 "일시적인 급락세일 뿐, 내년 미국의 인프라 투자 확대 등에 힘입어 반등할 수 있다"는 낙관이 엇갈리고 있다.

◇시발점은 미국의 금리 인상

미 증시는 이달 들어 시장금리가 급등하면서 불안한 조짐을 보였다.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는 지난 5일 연 3.23%를 넘어서면서 2011년 이후 7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9월 실업률이 49년 만에 최저인 3.7%로 떨어지면서 경기 과열을 막기 위해 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기준금리를 계속 올릴 것이란 전망이 늘었기 때문이다. 10일엔 시장금리가 장중 한때 연 3.24%까지 오르기도 했다. 시장금리가 오르면 증시엔 악재다. 이자 부담이 늘어 기업 실적이 줄기 때문이다. 또 미 국채금리 상승은 달러 강세를 불러오고 신흥국에서 자본 이탈을 부추겨 세계 경제에도 부담된다.
미국 증시가 3% 이상 급락한 10일,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한 트레이더가 시황을 살피며 놀란 표정을 짓고 있다.

골드만삭스 등 대형 투자은행들은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가 연 3.5%까지 뛸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리오 그로하우스키 BNY멜론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탄탄한 경제와 기업 실적 강세로 연 3%대 초반 금리는 견딜 수 있었지만, 연 3.5%에 근접할수록 투자자가 주식 시장에서 빠져나갈 우려는 커진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이 기술주를 내던지고 있다"

미국 금리 상승 여파에 IT 기업 실적 부진 우려가 투자 심리를 얼어붙게 했다.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 넷플릭스 등 대표 기술주들이 하루에 4% 넘게 급락했다. 급락 이유는 비용이 늘어 실적이 악화될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영국 바클레이스 은행의 로스 샌들러 애널리스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아마존이 최저임금을 15달러로 인상하면서 비용 부담이 커져 실적이 꺾일 수도 있다"고 했다. 페이스북 역시 지난 7월 2분기 실적 발표에서 "하반기엔 실적 상승폭이 예전보다 대폭 꺾일 것"이라고 밝혔다. 구글은 연이은 개인 정보 유출 사태에 따른 규제 강화 우려도 있다. 미국 통신업체 서버에서 중국 정보기관이 심은 스파이칩이 발견됐다는 보도가 나오는 등 보안 문제가 불거지면서 기술 업체들의 비용이 늘어날 것이란 우려도 나왔다.

미국 증시 급락 여파로 11일 아시아 증시가 일제히 폭락하며 ‘검은 목요일’이 연출됐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4.44% 급락하며 1년 6개월 만에 최저로 떨어졌다.
미국 증시 급락 여파로 11일 아시아 증시가 일제히 폭락하며 ‘검은 목요일’이 연출됐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4.44% 급락하며 1년 6개월 만에 최저로 떨어졌다. /김연정 객원기자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국 증시 급락의 여러 요인 중 기술주 불안이 가장 우려스러운 사안"이라고 말했다. 기술주가 최근 수년간 미국 증시의 상승세를 주도했는데, 이를 대체해 증시를 이끌 수 있는 다른 성장주가 없다는 것이다.

◇미·중 무역분쟁, 신흥국 불안 악재 쌓여

미·중 간 무역 분쟁도 글로벌 투자 심리를 짓누르고 있다. 장기화되면 중국뿐 아니라 결국 미국 경제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9일 "글로벌 무역전쟁 후폭풍이 세계 경제 성장을 위협하고 있다"며 미국의 내년 경제성장률을 2.5%로 기존 전망보다 0.2%포인트 낮췄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올해 상승장을 이끌었던 트럼프의 감세·부양책 효과가 점차 사라지고 반대로 무역 분쟁, 고관세로 인한 비용이 반영될 것이라는 우려에 시장이 예상보다 빠르게 반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흥국 통화 불안, 이탈리아의 재정 적자 확대, 유가 급등 등도 글로벌 증시의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급락하자 안전 자산인 달러 선호 현상이 나타나면서 외환시장도 출렁였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10.4원 올라 1144.4원에 마감했다.

향후 전망은 엇갈린다. 오태동 NH투자증권 투자전략부장은 "강력한 경제와 실적 성장 기대로 강세 흐름을 보였던 미국 주식도 더는 안전하지 않다는 게 분명해졌다"며 "시장에 공포 심리가 퍼져 조정 장세가 더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반면 김재중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은 인프라 투자, 금융 규제 완화 등 트럼프 공약을 실행할 것이고, 중국도 올해 말이나 내년 초 대규모 내수 확장과 인프라 투자 정책을 실행할 것"이라며 "이런 정책 기대감이 커지면 반등의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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