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LH 공공임대주택 1만 가구… 임대료 93억 손실

조선일보
  • 이송원 기자
    입력 2018.10.12 03:07

    임종성 의원, 자료 공개

    11일 오후 다가구·다세대 주택이 밀집한 서울 양천구 신월동의 한 골목. 지하철 5호선 까치산역을 나와 시내버스 정류장 두 개를 지나 20분을 걸으니, 지상 3층짜리 신축 원룸형 빌라가 나타났다. 5평(전용면적 15㎡)가량의 원룸 8가구로 구성된 이 건물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2016년 낡은 단독주택을 매입해 헐고 원룸형 다가구 주택으로 지은 '공공 리모델링 임대주택'이다. 저소득 무주택 대학생과 고령자는 보증금 100만원, 월세 13만~15만원의 임대료를 내면 최장 6년(고령자는 최장 20년)간 살 수 있다. 임대료가 주변 시세의 절반도 되지 않지만 지난 3월 준공된 이후 지금까지 세입자가 한 명도 들어오지 않아 전체가 텅 비어 있다. 주변 중개업소 관계자는 "김포공항 근처라 비행기 소음도 심한 데다 지하철역도 멀고 세탁기 등 가전도 갖추지 않아 다른 원룸과 비교하면 불편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공공 리모델링 임대주택인 서울 양천구 신월동의 원룸형 다가구주택. 8가구 모두 세입자가 없어 건물 전체가 비어 있다. 지난 7월 기준으로 전국에 6개월 이상 공실 상태로 방치된 LH의 공공 임대주택은 1만1592가구에 달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공공 리모델링 임대주택인 서울 양천구 신월동의 원룸형 다가구주택. 8가구 모두 세입자가 없어 건물 전체가 비어 있다. 지난 7월 기준으로 전국에 6개월 이상 공실 상태로 방치된 LH의 공공 임대주택은 1만1592가구에 달한다. /김연정 객원기자
    ◇텅 빈 공공 임대주택 전국 1만여 가구

    세입자를 찾지 못해 빈집으로 방치된 공공 임대주택이 전국에 1만 가구가 넘는다. 11일 LH가 임종성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기준 국민임대, 영구임대, 5년·10년 공공임대 등 모든 유형의 임대주택 가운데 6개월 이상 비어 있는 집은 전국에 1만1592가구로 나타났다. 1년 이상 미입주 상태인 집도 4564가구였다. 유형별로는 30년 이상 살수 있는 국민임대(3540가구), 다가구(2075가구), 행복주택(2054가구) 순으로 공실이 많았다. 1년 이상 공가(空家) 상태로 임대료를 받지 못해 생긴 손실 금액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93억원이었다.

    ◇공공 리모델링 임대주택 90%가 텅 비어

    LH 임대주택 공실 현황과 임대료 손실액 그래프

    공공 리모델링 임대주택은 건물을 다 지어놓고도 10가구 중 9가구가 세입자를 찾지 못한 상태다. 공공 리모델링 임대주택 사업은 2016년부터 추진됐고, 올해부터 본격 공급되기 시작했다. 현재 전국에서 준공된 공공 리모델링 임대주택은 총 743가구인데, 이 중 61가구만 입주 계약이 체결됐다. 서울에서는 72가구 중 절반인 36가구만 계약이 됐다. 경기도 수원 등에 공급된 공공 리모델링 임대주택 55가구는 1가구만 입주자를 확보한 상태다. 경남 김해와 진주 등에 지은 54가구는 세입자가 살고있는 건물이 한 곳도 없다.

    LH 관계자는 "대부분이 대학생들을 위해 공급하고 있는데 입주자 모집 공고를 내고 각종 자격 심사를 하느라 2~3개월 이상 걸리다 보니 이사 시기가 맞지 않아 입주하지 못하는 학생이 많아 공실이 많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공실 사유 절반은 '수요 부족'

    하지만 근본적으로 대중교통 등 임대주택 주변 생활환경이 편리하지 않은 탓에 수요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LH의 자체 조사에 따르면, 1년 이상 비어 있는 임대주택의 공실 사유 중 절반가량(49.3%)은 '수요 부족' 때문이었다. 입주자 공고를 냈지만 신청자가 미달하는 등의 사유로 예비자를 모집 중이거나, 임대 아파트를 새로 지어 주변 생활편의시설이 부족한 탓에 집이 비어 있는 경우 등이 이에 해당한다. 주변에 민간 임대주택도 많아 전체적으로 공급이 수요보다 많거나(15.3%), 소형 평형 등 비선호 주택인 경우(9.9%)도 임대주택이 공실이 난 주요 원인이었다.

    서울 화곡동 한 공공 리모델링 임대주택의 경우에도 가까운 지하철역인 발산역, 등촌역까지 걸어서 20분 넘게 걸린다. 익명을 요구한 전문가는 "LH가 정부가 정한 공급 계획대로 무리해서 물량을 확보하려다 보니 외딴 지역의 주택이라도 매입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정부가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공공 임대주택을 더 짓겠다고 하고 있지만, 단순히 공급량을 늘리기보다 선호 주거 지역에 양질의 집을 짓는 데 집중해야 한다"며 "임대주택 한 가구를 짓는 데 1억원가량의 비용이 들어가는 만큼 정확한 수요 예측 조사를 바탕으로 임대주택을 공급해야 혈세 낭비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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