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2018] 리피오돌 수입사 대표 불러세워 질책…환자부터 게임업계까지 나와

입력 2018.10.11 19:49 | 수정 2018.10.11 19:57

보건복지부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 이틀 째인 11일에는 보건의료 분야 세부 현안에 대한 논쟁이 이어졌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11일 국정감사에서 의약품 ‘리피오돌’을 비롯한 해외 의존도가 높은 필수의약품 시장 공급 구조 개선과 아토피 피부염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확대, 게임 중독 등 신규 질병에 대한 보건의료 정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날 올해 초 논란이 된 간암 환자 색전술에 사용되는 조영제 '리피오돌’의 공급 중단·가격 인상 사태가 다시 한번 도마 위에 올랐다. 리피오돌의 한국법인인 게르베코리아 강승호 대표가 국감에 출석해 공식 사과했다.

사각지대에 있는 질병에 대한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아토피 피부염 환자는 국감장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아토피’가 경증으로 분류할 수 없는 고통스러운 질병임을 강조하는 한편, 일부 의원들은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추가하는 세계보건기구(WHO)의 움직임에 정부 정책 준비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1일 국회에서 보건복지위원회 위원들이 2018 보건복지부 국정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조선DB
◇ "리피오돌 공급 중단, 다시 사과하세요"

이날 오후 보건복지위원회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강승호 게르베코리아 대표를 국감 현장에 불러 세웠다. 올해 초 프랑스계 글로벌 제약사 게르베코리아의 의약품 ‘리피오돌’ 공급 중단 사태에 대해 질책하기 위해서였다.

리피오돌은 간으로 가는 혈관을 막아 항암제가 암세포에 붙어있는 시간이 길도록 하는 치료법인 ‘경동맥화학색전술(TACE)’과 침샘조영술에 쓰는 전문의약품으로 게르베코리아가 독점하고 있다.

그런데 올해 3월 게르베코리아가 리피오돌의 해외 수요 증가와 원료 수급 부족, 손실 누적 등을 이유로 우리 보건당국에 공급 중단을 선언, 약가 인상을 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실제 일선 의료현장에서는 당시 리피오돌 부족 문제로 간암 환자의 수술이 지연되는 문제까지 생겼다.

남인순 의원은 이날 출석한 강승호 게르베코리아 대표를 향해 "게르베코리아는 리피오돌 약가 협상을 어떻게 진행했느냐"고 따져 물었다.

강승호 대표는 "리피오돌 공급부족 사태에 대해 진심으로 사죄한다"면서도 "2015년부터 약 세 차례 정도 정부 관계당국과 함께 적절한 가격 협의를 나눴으나 좋은 결과 만들지 못해 그 과정에서 대한민국이 후순위로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답했다.

리피오돌 울트라액. /식품의약품안전처 제공
리피오돌 공급난에 대해서는 ‘양귀비 씨앗 오일 원료 생산 자체가 제한적인데다 공급 생산과정에서 까다롭다’는 등의 이유를 들었다. 하지만 ‘2016년과 올해 리피오돌 공급 원가 차이가 얼마나 있느냐’는 남 의원에 물음에 강 대표는 "자료를 확인해봐야 알 수있다"며 답을 피했다.

이에 대해 남 의원은 "올해 초 게르베코리아는 우리 정부 측에 리피오돌 공급 중단 계획을 밝혔고, 이에 보건복지부가 원가 보전을 감안한 약가 인상안 합의를 제안했으나 이를 게르베코리아는 거부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선 가격을 보전하고 추후 인상을 검토하자는 복지부 안을 게르베코리아가 거부하고 긴급 공급으로 두달 분만 제한적으로 공급하겠다고 정부 측에 통보했다"며 "게르베코리아와 보건당국의 협상진행 과정에 문제가 많았다"고 비판했다.

실제 리피오돌 공급 중단 사태 이후 리피오돌 국내 가격은 기존 가격의 4배인 19만원대로 인상됐다.

남 의원은 "기업이기 때문에 약가 인상을 할 수는 있지만, 환자들의 생명을 담보로 약가 협상을 진행하는 행태는 문제가 크다며 "우리 국민한테 제대로 사과하라"고 질책했다.

강 대표는 "물량 공급 사안에 대해 심려 끼쳐 진심으로 송구스럽다"고 다시한번 고개를 숙였다.

이와 함께 남 의원은 "의약품을 독점하고 있는 제약사에서 이같은 문제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사안인데 우리 보건당국의 대안은 무엇이냐"고 질의했다. 이에 대해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환자보호방안 등에 대한 대책에 대해 따로 보고하겠다"고 답했다.

신동근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국가에서 보건의료상 필수적이라고 지정한 ‘국가필수의약품’의 46.3%가 수급불안정 상태"라며 "제2의 리피오돌 사태가 또다시 발생할 우려가 있으므로, 생산·수입이 원활하지 않은 국가필수의약품은 정부 차원에서 수급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복지부 눈 안닿는 질병 사각지대…‘아토피’·‘게임 중독’ 관심 촉구

이날 오후 국감에 참고인으로 나온 남성 조모씨는 극심한 아토피를 치료하다 시력까지 잃었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또 다른 환자 손모씨는 질환 때문에 병가를 쓰고 휴직하기를 반복한 경험을 털어 놓았다.

참고인 조씨는 "아토피를 치료하다 스테로이드 부작용으로 시력을 잃게 됐다"며 "시각장애인들은 안마를 직업으로 많이 삼는데, 저는 외관상의 문제로 안마와 같은 서비스업이 맞지 않다보니 (생활이) 힘들다"고 밝혔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러한 참고인 발언을 들어 정부의 안일한 대응을 추궁했다. 정 의원은 "아토피 경증 환자에 대해서는 현 상태(제도)를 유지하더라도 중증환자에 대해서는 산정 특례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환자들은 아토피 피부염 치료를 위해 필요한 경제적 부담도 토로했다. 현재 보건복지부가 추산한 아토피 피부염 환자의 1개월간 의료비는 약 3만원 수준이다. 조씨는 "아토피 환자는 로션 하나 사는데 3만원이 들고, 경구약은 10만원을 훌쩍 넘긴다"며 "모두 환자가 부담하는 비급여"라고 말했다.

이에 박능후 장관은 "정 의원이 무슨 의도로 말씀하시는지 알겠다"면서 "적절한 과정을 거쳐서 중증 아토피환자에 대해 산정특례를 적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게임 중독도 질병으로 분류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윤종필 자유한국당 의원과 최도자 바른미래당 의원은 우리나라의 게임 중독에 대한 질병코드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선DB
실제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6월 18일 게임장애를 질병코드로 포함한 새로운 국제질병분류를 각 회원국들이 나라별 적용방안 또는 번역을 준비할 수 있도록 사전 공개한 상태다.

질병으로 인정하는 효력은 2022년 1월 1일부터 발생할 예정이다. WHO는 게임장애를 도박중독과 함께 ‘중독 행동에 따른 장애’ 범주에 포함했으며, 게임 플레이 시간 조절 불가, 게임과 다른 활동의 우선순위 지정 장애 등을 증상으로 규정했다.

최 의원은 "한국표준질병 사인분류는 원칙적으로 통계청에서 작성하지만, 실제 주도권은 복지부에 있는 것으로 안다"며 "복지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빨리 대응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박 장관을 압박했다.

특히 게임업체들에게 게임 중독자 예방과 치료에 사용하는 비용을 부과해야 한다는 주장이 언급됐다. 최 의원은 "사행산업의 경우 전년도 순매출의 0.5%를 부담금으로 부과한다"면서 "게임업체도 마찬가지라고 본다"고 말했다.

국감장에 증인으로 출석한 강신철 한국게임산업협회장은 "세계보건기구의 게임 장애 애슈는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니다"라며 "과몰입 치료는 업계 기부금으로 만들어진 게임문화재단에서 치료 프로그램을 통해 대처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러한 논란 속 복지부는 게임 중독을 질병코드로 추가하는 안에 대해 세계보건기구의 결정을 우선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박능후 장관은 "세계보건기구에서 최종적으로 게임 장애를 질병으로 확정하면 우리도 받아들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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