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공기업·공공기관 압박… '단기 알바' 수천명 채용키로

입력 2018.10.11 03:08

기재부, 일자리 확대 지침 보내
코레일·인천공항공사 1900여명, LH는 최대 5000명 채용 협의중

최악의 고용 참사로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정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정부가 공기업·공공기관을 동원해 '단기 일자리' 늘리기에 나섰다. 12일로 예정된 통계청의 9월 고용동향 발표에서 8년 만에 취업자 증가가 마이너스(-)로 전환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공기업을 압박해 일용직·청년인턴 등 비정규직 채용을 통해 취업자 수를 끌어올리려 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고용동향 통계에는 1주에 1시간이라도 돈을 받고 일했다면 취업자로 잡힌다.

국토교통부 산하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전세임대주택 물색 도우미' 명목으로 비정규직 170명을 뽑기로 했다. LH는 당초 120명만 뽑으려다가 기획재정부와 협의하는 과정에서 170명으로 채용 규모를 늘렸다. 고용 계약 기간 50일에 세전 급여 199만원이다. LH가 전에도 계약직 도우미를 채용한 적은 있었지만, 각 지역본부에서 필요에 따라 수시로 뽑았었다. 하지만 이번처럼 본사 차원에서 일괄적으로 채용 공고를 내진 않았다. LH는 이외에도 계약 기간 3개월 미만의 단기 계약직을 최대 5000명 정도 추가 채용하는 방안을 정부와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LH 관계자는 "협의 중인 건 맞는데, 정확한 인원은 미정"이라고 했다. 또 국토부 산하인 코레일도 체험형 인턴 100명과 단기 계약직 900명 등 총 1000명을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인천국제공항공사도 연말까지 2개월간 단기 계약직 900여명을 고용하기로 했다.

과학기술부 산하 '국가과학기술연구회'도 500명을 두 달 단기로 뽑기로 했다. 연구회 관계자는 "연구 노트 정리 등 보조 업무를 맡길 예정이고 월급은 190만원 선"이라고 했다. 소요 예산은 19억원이다.

농림수산식품부 산하 한국농어촌공사도 지난 1일부터 각 지역본부 차원에서 '농지은행분야 체험형 인턴 채용' 공고를 냈다. 현재까지 총 8개 지역본부가 95명을 뽑는다는 공고를 냈다. 계약기간 2개월에 세전 급여 167만원이다.

이처럼 공기업과 공공기관이 갑자기 사람 뽑는 공고를 낸 것은 지난 2일 기재부가 '연내 단기 일자리 확대 방안 작성 요청' 지침을 내려보내면서부터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4일에도 300여 개 공기업과 공공기관 실무자들에게 채용 인원 규모 등을 밝힌 서류 양식을 돌렸다. 같은 날 문재인 대통령은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결국 기업"이라며 "(고용 문제의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기업의 투자를 촉진하고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 내도록 하는 데에 집중하겠다"고 했다. 기재부와 대통령이 잇달아 일자리 창출을 주문하자 공기업과 공공기관이 그 뒤 하루 이틀 사이에 2개월짜리 일자리 공고를 내기 시작했다.

기재부가 소집한 회의에 참석했던 한 공기업 관계자는 "우리 회사보다 더 많이 뽑게 된 회사도 수두룩하다"면서 "환경부 산하 A공사는 2500여 명을, 국토부 산하 B공사와 C공사는 각각 1300여 명과 200여 명을,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D공기업은 1700여 명을 뽑을 거라고 했다"고 말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지난 2일 "이대로 가면 9월 고용동향 통계가 마이너스로 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지금 추세로 가면 연말까지 취업률이 계속 떨어질 가능성이 큰데, 정부가 여론의 포화를 피하려고 단기적으로 통계를 끌어올리려 한 것 같다"고 했다. 정부는 고용통계를 작성할 때 일주일에 한 시간 이상만 돈 버는 활동을 하면 '취업자'라고 분류한다. 공기업들이 한꺼번에 단기 일자리 수천~수만 개를 만들어내면 통계상 취업률이 올라가는 구조다.

이날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국정감사장에서 과기부가 고용지표를 개선하려고 단기 계약직을 채용했다고 시인했다. 유 장관은 "전체적으로 고용지표가 굉장히 좋지 않아 단기 일자리라도 빨리 고민하자는 취지였다"고 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공부문에서 단기 일자리를 늘리는 것은 지자체에서 주로 하던 것인데, 중앙정부까지 그 일에 나섰다는 것은 그만큼 절박하다는 뜻"이라면서 "정부가 고용에 대한 철학도 해법도 못 찾다보니 단기간에 고용률을 올리고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이 같은 일을 벌이는 것"이라고 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일자리 대책 발표를 앞두고 수요 조사를 위해 업무 협조를 요청했을 뿐, 압박한 것은 아니다"라고 반론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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