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조선 콘퍼런스] 사회 난제 고민하는 ‘외로운 미치광이’ 찾아 투자하는 회사

조선비즈
  • 장우정 기자
    입력 2018.10.10 08:00

    미슬토는 어떤 회사?

    반바지 차림에 웃통을 벗은 한 남자가 사람들이 북적이는 공원 한복판에서 우스꽝스러운 춤을 추기 시작한다. 영락없는 ‘미치광이’처럼 보인다. 멀쩡해 보이는 남자가 미치광이와 섞여 춤추기 시작한다. 뒤를 이어 한 명, 두 명, 세 명이 합류한다. 이 공원은 춤추지 않으면 이상할 정도로 순식간에 막춤판이 된다. ‘외로운 미치광이’는 ‘막춤판의 리더’가 된다.


    ‘시디베이비(CD Baby)’의 창업자인 데릭 시버스가 지난 2010년 ‘어떻게 무브먼트(movement·운동)를 시작하는가'를 주제로 테트(TED)강연을 하는 모습. 그는 ‘퍼스트 팔로워'에 주목했다. 사진 테드(TED)공식 홈페이지
    ‘시디베이비(CD Baby)’의 창업자인 데릭 시버스는 지난 2010년 ‘어떻게 무브먼트(movement·운동)를 시작하는가’라는 주제로 한 테드(TED) 강연에서 3분 남짓의 이 영상을 소개했다. 시버스는 미치광이와 함께 최초로 춤추기 시작한 ‘첫번째 남자’에 주목했다. 그는 "하나의 무브먼트를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사람은 ‘퍼스트 팔로어(first follower)’"라고 말했다.

    미슬토는 당장은 조롱거리처럼 보이는 훌륭한 미치광이의 일을 ‘무브먼트화’하기 위해 기꺼이 자금을 대는 ‘퍼스트 팔로어’를 지향하는 회사다. 이런 미슬토의 철학은 투자회사 포트폴리오만 봐도 그대로 드러난다. 미슬토는 바다에 떠다니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없앨 수 있는 일종의 ‘바다 쓰레기통’을 만들겠다는 한 이십대 네덜란드 청년의 엉뚱한 아이디어에 곧바로 투자를 결정했다.

    2013년 보얀 슬라트가 창업한 ‘오션클린업(Ocean Cleanup)’이 주인공이다. 오션클린업은 최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거대한 뱀 모양의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 수거 장치를 처음으로 바다에 투입해 아이디어를 현실화하기 시작했다. 드론(무인기)으로 아프리카 르완다에 의약품을 나르고 있는 ‘집라인(Zipline)’, 우주 쓰레기를 치우는 기술을 개발한 ‘애스트로스케일(Astroscale)’도 미슬토가 투자한 회사다.

    미슬토가 당장 돈을 벌 수 있는 수익모델을 갖춘 회사보다 장기적으로 사회 난제에 도전하고 해결 의지를 밝히는 기업들에 투자하는 것은 투자금이 100% 손태장 회장의 개인 자금에서 나가기 때문에 가능하다. 2013년 설립된 미슬토는 현재까지 세계 120여개 스타트업에 200억엔(약 2000억원)을 투자했다. 손 회장은 그간 투자한 만큼 향후에도 수백억엔쯤은 투자할 여력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

    아이들 놀이공간 무료 오픈


    일본 지바현에 있는 ‘비비스톱'에서 아이들이 실험하고 있다. 비비타 트위터
    미슬토는 아예 자체 지분 100%의 스타트업 ‘비비타’를 설립하고 일본 지바현 가시와에 아이들을 위한 놀이공간인 ‘비비스톱(Vivistop)’을 최근 개관했다. 전면 무료로 오픈된 이 공간은 아이들이 구비돼 있는 도구와 자료로 스스로 무언가를 만들고 실험해보는 곳이다. 커리큘럼도, 교사도 없는 아이들만의 공간을 추구한다. 기존 공교육 시스템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진 손 회장의 실험이다.

    미슬토 싱가포르 지사의 강시현 투자부문 디렉터는 "미슬토는 ‘수익률’보다는 사회 문제 해결을 우선순위로 두기 때문에 ‘벤처캐피털’보다는 ‘컬렉티브 임팩트(collective impact·서로 다른 개인이 특정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협조하는 것) 커뮤니티’로 정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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