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에 서민 못갚는 빚 늘고 보험 깬다

조선비즈
  • 금융팀
    입력 2018.10.10 06:05

    박성진(가명)씨는 8년 전 가입한 종신보험을 얼마 전 해지했다. 만기 전에 보험을 깨면 해지환급금이 보험료 원금에 크게 못미친다는 사실을 잘 알았지만 재취업이 안돼 생활비조차 빠듯해져 어쩔 수 없었다. 그는 "회사를 다닐 때만 해도 매달 9만원씩 보험료를 내는 건 전혀 부담이 안되었지만 실직 이후로는 그마저도 힘든 상황이다"고 말했다.

    전반적인 경기 부진 여파로 금융상품 연체율, 보험 해지건수 등 각종 금융지표가 악화되고 있다. 국민의 살림살이가 경기침체로 팍팍해졌음을 보여준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자영업 경기가 나빠지면서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이 상승 추세다. 햇살론 등 서민금융상품 연체율은 급증했고 급전이 필요할 때 주로 쓰는 카드론 잔액도 크게 늘었다. 불황형대출로 불리는 보험사 약관대출(보험계약대출) 잔액도 급증했다.

    그래픽=김성규
    ◇ 카드론 잔액 급증...서민금융상품 연체율 급등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이 주 수요층인 카드론 잔액이 올들어 크게 늘었다. 신한 삼성 KB국민 등 7개 카드사의 카드론 잔액은 2016년말 23조6845억원에서 작년말 24조9561억원로 늘어난데 이어 올해 6월말에는 27조1793억원으로 급증했다. 카드사별로도 5~7%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특히 우리카드는 18% 넘게 급증했다.

    카드론 금리는 연 20%에 달할 정도로 높다. 금리 상승기를 맞아 카드론 이자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6월말 기준 하나카드의 연체율이 1.63%로 가장 높았고 우리카드(1.39%), 롯데카드(1.35%), 신한카드(1.32%)의 순이었다.

    서민금융상품에도 연체율 비상이 걸렸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실에 따르면 햇살론 연체율(대위변제율)은 올해 7월말 기준 8.1%로 집계됐다. 2016년 말 연체율인 2.19%와 비교하면 3.7배로 증가했다. 햇살론은 상호금융과 저축은행을 통해 저소득·저신용자에게 생계비나 사업운영자금을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로 빌려주는 정책금융상품이다.

    최근 3년간 햇살론 연체건수와 연체액은 급격히 늘었다. 햇살론 대위변제 건수는 누적 기준으로 2016년 말 5201건에서 지난 7월 말 6만684건으로 1년 7개월만에 11.6배로 증가했다. 대위변제 금액도 같은 기간 372억원에서 4890억원으로 13배 늘었다.

    햇살론 연체율 급등의 원인은 빚을 못갚는 저신용자들이 많아진 탓이다. 신용등급 9등급 차주의 연체율은 2016년말 6.22%에서 올해 7월 말 20.54%로 치솟았고 8등급 연체율도 같은 기간 6.01%에서 19.85%로 올랐다. 7등급도 4.20%에서 14.36%로 상승했다. 또다른 서민금융상품인 미소금융 연체율도 지난해 말 3.9%에서 지난 7월 말 4.6%로 0.7%포인트 올랐고 새희망홀씨의 경우도 같은 기간 2.3%에서 2.5%로 0.2% 포인트 상승했다.

    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개인사업자대출 잔액은 올해 9월말 현재 187조5708억원으로 올해들어 13조원 넘게 증가했다. 연체율(국민 0.16%, 신한 0.19%, 우리 0.20%)도 작년말보다 0.01~0.02%씩 상승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올해 개인사업자대출 증가분 중 40~50%가량이 부동산 관련 자금으로 들어간 것으로 파악되지만 자영업 경기가 침체돼 대출로 연명하는 경우도 늘어나는 추세다"고 말했다.

    ◇상반기 보험약관대출 4.8조 급증...보험해지 250만건

    보험지표는 겨울로 향하고 있다. 보험지표 중 경기 불황 여부를 엿볼 수 있는 것은 크게 보험계약대출(보험약관대출), 해지환급금, 초회보험료 등이 있다.

    가입자가 자신이 낸 보험료를 담보로 돈을 빌리는 보험약관대출은 경기 둔화 때 나타나는 이른바 불황형 대출이다. 보험을 깨지 않고도 비교적 쉽게 목돈을 빌릴 수 있는 데다 중도상환 수수료, 신용등급 하락에서 자유롭기 때문이다. 가계 살림이 팍팍한 서민들이 은행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 약관 대출로 눈을 돌리기 쉽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보험사들의 보험약관대출 잔액은 60조8000억원으로 지난해 6월말(56조원) 대비 4조8000억원 증가했다.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같은 기간 44조4000억원에서 45조9000억원으로 1조5000억원 늘어난 것을 감안하면 보험약관대출이 대폭 증가한 것이다.

    경기불황기에는 보험 가입 역시 줄어들기 마련이다. 국내 24개 생보사들의 올해 상반기 초회보험료는 5조2692억원으로 전년 동기(6조9911억원) 대비 24.6% 감소했다. 2년 전인 2016년 상반기(8조2326억원)와 비교하면 36.0% 줄었다. 올해 상반기 보험 신계약 건수는 793만2822건으로 2016년 상반기(806만3615건) 대비 13만건 가량 감소했다

    생활이 팍팍해져 보험을 해지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올들어 6월까지 해지환급건수는 248만9018건, 해지환급금은 12조9187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상반기(232만8706건, 10조7200억원)에 비해 해지 건수와 환급액이 각각 16만312건, 2조1987억원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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