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공기업으로 출발해 2001년 정부 지분 민간에 매각
7일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 저유소에서 발생한 화재 사고로 경기도민·서울시민들이 불안감에 시달렸다. 화재는 17시간 만에 진압됐으며 인명피해는 없었다. 하지만 국가적인 대형 참사로 번질 수 있는 아찔한 사고였다.
대한송유관공사는 국내 정유공장에서 생산된 기름을 수송하며 전국 1180km의 송유관을 관리한다. 1990년 설립 당시 공기업으로 출발했다가 지금은 SK이노베이션(096770)이 최대주주인 SK그룹 계열사다.
대한송유관공사는 2015년에도 재난대응능력 최하위 등급(미흡) 판정을 받아 도마에 올랐던 만큼 이번 사고를 계기로 강도 높은 안전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 최준성 대표, SK이노베이션 재무실장 출신
대한송유관공사는 주주구성을 살펴보면 SK이노베이션이 41%의 지분을 가진 최대주주다. GS칼텍스(28.62%), 에쓰오일(8.87%), 현대중공업(6.39%), 대한항공(3.10%), 한화토탈(2.26%)도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정부(산업통상자원부)는 9.76%의 지분을 갖고 있다.
이런 주주구성 때문에 올 1월 선임된 최준성 대한송유관공사 대표는 SK이노베이션 재무실장 출신이며, 회사 경영진이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사 출신으로 구성돼 있다.
대한송유관공사는 1990년 당시 송유관 인프라를 운영·공유하는 정부, 정유사, 항공사가 공동 출자해 설립됐다. 2001년 정부 지분을 민간에 매각하면서 공기업에서 민영 기업으로 전환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대한송유관공사는 설립 당시 정유사들이 시장점유율을 기준으로 지분을 나눴는데, 정부 지분을 민간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SK가 가장 많은 지분을 가져가 최대주주가 됐다"고 설명했다.
대한송유관공사는 지난해 매출 1580억원, 영업이익 465억원을 달성했으며, 해마다 30% 안팎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는 알짜 회사다.
◇ 3년 전에도 재난대응 역량 미흡 질타받아
대한송유관공사는 과거에도 재난대응 역량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은 적이 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015년 대한송유관공사가 국가종합훈련인 ‘안전한국훈련’ 평가에서 최하위 등급인 ‘미흡’ 판정을 받은 것에 대해 질타했다.
국민의 생활에 필수적인 석유를 수송하는 기업이 재난이 일어났을 경우 대처에 실패, 큰 피해를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다. 실제 대한송유관공사는 7일 고양시 경인지사 저유소 화재에서도 초기 진화에 실패, 향후 사고 조사결과에 따른 책임 논란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고양, 판교에 위치한 저유소를 수도권이 아닌 다른 곳으로 이전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저유소를 수도권 외 지역으로 옮긴다면 운송비 상승의 원인이 될 수 있어 소비자에게 부담을 줄 수 있다"면서 "저유소 이전보다는 사고원인을 철저히 밝히고 재발 방지를 위한 강력한 안전 규제 강화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