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경제학자가 90년대 이후 관세 전쟁이 사라졌던 이유로 관세 전쟁의 무용론을 꼽는다. 변동환율제가 대세가 된 이상 관세를 부과해봐야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지금 미·중 무역전쟁만 해도 그렇다, 표면적으로는.
일요일인 전날(7일) 중국은 지급준비율을 1%포인트 추가 인하했다. 올해 들어 4번째로, 이제 중국 지준율은 14.5%다. 지준율이란 금융기관이 예금의 일정 금액 비율을 중앙은행에 예치해놓도록 하는 제도다. 중국은 지준율 인하를 통해 사실상 금리 인하 효과를 내고 있다. 지준율 인하 효과 때문이라고 하기는 좀 그렇지만, 올해 달러 대비 위안화는 6.2위안(저점 기준)에서 6.9위안으로 10% 넘게 올랐다(위안화 약세). 미국이 중국에 부과하는 관세가 대체로 10%이니, 중국 수출 기업 입장에서는 트럼프 도발 전이나 후나 큰 차이가 없는 셈이다.
관세를 환으로 퉁친다 치면, 무역전쟁의 영향을 받는 것은 내수와 외국인 투자다. 수입 기업은 불리한 정책이다 보니 중국 정부는 달래기 차원에서 내수 부양책을 내놓고 있고(그 여파로 보따리상의 짐을 샅샅이 뒤져 우리 증시가 피해를 봤다), 위안화 가치가 계속 떨어지고 있으니 외국인 투자자도 떠날 것으로 보이지만, 발등에 불이 떨어졌기 때문에 중국은 어쩔 수 없이 지준율을 인하하는 상황이다.
일부 전문가는 중국이 계속해서 절하 정책을 편다면, 미국과 끝까지 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지금 트럼프가 가장 마음에 안 들어하는 것이 절하 정책일 것이기 때문이다. 달러 당 7위안이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확인해야 할 포인트 2가지. 일단 중국은 지준율 인하를 일주일 뒤인 15일부터 적용한다고 했다. 뭔가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는 듯하다.
오건영 신한은행 수석연구원은 이 같은 중국의 행보와 관련, 이번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를 의식한 것일 거라고 봤다. 오 수석연구원은 중국의 위안화 절하 정책이 다른 신흥국에도 부담이 되고 있는 만큼, 동맹을 맺으려는 움직임이 생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내 부탁 안 들어주면 나 진짜로 이것(지준율 인하) 한다!"고 소리치려는 것일까.
또 하나 포인트는 최근 한국 증시가 중국 증시와 동조화된 모습을 보이면서, 중국 정부의 부양책에 영향을 받을 때가 많다는 점이다. 특히 최근 5일간 코스피지수가 하락한 상황이라, 중국 정부의 내수 부양책 기대감이 오늘 증시에는 반영될 수 있다. 서상영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국 정부의 지속적인 경기 부양책이 한국에 우호적인 영향을 주는 경향이 있어 주목해봐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