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TALK] 예술이 된 사이언스...IBS ‘아트인사이언스’ 전시회 가보니

조선비즈
  • 김민수 기자
    입력 2018.10.07 08:00 | 수정 2018.10.08 09:52

    실크스크린에 새겨진 형형색색의 무늬가 뒤에서 비춰지는 광원에 의해 알록달록 빛난다. 추상화라고 봐도 무방할 만큼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대전시 유성구 도룡동 기초과학연구원(IBS) 과학문화센터에서 9월 17일부터 열리고 있는 ‘아트 인 사이언스(Art in Science)’ 전시관에 들어서면 처음 만날 수 있는 작품이다.

    작품 이름은 IBS 시냅스뇌질환연구단의 박하람 연구원의 작품인 ‘모르피우스의 눈(사진)’이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모르피우스’는 잠을 결정하고 꿈을 만들어내는 잠의 신으로 불린다. 인간은 생의 3분의 1을 잠을 자는 데 보내는데 왜 잠을 자는지, 꿈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아직 풀지 못한 질문들이 남아있다.

    작품 속 붉은색으로 보이는 영역이 뇌에서 잠에 관여한다고 알려진 ‘측면 시각교차구역(LPO)’이다. 이곳의 신경세포가 손상되면 불면증 등 수면장애를 겪게 된다. 작품에서 활성화된 신경세포는 초록색으로, 비활성화된 신경세포는 붉은색으로 표현됐다. 중앙의 파란색 두 점은 세포핵이다.

    9월 17일 시작한 아트인사이언스 전시는 12월 28일까지 개최된다. ‘생명(Life)’과 ‘관점(Perspective)’을 주제로 나뉜 2개의 전시공간에 이미지와 동영상 등 총 60여점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세계적인 연구기관인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과 프랑스국립과학연구원(CNRS)이 제공한 작품들도 함께 전시돼 구색을 갖췄다.

    ◇ 과학자의 시각이 예술로...노벨상 수상 ‘광학 집게’ 등 첨단기술 동원

    아트인사이언스 전시는 과학자들이 경험한 경이로운 순간을 과학자가 아닌 일반인들과 나누고 호흡하는 컨셉트로 기획됐다. 이번 전시는 ‘생명: 변화와 연속성’이라는 주제에 초점을 맞춰 생명의 본질과 현상을 미학적으로 해석한 작품들이 전시됐다. ‘모르피우스의 눈’ 외에 눈에 띠는 작품은 최연수 IBS 시냅스뇌질환연구단 연구원이 출품한 작품인 ‘기억의 단층(사진)’이다.

    우리 뇌 속 해양 생물을 닮았다고 이름 붙여진 ‘해마’는 단기 기억을 저장한다. 하나의 신경세포는 수억 개의 신호를 다른 신경세포로부터 받아 정보를 처리한다. 신경세포는 시냅스를 통해 각종 전기·화학적 신호를 전달한다.

    작품은 해마의 단면에 위치한 CA1 구역을 시각화하기 위해 흥분성 시냅스는 녹색으로, 시냅스 접착 단백질은 빨간색으로, 세포핵은 파란색으로 염색했다. 형형색색으로 나타난 해마의 단층은 분리된 신경세포가 각기 다른 방향에서 오는 신호들을 한데 모아 처리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2018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레이저 물리학의 응용기술인 ‘광학 집게’로 만들어진 동영상도 만나볼 수 있다. 광학 집게는 레이저를 이용해 마이크로미터(백만분의 1미터) 크기의 미세한 유기체를 잡아둘 수 있는 장비다. 광선 에너지를 이용해 입자를 레이저 빔으로 가두는 원리로 작동한다.

    남기범 IBS 첨단연성물질연구단 연구원이 출품한 ‘마이크로 세계 속 우리(사진)’라는 작품은 광학 집게를 이용해 본인이 포함된 첨단연성물질연구단(Center for Soft and Living Matter)의 이니셜인 CSLM 문구를 동영상으로 만들어냈다. 문구에 나타난 점들은 2마이크로미터 크기의 폴리스티렌 입자를 광학 집게로 잡은 것이다.

    ◇ CERN·CNRS 등 세계적 연구기관 작품도 전시

    이번 전시에 힘을 보탠 CERN과 CNRS의 과학자가 만든 작품도 만나볼 수 있다. CERN의 대형강입자가속기(LHC)에서 진행되고 있는 연구 프로젝트인 ‘앨리스(ALICE)’의 모습을 담은 작품 ‘자화상 ALICE, 셀카로 자신의 모습을 담다(사진)’는 대형 흑백 이미지로 관객을 압도한다.

    ALICE 프로젝트는 초기 우주에서 빅뱅 직후 떨어져 나온 쿼크와 글루온과 같은 미립자가 자유롭게 섞여있는 현상을 재현해 우주 만물을 구성하는 입자를 밝히는 연구다.

    ALICE 내부 입자 검출기에는 2500개의 CMOS 이미지센서가 부착된다. CMOS 이미지 센서는 고에너지 중이온 충돌서 생성되는 수많은 입자들을 12.5기가바이트 픽셀 화소의 이미지를 만든다. 마치 디지털 카메라로 셀카를 촬영하듯 ALICE 내부 입자 검출기가 주요 모습을 포착해 이를 흑백사진으로 만들었다. ‘과학 건축의 아름다움’이라는 제목으로 전시된 CERN 내부의 가속기를 촬영한 이미지도 전시 중이다.

    CNRS는 ‘칸토르의 꽃다발(사진)’이라는 작품을 통해 수학 모델에서 재귀함수로 정의되는 이른바 ‘줄리아 집합’을 보여준다. 줄리아 집합은 프랙탈 구조의 일종이다. 프랙탈 구조는 고사리처럼 부분이 전체를 닮은 과정이 끊임없이 반복되는 기하학적 구조다.

    김두철 IBS 원장은 "일반인들에게 과학의 즐거움을 선사하기 위해 마련된 IBS 과학문화센터아트인사이언스 전시장을 방문한 많은 관람객들이 과학 속 신비하고 아름다운 예술을 맘껏 감상하는 시간을 보내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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