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톡톡] 카풀반대하며 내년 요금 인상...택시업계엔 승객이 '호갱'

조선비즈
  • 김범수 기자
    입력 2018.10.07 07:00

    택시업계가 지난 4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 카카오모빌리티 사옥 앞에서 카풀 서비스 반대를 주장하는 집회를 열었습니다. 카카오가 카풀 서비스를 시작하면 이미 과잉된 택시 공급을 더 늘리는 셈이어서 택시기사들이 피해를 본다는 주장입니다. 카풀 서비스를 시작하면 카카오택시 호출을 받지 않겠다는 엄포도 놨습니다.

    택시 업계가 정보기술(IT) 업계의 서비스를 반대하고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우버가 2013년 한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당시 택시업계 반발에 부딪혔고, 국토교통부가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을 이유로 서비스가 완전하게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실제로 우버는 미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할 당시에도 이런 반발을 샀고 영국 등에서도 택시업계 저항을 받았습니다.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등 4개 택시 단체가 4일 오전 11시 30분 경기도 성남시 판교 카카오모빌리티 사옥 앞에서 ‘카카오 규탄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고성민 기자
    카풀 서비스를 제공하던 벤처 ‘풀러스’도 택시업계 반발에 부딪혀 사업 성과를 거두지 못한 사례입니다. 택시 업계 반발이 있기도 했지만 서울시가 풀러스의 서비스 제공시간이 기존 오전 5시부터 11시, 오후 5시부터 새벽 2시까지에서 24시간으로 변경되자 이를 제지하기 위해 경찰 수사까지 의뢰했기 때문이죠.

    두 회사 모두 국내에서 택시 업계 반발에 부딪혔습니다. 하지만 우버는 미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다국적 기업으로서 유니콘의 대표 사례로 뽑힙니다. 사용자 수요가 택시업계 반발이나 정부 정책을 이겨내면서 결국 서비스가 자리 잡고 전 세계로 서비스를 확대해 나갔습니다. 다만 한국처럼 택시업계 반발과 정부 제재가 강력하거나 기존 차량 공유 사업자가 있던 중국과 동남아시아에서만 사업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반면 한국의 풀러스는 대표 사임, 구조조정 등의 위기를 맞았습니다. 같은 시간대 택시를 이용하는 것보다 차량의 남는 좌석을 공유하게 해 차량 운전자는 돈을 벌고 탑승자는 저렴하게 이동수단을 이용한다는 이점이 있었지만, 결국 규제와 택시업계 반발을 이겨내지 못했습니다. 시장 기회조차 열리지 않은 업체가 투자 유치가 쉬웠을리 없겠죠.

    카카오의 카풀 서비스는 시작도 못 해보고 택시업계 눈치를 보는 상황입니다. 카카오택시 호출을 받지 않으면 카카오 모빌리티 서비스의 핵심이 사실상 마비되는 격이기 때문에 쉽게 카풀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결정을 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정확한 서비스 시기도 제대로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택시업계 주장에 따르면 한달 200만원도 채 안 되는 수입에 사납금 압박까지 받는 상황에서 형편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합니다. 이런 이유로 기본요금도 꾸준히 올려달라는 요구를 해왔고, 실제로 내년에는 택시 기본요금이 4000원으로, 6년만에 오릅니다. 심야 할증 시간도 11시로 한시간 당겨지지요.

    사용자로부터 "택시 기사가 먹고살기 힘들다"는 호소에 공감을 살 수도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는데 요금 인상도 한몫합니다. 또 택시기사 수입이 낮은 것과 별개로 사용자를 위한 서비스 개선에 대한 논의가 없어 택시업계의 카풀에 대한 반대나 요금인상 요구가 일방적이라고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택시 이용자들이 대표적으로 뽑는 불만은 주요 시간대의 수급불균형, 승차거부, 난폭운전, 택시기사의 무례한 태도 등입니다. 카카오 택시는 수급불균형을 조절하는 주요 수단이었지만 목적지 확인 후 호출을 거부하는 승차거부는 막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추가 운임료를 내는 서비스까지 출시됐죠. 난폭운전이나 무례한 태도 등이 불만이면 별점 평가로 즉시 사용자 리뷰를 남길 수도 있게 됐습니다.

    국내 카풀 서비스 제공으로 1년만에 회원 60만명을 유치했던 ‘풀러스’는 택시업계 반발과 규제탓에 올해 6월 대표 사입, 구조조정 등의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풀러스 제공
    하지만 카풀 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여전합니다. 번화가와 멀리 떨어진 주거지, 목적지와 출발지가 너무 가까운 경우에는 택시를 그냥 잡는 것은 당연하고 카카오택시 등 택시 호출도 거부당하기 쉽습니다. 그래서 같은 방향의 사용자끼리 연결해줘서 기름값은 아끼고 이동은 저렴하게 할 수 있게 만드는 게 카풀 서비스죠. 풀러스는 이런 수요 덕에 서비스 1주년만에 60만 회원을 기록하기까지 했습니다.

    카카오 역시 택시 수급 불균형이 심한 출퇴근 시간에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하지만 택시업계는 무조건 안된다는 입장입니다. 풀러스를 통해 문제가 여실히 드러난 IT업계와 택시업계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나서기도 했지만 택시업계는 논의하는 자리에조차 나오지 않았습니다. 정부가 중재에 나서야 하지만 국토교통부는 사실상 택시업계 눈치보기에 바쁜 상황입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IT업계의 서비스 제공에 대한 택시업계의 반대에는 사용자가 완전히 배제돼 있다는 점입니다. 택시업계는 서비스에 대한 질을 높이겠다거나 카카오택시와 같은 호출 서비스에서 목적지를 알리지 않고 무조건 수신하게 하는 체계를 도입한다거나 하는 개선안은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우버는 실제로 운전자가 호출을 받기 전까지 목적지 정보를 제공하지 않습니다.

    조사 결과도 말해줍니다.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가 직장인 5685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카풀 도입을 전면 금지해야 한다는 답변은 8%에 불과합니다. 56%는 24시간 전면 허용해야 한다고 답했고, 34%는 출퇴근 시간에 한정적으로 허용하자고 답했죠.

    직장인 이민지(32) 씨는 "승차거부는 물론 나이가 어리거나 여성이라는 이유로 반말을 하는 택시 운전사의 무례한 태도, 빠르게 목적지에 도착해 다음 손님을 태우기 위한 난폭운전, 고압적인 태도 등으로 택시를 타면 기사 눈치를 봐야할 때도 있다"며 "사용자 선택의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IT업계 한 관계자는 "사용자 불편보다는 택시업계의 실(失)만 주장하는 모습이 일방적으로 승차거부를 하는 택시와 비슷하다는 생각까지 든다"며 "대립구도가 택시업계와 IT업계의 대립이 되는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주체인 사용자는 배제됐는데, 정부가 제대로 된 중재에 나서지 않아 사용자는 의견 표현조차 제대로 못하고 있어 택시업계 목소리만 커지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IT업계 관계자는 "사용자가 상황에 맞게 서비스를 제공받아야 하는 주체인데 대중교통과 택시 외에는 선택이 없는 상황에 놓이고 있다"며 "카풀 서비스와 택시 서비스는 수요의 특성이 다르고, 택시업계 주장대로 과도한 경쟁 상황에 놓이게 되면 서비스 개선을 통해 사용자 선택을 받도록 노력해야 하는데도 일방적인 주장만을 하고 있다"고 불만을 나타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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