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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비앤비·드롭박스 키워낸 YC "미친 생각이야 비웃음 받아도 도전해야 좋은 창업가"

  • 박원익 기자
  • 입력 : 2018.10.06 06:00

    美 최대 액셀러레이터 와이콤비네이터 파트너 심층 인터뷰

    ‘에어비앤비(숙박 공유), 드롭박스(파일 공유·저장), 스트라이프(핀테크), 트위치(게임 스트리밍), 코인베이스(암호화폐)……’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accelerator·투자육성 회사) 와이콤비네이터(Y Combinator·이하 YC)가 키워낸 유니콘(기업 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들이다. 기업 가치가 293억달러(약 33조원)에 이르는 에어비앤비 등 16개 유니콘의 기업 가치를 모두 합하면 80조원을 웃돈다. SK하이닉스와 현대차의 시가총액을 합친 것과 맞먹는 수준이다.

    실리콘밸리에서 YC는 단순한 투자회사를 넘어 ‘스타트업 성공의 보증수표’로 불린다. 4000여명에 이르는 끈끈한 YC 출신 졸업생(alumni) 네트워크가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며 다방면으로 성공을 돕기 때문이다. 미국 테크 전문 매체 와이어드는 "YC의 투자를 받는 건 황금 티켓(Golden Ticket)을 얻는 것과 같다"고 평가했다. YC 출신이란 이유 하나만으로도 다른 벤처투자자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YC 투자 직후 이 스타트업들은 평균 16억원 규모의 후속 투자를 유치한 것으로 조사됐다.

    (왼쪽부터)에릭 미기코브스키 YC 파트너, 하형석 미미박스 대표, 팀 브래디 YC 파트너가 지난 2일 판교 미미박스 본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에릭과 팀은 YC와 미미박스가 함께 마련한 스타트업 멘토링 행사(Office Hour)에 참여하기 위해 전날 한국을 방문했다. 미미박스는 한국 최초로 YC의 투자를 받은 뷰티 스타트업이다. 미미박스가 현재까지 유치한 투자금액은 1700억원에 이른다. /채승우 객원기자
    (왼쪽부터)에릭 미기코브스키 YC 파트너, 하형석 미미박스 대표, 팀 브래디 YC 파트너가 지난 2일 판교 미미박스 본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에릭과 팀은 YC와 미미박스가 함께 마련한 스타트업 멘토링 행사(Office Hour)에 참여하기 위해 전날 한국을 방문했다. 미미박스는 한국 최초로 YC의 투자를 받은 뷰티 스타트업이다. 미미박스가 현재까지 유치한 투자금액은 1700억원에 이른다. /채승우 객원기자
    YC는 2005년 액셀러레이터라는 유형의 벤처 투자 회사를 처음 시작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액셀러레이터는 초기 스타트업에 소액을 투자하고 팀 구성, 전략, 마케팅, 재무, 법률 등 모든 활동을 지원하는 투자회사를 말한다. YC는 기수 형식으로 매년 여름과 겨울 두 차례 약 300여개 스타트업을 선발해 투자하고(지분 7%를 인수) 3개월동안 집중 지원하는데, 한 기수 당 평균 1만 여개 팀이 도전할 정도로 인기가 뜨겁다. YC의 성공 이후 500 스타트업(500 Startups), 테크스타스(Techstars) 등이 등장하며 액셀러레이터 형태의 벤처 투자회사가 보편화됐다.

    글로벌 대표 액셀러레이터로 불리는 YC의 투자 기준은 무엇일까. YC로부터 투자 받으려면 구체적으로 어떤 요건을 갖춰야 할까. 지난 2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에 위치한 미미박스 본사에서 YC의 주요 파트너인 에릭 미기코브스키(Eric Migicovsky), 팀 브래디(Tim Brady)를 만나 글로벌 스타트업 생태계에 대한 생각, 투자 유치 요령 등을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 페블 창업자·야후 CPO가 파트너…"YC 등장 후 생태계 개선"

    -한국 독자를 위해 간단한 자기 소개를 부탁한다.

    에릭 "현재 YC의 파트너로 일하고 있고 그 전엔 스마트워치를 만드는 스타트업 페블(Pebble Technology)을 창업해 경영했다. 2011년에 YC 프로그램을 거쳤고, 캐나다 출신이다."

    "YC 파트너로 합류한지 3년 정도됐다. YC 합류 직전 ‘이매진 K12’라는 교육 스타트업 전문 액셀러레이터를 창업해 6년 정도 운영했다. 그 전엔 야후에서 최고제품책임자(CPO)로 일했다."

    -YC 파트너로 합류하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에릭 "1년 전에 합류했다. 페블을 핏비트(Fitbit)에 매각한 후였다. YC는 페블에 투자한 투자자 중 최고였다. 첫번째 투자자이기도 했다. YC가 네트워크, 경영 조언 등을 통해 페블에 수 년간 많은 도움을 줬기 때문에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었는데, YC 최고경영자(CEO)인 마이클 세이벨(Michael Seibel)이 파트너 제안을 해서 좋다고 답했다. 실제로 지금까지 좋았다."

    "내가 이매진 K12에 있을 때만해도 YC는 에듀테크(EduTech, 교육과 기술의 합성어) 스타트업에 많이 투자하지 않았다. YC가 교육 스타트업을 어떻게 도와야 할 지 잘 몰랐기 때문이다. 최근 에듀테크가 점점 주류로 떠올랐고, 더 많은 투자자들이 교육 스타트업에 투자하길 원하는 상황이 됐다. YC는 이매진 K12보다 훨씬 큰 플랫폼이고, 교육 스타트업 입장에서도 YC의 일부가 되는 편이 더 좋기 때문에 YC에 합류했다."

    에릭 미기코브스키 YC 파트너. /채승우 객원기자
    에릭 미기코브스키 YC 파트너. /채승우 객원기자
    -창업 생태계에서 액셀러레이터는 어떤 역할을 하나.

    에릭 "YC 설립 전엔 초기(early stage) 기업에 전문적으로 투자·지원하는 회사가 없었다. 그래서 전통적인 벤처 투자회사(VC)의 투자를 받기도 전에 망하는 회사가 많았다. YC의 등장 이후 비슷한 액셀러레이터가 많아졌고 창업 생태계가 더 개선됐다고 생각한다. YC는 지금까지 1900여개 스타트업에 투자하며 가장 많은 경험을 축적한 최고의 액셀러레이터다. 스타트업이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돈, 경험, 네트워크, 전략 등 모든 지원을 제공하고 있으며 스타트업이 후속 투자를 받을 수 있도록 성공적으로 돕고 있다. 미미박스처럼 직원이 많은 후기 단계 스타트업에도 계속 조언을 제공하고 있다."

    "50~100명 정도 직원을 가진 회사가 미미박스 사이즈로 성장할 수 있도록 조언하는 컴퍼니 빌딩도 하고 있다. 후속 투자도 일부 진행한다. 스타트업이 다음 단계 투자를 잘 받을 수 있도록 발표 교육도 하고, 다른 투자자들과 연결도 해주며 창업 생태계를 풍성하게 만들고 있다."

    ◇ 네 가지 투자 원칙…이해도·팀·모방 불가·확장성

    -어떻게 해야 YC의 투자를 받을 수 있나.

    에릭 "YC는 인터넷을 통해 지원을 받는다. 엄청난 시간을 들여 모든 지원서를 다 읽는다. 크게 네 가지를 중요하게 본다. 첫 번째는 자신의 사업 아이디어를 제대로 간결하게 설명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말은 간단하게 들리는데, 이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

    에릭 "정말 그렇다(웃음). 두 번째는 팀이다. 어떤 사람들이 팀을 구성하고 있는지, 함께 무언가를 만들어 본 경험이 있는지, 서로 신뢰하는지 등을 본다. 세 번째는 모방을 막을 수 있는 특별한 무언가를 가지고 있느냐를 따진다. 다른 누군가가 비슷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네 번째는 그 아이디어가 많은 사람에게 중요한 것인지를 본다."

    "세 번째 요건과 관련해 조금 덧붙이자면, ‘왜 지금이어야 하는지’도 묻는다. 왜 지금 이 사업을 해야 하는지. 몇 년 전에 불가능했던 것이 상황이 바뀌어 지금 가능해졌는지 등을 살핀다고 보면 된다."

    에릭 "네 가지 요건에 맞다면 누구나 YC에 들어올 수 있다."

    -경쟁률을 보면 그렇게 간단할 것 같지 않다.

    에릭 "그렇지 않다.(웃음) 많은 사람들이 YC에 대한 오해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YC 졸업생들의 성공 사례를 너무 많이 봤기 때문이다. 에어비앤비, 드롭박스 정도로 훌륭해야 YC에 들어갈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그러나 우리는 심사 단계에서 성장 목표, 매출 목표 등을 제시하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YC 졸업생들이 성공한 후의 이야기만 접하게 되지만 에어비앤비도 처음 시작할 땐 지금의 에어비앤비가 아니었다. 드롭박스도 마찬가지다. 모든 성공한 기업엔 소박한(humble) 과거가 있다."

    팀 브래디 YC 파트너. /채승우 객원기자
    팀 브래디 YC 파트너. /채승우 객원기자
    -YC가 선호하는 사업 영역이 있나.

    에릭 "YC에 들어가려면 소비재 회사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그렇지 않다. YC는 B2B(기업 간 거래),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Software as a Service) 분야 스타트업에도 많이 투자했다. ‘부스티드 보드(Boosted Board)’ 같은 하드웨어 스타트업도 있고, ‘크루즈(Cruise Automation)’ 같은 자율주행차 회사도 있다. ‘붐(Boom Technology)’ 같은 우주·음속 항공 분야 스타트업도 있다. 인공 위성 회사, 원자력 회사까지 있다. 모든 분야에 다 투자한다고 보면 된다."

    ◇ 바이오 스타트업에 관심…중국에 첫 해외지사 열어

    -최근 실리콘밸리에서 떠오르는 창업 트렌드가 있다면 소개해 달라.

    에릭 "블록체인, 암호화폐 스타트업이 많아지면서 관련 투자도 많아진 것 같다. YC는 트렌드 보다 한 발 앞서 나가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우리가 투자한 코인베이스는 세계에서 가장 큰 암호화폐 거래소 중 하나인데, YC가 이 회사를 발굴해 투자한 게 2012년이었다. YC는 요즘 바이오 테크놀로지 회사를 많이 보고 있다. 머신 러닝 회사에도 많이 투자했다. YC 멤버인 ‘아톰와이즈(Atomwise)’ 같은 회사는 인공지능(AI), 바이오 두 가지를 다 하는 회사다."

    "유전체학(genomics)이 폭발적으로 발전하고 있고, DNA 염기 서열 구하는 비용이 저렴해졌다. 컴퓨팅 속도도 훨씬 빨라지고 있기 때문에 바이오 테크놀로지 분야에 기회가 많다고 생각한다."

    -중국·인도 등 해외 스타트업 생태계는 어떻게 보나.

    에릭 "우리가 투자한 인도 스타트업 개수만 수백 개에 이른다. 그만큼 훌륭한 스타트업이 많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YC는 최근 중국 베이징에 YC 차이나를 설립하기로 결정했다. 실리콘밸리 밖에 설립하는 첫 번째 지사다. YC 차이나는 2019년부터 운영할 예정인데, 바이두 최고운영책임자(COO) 출신인 AI 전문가 치 루(Qi Lu)가 풀타임 파트너로 합류했다. YC 차이나는 모든 기존 YC 회사들의 중국 진출을 돕는 창구 역할도 하게 된다."

    -상대적으로 일본 스타트업 생태계는 약하다는 인식이 있다.

    에릭 "일본 스타트업 생태계가 약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한국에 방문하기 직전 일본에 들러 일본 스타트업들도 만났다. 로보틱스, VR(가상현실), AR(증강현실), 바이오 테크놀로지 등 다양한 분야 스타트업 관계자들과 얘기를 나눴다. 상대적으로 SaaS 스타트업은 적었는데 이 분야도 성장 중이다."

    "구글, 페이스북 같은 소프트웨어 회사가 유명한 미국과 달리, 일본의 큰 회사들 중에선 하드웨어 회사가 많고 하드웨어 회사가 더 알려져 있어서 그렇게 생각하는 것 아닌가 싶다. 직접 일본 스타트업 관계자들을 만나 보니 굉장히 발전하고 있고 강한 기반을 가지고 있더라."

    ◇ "먼저 뛰어든 사람이 보상 받아"…대세 따르지 말고 도전하라

    -한국 창업 생태계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에릭 "한국 로보틱스·농업 기술·물류 스타트업에 관심이 있다. YC는 다양한 한국 스타트업과 함께 하길 원한다."

    "사실 우리는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에 관해 잘 모른다. 그래서 배우려고 왔다."

    에릭 "한국 스타트업과 1대 1로 만나서 대화하는 ‘오피스 아워’ 시간을 가지는 것도 그래서다. 우리는 한국 스타트업을 돕길 원한다. 우리도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시간이다."

    YC는 2005년 설립 후 지금까지 1900개 스타트업 투자했다. YC 네트워크에 속한 스타트업 창업가 수는 4000여명, YC가 투자한 스타트업의 기업가치(valuation) 합계는 1000억달러(약 113조원)에 이른다. /YC 홈페이지 캡처
    YC는 2005년 설립 후 지금까지 1900개 스타트업 투자했다. YC 네트워크에 속한 스타트업 창업가 수는 4000여명, YC가 투자한 스타트업의 기업가치(valuation) 합계는 1000억달러(약 113조원)에 이른다. /YC 홈페이지 캡처
    -요즘 한국에선 공무원이 인기다. 안정보다 모험을 택한 사람들, 스타트업 창업을 꿈꾸는 이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에릭 "미국은 경력 변화를 관대하게 받아주는 문화가 있다. 과거에 실패를 했다는 걸 나쁘게 생각하지 않고 좋은 경험이라고 본다. 그런 문화가 한국에도 많아지길 기대한다."

    "25년 전 일본에서 잠시 살았던 적 있다. 당시 일본엔 창업가가 없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큰 회사에서 일해야한다는 압력 같은 게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바뀌었다. 훌륭한 창업가가 많고 창업 에너지가 있더라. 미국도 마찬가지다. 내가 하버드 경영대학원(MBA)에 다녔던 1995년을 돌아보면 당시 같이 공부했던 친구들 대부분은 투자은행(IB)이나 컨설팅 업체에 가고 싶어했다. 창업하겠다는 친구는 한 명도 없었다. 변화는 가능하다. 당신이 진짜 원하는 게 무엇인지 마음의 소리를 듣고 따라가면 좋겠다."

    에릭 "첫 번째로 하는 사람이 보상을 받게 마련이다(first one is the one get paid). 팀은 20년 전 스타트업에 합류해 야후 1번 사원이 됐다."

    -성공하는 창업가의 특징을 하나만 꼽는다면.

    에릭 "포기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YC를 설립한 폴 그레이엄(Paul Graham)이 자주하는 말이 있다. "당신에게는 두 가지 옵션이 있습니다. 그만 두거나 부자가 되는 것입니다(You have two options. You can either quit or get rich)."

    에릭 "50%는 매우 높은 확률이다.(웃음)"

    "또 한 가지 재밌는 건 대세에 따르지 않고(against the grain) 기꺼이 도전하는 사람들이 좋은 창업가가 되더라. 많은 사람이 "이건 미친 생각이야"라고 비웃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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