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효과… 제약사들, 면역항암제 너도나도 뛰어든다

조선일보
  • 최인준 기자
    입력 2018.10.04 03:05

    원리 밝힌 2명 생리·의학상 받아

    세계 면역항암제 시장 전망 그래프

    프랑스 제약사 사노피-아벤티스는 지난달 28일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자사의 피부암 면역 항암제 '리브타요'의 판매 허가를 받았다. 면역 항암제는 우리 몸의 면역 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유도해 암을 치료하는 약물을 말한다. 이 치료제를 투여한 임상 시험 환자의 47.2%에서 종양이 사라지거나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이클 미그덴 미국 MD앤더슨 암센터 교수는 "이 면역 항암제는 부작용 때문에 방사선 치료를 받지 못하는 일부 피부암 환자에게 새로운 희망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면역 항암제가 세계 제약업계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면역 항암제의 원리를 밝힌 2명의 과학자가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선정되면서 관련 시장은 더욱 활기를 띨 전망이다. 기존 항암제는 암을 직접 공격하지만 약물의 독성 탓에 주변 정상 세포까지 죽이는 부작용이 있다. 반면 면역 항암제는 몸속에 있는 면역세포를 이용하기 때문에 부작용 우려가 없고 치료 효과도 뛰어나다. 이 때문에 최근 국내외 제약기업들은 앞다퉈 면역 항암제 개발을 늘려가고 있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전 세계 면역 항암제 시장은 2015년 41조원에서 2020년 140조원으로 커질 전망이다.

    암 치료 판도 바꾸는 면역 항암제, 2020년 140조원까지 성장

    대표적인 면역 항암제인 '키트루다'와 '옵디보'는 2014년 첫 출시 후 가파르게 성장해 조(兆) 단위 연 매출을 내는 '블록버스터' 신약으로 자리 잡았다. 면역 항암제는 1년 약값이 억대에 이를 정도로 고가인데도 고속성장을 하는 것이다. 미국 머크사의 폐암 치료제인 '키트루다'는 미국·유럽에서 올 2분기에만 매출 16억7000만달러(약 1조9000억원)를 기록했다. 리서치 업체 EP는 '키트루다'의 매출 규모가 올해 61억달러에서 오는 2024년 126억달러(약 14조원)로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머크는 자궁경부암 치료제로 새로 개발한 '키트루다'를 올해 내 한국을 포함한 해외 시장에서 임상3상을 시작할 계획이다. 면역 항암제는 한번 개발에 성공하면 이 기술을 바탕으로 다른 종류의 암을 치료할 수 있는 항암제도 빠르게 만들 수 있다.

    미국 제약업체 BMS가 개발한 피부암 치료제 '옵디보'의 지난해 연간 매출액은 49억4800만달러(약 5조5400억원)로 전년 대비 31% 이상 늘어났다. BMS는 지난 6월 중국에서 '옵디보'를 폐암 치료제로도 판매 허가를 받는 데 성공했다. 미국 의학 전문지 피어스 파마는 "미국을 중심으로 병원에서의 키트루다와 옵디보의 사용이 늘고 있다"며 "면역 항암제는 암 치료 시장의 '게임 체인저'(판도를 바꾸는 결정적 요인)"라고 보도했다. 여기에 암젠·베링거인겔하임·애브비를 포함한 10개 이상의 글로벌 제약사들도 향후 2~3년 내 면역 항암제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국내 제약사도 개발 박차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도 이 시장에 속속 도전하고 있다. 국내 제약사들은 미국·유럽 기업에 비해 대규모 연구비 조달이 어렵기 때문에 기술력을 갖춘 바이오 벤처에 투자하거나 외국 기업과 공동 연구를 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보령바이젠셀은 암세포를 효율적으로 찾아가는 면역세포를 실험실에서 배양하는 데 성공했다. 이 기업은 보령제약이 2016년 바이오 벤처 바이젠셀을 인수해 설립했다. 보령바이젠셀은 이달부터 국내에서 임상 2상 시험을 시작할 예정이다.

    유한양행은 최근 바이오 벤처 에이비엘바이오의 신약 후보물질을 사들여 면역 항암제 공동 개발을 하고 있다. 또 합작벤처인 이뮨온시아를 통해 면역 항암제 'IMC-001'에 대한 임상 시험도 진행 중이다. 동아에스티는 지난해 말 면역 항암제 후보물질을 미국 애브비에 6300억원 규모에 기술 수출한 이후 이 업체와 공동으로 신약 개발을 하고 있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장은 "최근 들어 기존 화학 항암제와 면역 항암제를 함께 투여하는 '병용 치료'가 단독 투여보다 높은 효과를 보이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다"며 "이번에 노벨상 수상 효과까지 겹치면서 관련 신약 개발에 더 많은 투자가 몰릴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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