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톡톡] 4차 산업혁명 나비효과 못 부르는 정부의 클라우드 규제 완화

조선비즈
  • 이정민 기자
    입력 2018.10.03 07:00

    정부가 한 달 전 클라우드 관련 규제 완화 방침을 밝히자 업계는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별 실효가 없을 것이라며 부정적인 분위기로 돌아서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문재인 대통령이 8월 31일 경기 판교 스타트업캠퍼스를 방문해 "데이터의 적극적인 개방과 공유로 새로운 산업을 도약시켜야 한다"고 강조한 이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 행정안전부, 금융위원회 등 4개 부처는 개인정보와 클라우드 관련 규제를 완화해 신사업과 신서비스 마중물을 만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정부가 발표한 계획은 당사자를 특정할 수 없는 가명정보를 당사자 동의 없이 기업이 활용할 수 있고, 민간 클라우드 서비스를 공공 부문에 적극적으로 도입해 민간 클라우드 이용 범위를 대폭 확대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올해 안으로 관련 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켜 관련 산업을 키운다는 것이 정부의 구상입니다.

    정부의 계획 발표 당시 업계에서는 4차 산업혁명 초기 단계에서의 클라우드 규제 완화 조치는 관련 시장 전체의 확대를 가져올 것이라는 긍정적인 나비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습니다. 공공부문의 클라우드 도입 활성화가 민간부문 클라우드 시장으로 확대되고,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한 4차 산업이 전반적으로 커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었습니다.

    정부의 클라우드 관련 규제 완화 발표 한달 만에 긍정적이었던 관련 업계 분위기가 부정적으로 바뀌고 있다. /조선DB
    하지만 이런 기대감은 현장에서 점차 우려로 변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진 상황에서 무조건적인 규제 완화가 국내 4차 산업 관련 기업들의 성장을 저해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보기술(IT) 업계 관계자는 "정보보안 등을 이유로 세계적으로 클라우드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라며 "이번 정부의 규제 완화로 외국계 민간 클라우드 기업들이 국내 기업뿐 아니라 정부까지 침투하게 되면 핵심 정보 유출 가능성은 물론 국내 기업들이 주도권을 빼앗길 가능성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미국은 최근 미국 수사기관이 미국 IT 기업의 해외 서버에 저장된 자료 등을 열람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미국 안보를 위해 해외에 있는 자국 클라우드 기업의 서버를 들여다볼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또 미국 기업들은 보안 등의 이유로 중국의 알리바바 클라우드 사용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며 결국 알리바바 클라우드는 미국에서의 사업 확장 계획을 중단하기도 했습니다.

    외국계 클라우드 관련 IT 기업들이 국내 상황을 판단하는 것도 우리 정부와는 다른 모습입니다. 다수의 외국계 IT 기업 관계자들은 정부의 규제보다는 국내 기업들의 디지털 혁신(트랜스포메이션)에 소극적인 모습이 국내 클라우드 산업 활성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또 클라우드 서비스를 중심으로 신사업을 개척하려는 국내 스타트업들은 망 사용료에 따른 해외 기업과 국내 기업의 역차별로 국내 기업보다는 외국계 기업에 더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규제 완화는 4차 산업 관련 국내 IT 기업 환경에 훈풍을 불러오지 못할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한 스타트업 창업자는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망 사용료 부담이 적은 해외 클라우드 기업을 활용하는 것이 더 낫다"면서도 "하지만 업계 전반적으로 봤을 때는 국내 기업들이 준비도 안 된 상황에서 정부 규제 완화로 클라우드 관련 해외 공룡 기업들이 국내로 밀려들어 오면 결국 국내 IT 기업들은 물론 스타트업 생태계 자체가 무너질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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