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프로그램으로 펀드 굴렸다, 10년 수익률 473%

조선일보
  • 이경은 기자
    입력 2018.10.02 03:07

    문병로 서울대 컴퓨터공학 교수이자 옵투스자산운용 대표

    자산운용사를 경영하면서도 종목 고르기엔 전혀 관심이 없었다. 미·중(美中) 무역 분쟁이나 미국의 금리 인상처럼 주식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법한 변수 또한 먼 나라 얘기였다. 펀드매니저의 주관이나 직관에 의존하지 않고 컴퓨터가 스스로 탐색해서 종목을 골라 매매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그에 맞춘 실전 투자만 10년 가까이 해왔다. 지난 2009년 2월 중순 운용을 시작해 지금까지 9년 반 동안 수익률 473%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는 97% 오르는 데 그쳤다.

    1000억원을 굴리는 옵투스자산운용의 문병로(57) 대표가 주인공이다. 문 대표는 "초창기엔 컴퓨터가 주도하는 주식 매매에 부정적 인식이 많았지만, 시간의 횡포를 견뎌내면 상당한 수익이 생긴다는 걸 증명해냈다"고 말했다.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현직 교수인 문병로 옵투스자산운용 대표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현직 교수인 문병로 옵투스자산운용 대표는 본지 인터뷰에서“기계도 적중률 100%인 투자의 신은 아니다”면서도“70% 정도의 확률이지만 수많은 날짜가 흐르면 이걸로도 상당한 수익이 쌓인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컴퓨터가 주식 종목을 골라 매매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지금까지 473% 수익률을 기록했다. /문병로 대표 제공
    문 대표의 주특기는 금융이 아니라 컴퓨터다.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현직 교수인 그는 학교 허가를 받아 자산운용사 대표를 겸업하고 있다. 그는 증권업에 진출한 이공계 1세대 교수로 꼽힌다.

    이공계 전공인 그가 주식시장에 관심이 있던 건 아니었다. 문 대표는 "컴퓨터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효율적 방법을 찾아내도록 프로그램을 설계하는 것이 전공인데, 전공의 응용 영역을 확장하는 차원에서 주식 데이터에 관심 갖게 됐다"고 말했다.

    2001년 서울대 연구실 벤처 형태로 출발해 2010년 자문사를 설립했다. 창업 초기엔 '서울대 교수가 왜 주식 투자 회사를 세우느냐' '(교수 신분에) 실패라도 하면 망신인데 어떻게 감당하려고 하느냐'는 등 주변에선 부정적 반응이 많았다. 하지만 10년 가까이 실전 투자를 거듭하는 동안 각종 데이터가 축적되고 컴퓨터 매매 기법도 다듬어지면서 기관과 개인 큰손들의 자금 유입이 계속됐다.

    "여윳돈을 불려달라며 찾아오는 사람이 많지만, 기계가 사람보다 훨씬 더 종목을 잘 고르고 엄청난 고수익을 얻게 해준다는 기대감은 버려야 해요. 기계도 적중률 100%인 투자의 신(神)은 아니거든요."

    문 대표는 "과거 데이터를 분석해 보면 열 달 중에 6개월만 코스피 대비 성과가 좋았고 나머지는 부진했다"고 말했다. 오늘 샀다가 내일 파는 식의 초단타 매매를 하는 것은 아니고, 짧게는 3개월, 길게는 2년 정도까지도 보유한다고 한다. 그는 "컴퓨터가 고르는 종목은 펀드별로 다른데 40~200개 정도"라며 "컴퓨터가 이런 종목을 왜 골랐을까 하는 것도 간혹 있지만 전혀 개입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 운용한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미국 등 선진국에서 컴퓨터 주도형 매매가 전체 거래의 80%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보편화돼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식 시장은 사람이 아니라 기계들의 전쟁터로 점점 변하고 있어 감정이 있는 인간은 필패(必敗)하기 쉽다는 것이다. 그는 "방대한 데이터를 갖고 탐색·매매하는 컴퓨터를 인간은 기존 상식으론 이해하기 힘들 것"이라며 "많은 개미(개인 주식 투자자)가 시장에 유동성만 공급해 남 좋은 일만 시키는 '공익적 투자자'로 남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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