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톡톡] 8초만에 사로잡는다더니…재고떨이 나선 삼성물산 에잇세컨즈

조선비즈
  • 이재은 기자
    입력 2018.09.27 14:20 | 수정 2018.09.27 19:16

    "창고 대개방! 비닐도 뜯지않은 에잇세컨즈 가을·겨울상품을 파격적인 가격에 판매합니다!"

    이달 서울시 강서구 등촌동 일대에는 이런 광고 전단이 등장했다. 삼성물산(028260)의 패스트패션(SPA) 브랜드 에잇세컨즈의 상품을 추석 연휴 기간에 70~80% 할인 판매한다는 내용의 광고였다. 실제 지난 21일부터 등촌동 KBS 88체육관에서는 에잇세컨즈의 물류창고에서 직송해온 다양한 의류 제품을 판매하는 바자회가 열렸다. 최근 판매가 부진한 에잇세컨즈가 재고 소진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26일 찾은 체육관에는 티셔츠, 바지, 치마, 니트, 자켓, 코트, 속옷 등 다양한 에잇세컨즈 제품이 진열돼 있었다. 가격표에 4만5000원이라고 적힌 셔츠를 1만5000원에 파는 등 대부분 제품을 60~80% 할인 판매 중이었다. 이날 에잇세컨즈 외에도 국내 아웃도어 브랜드와 나이키 등도 할인 행사를 열고 있었지만, 에잇세컨즈 제품이 체육관 공간의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많았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측은 "처음하는 세일 행사며, 최신 상품이 아니라 2년차 이월상품을 판매하는 것"이라면서 "다른 SPA 브랜드도 다 하는 할인 행사"라고 해명했다. 할인 행사는 삼성물산이 주관하는 것이 아니라 이월상품을 사들인 도매업자가 진행한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그러나 국내외 패스트패션 업계는 "창고 대방출이 업계 관행"이라는 삼성물산의 주장에 강하게 반발했다. 국내 한 SPA 브랜드 관계자는 "일반 의류 브랜드면 몰라도 패스트패션 브랜드가 창고 대방출 할인 행사를 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면서 "패스트패션은 빠른 제작과 빠른 유통을 기반으로 한다. 평소에 재고를 최소화하는 게 업의 특성"이라고 말했다.

    21일부터 28일까지 서울 등촌동 KBS 88체육관에서 열린 에잇세컨즈 ‘창고 대방출’ 바자회 / 이재은 기자
    자라, H&M, 유니클로 등 패스트패션 브랜드는 소비자의 기호와 수요를 즉시 파악해 의류를 빨리 만들어 내놓기 때문에 재고가 상대적으로 적다. 세계 1위 패스트패션 브랜드 자라(ZARA)의 경우 2주에 한 번씩 매장에 진열된 제품을 신제품으로 바꾼다. 잘 팔리지 않는 의류는 매장에서 자체 세일을 통해 빨리 소진한다. 자라의 재고율은 15%로 업계 최저 수준이다. 의류업계에서 이는 ‘완판’이나 다름없다.

    에잇세컨즈의 ‘창고 대방출’이 할인 행사를 빙자한 재고 처리가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지난 2012년 "소비자를 8초만에 사로잡겠다"는 목표로 선보인 국산 SPA 브랜드 에잇세컨즈는 아직까지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에잇세컨즈의 국내 매출은 약 1800억원으로 이랜드의 스파오(약 3000억원), 신성통상의 탑텐(2000억원) 등에도 밀리고 있다. 유니클로(1조2300억원)와 비교하면 7분의 1 수준이다.

    에잇세컨즈 매장 / 조선DB
    중국 시장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에잇세컨즈는 2016년 중국 법인 에잇세컨즈 상하이와 에잇세컨즈 상하이 트레이딩을 설립하고 중국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그러나 중국 현지 법인 2곳은 지난해 총 124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도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영업손실을 내다가 지난해 구조조정을 거쳐 겨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삼성물산은 2020년까지 에잇세컨즈를 해외매출 10조원의 아시아 3대 SPA 브랜드로 키우겠다는 포부를 밝혔지만,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경쟁자도 늘어나는 추세다. 이달 유니클로의 자매 브랜드 지유(GU)가 국내 시장에 진출했으며, 이마트도 자체 브랜드 데이즈를 출시하면서 패스트패션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국내 패션업계 관계자는 "패스트패션 브랜드간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에서 국내 SPA 브랜드는 차별화를 하지 않으면 경쟁 우위를 점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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