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문 차트메트릭 대표 "내가 이 일을 왜 하는지 명확하게 생각하라"

조선비즈
  • 이정민 기자
    입력 2018.09.24 14:00

    게임빌 창립 멤버이자 전 미국 오라클 프로덕트 매니저, 스파크랩과 디쓰리주빌리를 통한 투자자로서의 화려한 경력이 있는 인물. 미국 실리콘밸리와 스타트업 생태계를 이야기로 풀어내고 IT 전문 온라인 매체 ‘테크니들’ 편집장 출신의 이야기꾼. 실리콘밸리 최대의 한국인 네트워크 ‘베이 에어리어 K 그룹(Bay Area K Group)’의 공동대표를 역임한 실리콘밸리의 마당발. 이 모든 타이틀을 갖고 있는 인물은 바로 조성문 차트메트릭 대표다.

    조성문 차트메트릭 대표. /조선DB
    조성문 대표는 현재 음반 업계 트렌드를 정리해서 보여주는 빅데이터 분석 서비스 ‘차트메트릭’을 운영하고 있다. 차트메트릭은 음원 순위, 음원 판매량, 소셜미디어(SNS)상의 팬들 수 등의 비정형적인 데이터를 분석해 해당 가수의 현재와 미래 영향력 등을 예측해주는 서비스다.

    2007년 미국 UCLA 앤더슨 스쿨에서 경영학 석사(MBA) 과정을 거친 이후 실리콘밸리에서 지내면서 정보기술(IT) 대기업 오라클에서의 경험, 많은 실리콘밸리 사람들과의 교류를 통해 창업까지 성공한 조성문 대표는 최근 실리콘밸리에 한국인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이제는 실리콘밸리에서 확고하게 자리를 잡은 조성문 대표는 실리콘밸리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내가 왜 이 일을 해야하는지’에 대한 확고한 의지와 목표가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리콘밸리에는 어떤 일이든 자신이 사회와 세상을 바꿀 수 있고 더 좋게 만들수 있다는 의지와 목표가 확실한 사람들이 모여있기 때문이다.

    20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국내 최대 테크 컨퍼런스 ‘스마트클라우드쇼 2018’에
    연사로 나섰던 조성문 대표를 만나 실리콘밸리 생태계와 도전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위한 조언을 들어봤다.

    - 가장 먼저 묻고 싶다. 왜 실리콘밸리였나.

    "우선은 실리콘밸리에서 꼭 사업을 하고 싶었다. 한국에서도 사업을 할 수 있지만 왜 굳이 실리콘밸리였느냐. 솔직히 말해서 당시에는 로망, 막연한 꿈이었다. 실리콘밸리에서 8년 넘게 살다보니 막연한 꿈이 구체화되기 시작했고 실리콘밸리의 장단점을 알게됐다.

    그 동네에서 살면서 자신감도 생겼다. 실리콘밸리의 다른 회사 사람들하고 교류하면서 이 회사들이 어떻게 하는지, 직원들을 어떻게 대우하는지 배웠다. 에어비앤비, 우버, 넷플릭스, 페이스북 등 글로벌 IT 기업에 다니는 직원들이 왜 항상 웃고 있는지. 사업을 위해 필요한 것들이 무엇인지 등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실리콘밸리에서 창업에 나설수 있었다."

    - 실리콘밸리의 특징과 장점은 무엇인가.

    "실리콘밸리 사람들이나 기업들은 국내에서는 많이 사용하는 ‘글로벌 진출’, ‘세계 진출’ 등의 말을 쓰지 않는다. 이런 말들의 영어 표현은 존재하지만 사용하지 않는다. 제품을 만들면 알아서 외국 사람들도 사용하고 자연스럽게 사업 영역이 넓어지는 것이다. 사실 실리콘밸리에서 주로 사용되는 언어가 영어인 점이 크다. 미국에서 만든 제품이 같은 영어권 국가인 캐나다, 영국 등에서 사용되고, 또 영국과 인접한 유럽으로 자연스럽게 전파된다.

    또 실리콘밸리내의 인재 풀이 특징이자 장점이다. 뽑을 수 있는 사람이 다르다. 실리콘밸리에 있는 사람들이 유독 더 똑똑한 것은 아니다. 머리가 좋고 똑똑한 사람들은 어느 지역이나 비율이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실리콘밸리에는 자신들이 생각하는 꿈과 본인이 하고 싶은 일거리를 제공하는 회사가 유독 많다. 실리콘밸리에 도전하고 싶어하고, 자기 손으로 세상을 더 좋게 바꾸고 싶고, 이런 도전에 주저함이나 두려움이 없는 사람들이 실리콘밸리로 온다.

    - 단점은 없나.

    사업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단점도 있다. 일단 인건비가 너무 비싸다. 24~25살만 돼도 연봉을 1억원 가까이 줘야 한다. 한국에서 과장, 대리급되면 연봉이 2억원까지도 올라간다. 하지만 이런 연봉을 기꺼이 주는 회사들도 많다. 그래서 사람 구하기가 어렵다."

    - 실리콘벨리에서 소위 말하는 잘 나가는 최고경영자(CEO)나 회사의 특징은 무엇인가.

    "결국 좋은 회사의 정의를 어떻게 내려야 하는가에 대한 답이 될 거 같다. 사업을 하는 이유가 분명한 회사가 좋은 회사라고 생각한다. 회사 창업자, CEO가 사업을 왜 하는지 그 이유를 분명히 알고 있어야 한다.

    저도 그거에 대한 고민 많이 했다. 돈, 명예, 사장님 소리 듣고 싶어서? 막연히 회사를 창업하고 싶어서? 분명하지 않은 이유로 하는 회사들 많다. 하지만 유난히 실리콘밸리에는 설립 목적, 회사 운영 이유가 분명한 회사들이 많다. 창업자나 CEO가 나는 정말 이것을 꼭 해결하고 싶고 하고 싶다는 이유가 분명히 서 있는 회사들. 이런 회사에서 내 꿈을 이룰수 있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회사들이 성공 가능성이 큰 것 같다."

    - 그렇다면 왜 이런 점이 중요한가.

    "직원을 채용할 때도, 직원들이 승진할 때도 회사를 설립·운영하는 기준을 적용하기 때문이다. 직원들에게는 어떤 점이 장점으로 다가오느냐. 직원들이 사내 정치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사장한테 잘 보이는게 중요한게 아니다. 일시적 인사평가가 중요하지 않다. 직원들은 그 회사가 어떤 것을 해결하고 사람들 삶을 어떤 방향으로 더 낫게 해주는 가를 고민하면 된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차. 이런 것은 목표가 분명하다. 정신적으로 성숙한 사람들은 자신들이 무엇을 이루고 싶은지 스스로가 알고 있다. 이런 사람들은 창업을 하거나 아니면 그런 일을 하고 있는 회사에 들어가서 일을 한다.

    회사도 목표가 분명한 사람들을 채용한다. 채용 인터뷰를 할 때 왜 이 회사여야 하는지 하나하나 자세하게 물어본다. 대답을 명확하게 하지 않으면 인터뷰 이후에 회사에서 연락을 받을 수 없다."

    조성문 차트메트릭 대표는 회사를 창업하거나 회사에 취직할 때 개인의 목표를 명확하게 설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선비즈DB
    - 직원을 뽑는 기준은 무엇인가.

    "게임빌에서 나온 이유를 단 하나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생각해보면 누구 밑에서 일한다는 기분이 들었던 것이 퇴사를 결심하게 된 이유 중 하나다. 그래서 이제 직원을 뽑을 때 직원들이 누구 밑에서 일한다는 느낌을 받게하지 않으려고 한다.

    앞서 언급하기도 했지만 내가 창업한 목적과 회사 발전 방향성을 공감하느냐가 직원을 뽑는 기준이다. 그리고 일단 뽑으면 밑에 직원이 아닌 일을 같이 하는 동료로 생각하려고 한다."

    - 언제 누구 밑에서 일한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할수 있을까.

    "누군가의 눈치를 봐야할 때 내가 누구 밑에서 일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악의로 업무를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생각하기에 회사 발전이나 내 업무에 도움이 될 것 같은 전시회를 갈 수 있다. 그런데 그 행위에 대한 사유서, 보고서를 써야하고, 윗 사람에게 말하는 일 자체가 그 사람에게는 너무 힘든 일일 수 있다. 인사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두려움이 수반되면 누구 밑에서 일한다는 기분이 들게되는 것 같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직원들이 이런 느낌을 받는다면 회사에서 나갈 가능성이 커진다.

    실리콘밸리에서 배운 점은 직원들을 관리하는 매니저들의 태도가 한국과는 많이 다르다. 어떤 프로젝트에서 팀을 이루고 있는 엔지니어가 있다고 치자. 엔지니어들이 매니저들한테 무엇을 잘 했고 무엇을 할지 보고는 하지만 매니저가 엔지니어들 감시는 하지 않는다. 노예들이나 감시당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저도 오라클에서 일할 때 보면 상사가 감시한다는 느낌을 받지 않았다. 상사는 애초에 내가 자리에 있는지 없는지 신경도 안 쓴다. 약속된 시간만 만난다. 일주일에 한시간. 그때도 심지어 회사로 갈 수 있는 상황이 안 되면 전화만 해도 된다. 꿈같이 들릴 수 있는데 결국 잘 나가는 회사들 특징과 맞물려 있는 내용이다."

    - 한국 기업 문화에서는 여전히 꿈같은 소리로 들린다.

    "물론 미국에서도 일 경과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 상사에게 보고하기는 한다. 하지만 미묘한 차이가 있다. 보고서를 작성하는 등 보고 형식이 아니다. 의사소통만 되면 된다. 상사 마음에 들기 위한 보고가 아니라 계획에 대한 의사소통을 하는 것이다.

    각자가 그 분야에서는 전문가다. 상사는 내가 하는 일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밑에 있는 사람들일수록 전문가가 돼야 한다.

    한국에도 이런 문화가 생길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한국 기업들에서 대리와 과장같은 직급이 많이 없어지고 있다. 직급의 차이는 서로의 역할만 다른 것이지 누가 더 우수하거나 우월하다는 것이 아니다. 한국도 좋은 방향으로 많이 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 한국과 실리콘밸리 기업 문화의 또 다른 차이점은.

    "미국 기업들은 직원들이 어떤 점에서 귀찮음을 느끼고 불편함을 느끼는지 파악하는데 상당한 노력을 기울인다. 귀찮고 불편한 일들은 오히려 직급이 높은 사람들이 맡거나, 아니면 그런 일만을 원하는 사람들을 따로 채용한다. 미국 기업들이 직원을 지키는 방법이다.

    게임빌에 있었을 때는 귀찮거나 불편한 작업을 밑에 직원들에게 시키는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한국에서는 직급이 밑으로 내려갈수록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생각하고 배워야 한다며 허드렛일을 시키는 것이 한국 문화에서는 당연했다.

    하지만 직급이 밑으로 내려갈수록 전문가가 되도록 도와주는 것이 회사 입장에서는 궁극적으로 이득이다. 더욱 저렴한 비용으로 고급스럽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밑에 직원들이라고 해도 문제 해결 능력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직원들이 불필요한 일에 시간을 쓰지 않도록 하는 것이 상사가 해야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위선으로 포장하려는 것이 아니라 실리콘밸리에서 배운 가장 큰 교훈이다."

    - 실리콘밸리에는 인도 출신 사람들이 상당히 많은데 실리콘밸리에 진출한 한국인 규모는 어느정도인가.

    "한국인이 지난 몇년 동안 눈에 띄게 폭발적으로 많이 늘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한국인 모임을 하면 참석하는 사람들이 늘었는데 모두 한명 한명이 고액 연봉자다. 상당한 교육수준과 전문성 있는 사람들이 실리콘밸리를 찾아오고 취직을 한다. 한국인들이 점점 실리콘밸리 주류에 녹아들어가고 있다는 것이 고무적이다.

    10년 전에도 사람들이 많았지만 전자공학 등 이공계 전공자들 위주로 한정적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마케팅, 사업개발, 디자인 쪽에도 한국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 이공계 출신이 아닌 사람들은 실리콘밸리에 어떻게 도전해야 하는가.

    "창업은 디자인을 전공하거나 경영대 출신 사람들도 당연히 할 수 있다. 다만, 실리콘밸리에는 엔지니어들과 IT 위주 기업들이 굉장히 많다. 또 이런 특성 때문에 기술에 초점을 맞춘 회사들이 투자를 받기에도 유리하다. 따라서 어떤 식으로든 기술분야와 연결고리가 있다면 창업에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 실리콘밸리에 도전하기 위해 가장 중점적으로 준비해야 하는 것을 한마디로 말한다면.

    "내가 왜 이 일을 하고 싶은가에 대한 준비가 가장 중요하다.

    코딩이나 영어 실력 등에서 조금씩 모자라는 것은 괜찮다. 어느 한 부분의 능력이 심각하게 떨어진다면 문제가 되는데 한국사람들에게 가장 큰 문제가 되는 것은 이 부분인 것 같다. 나도 MBA를 다닐 때 충격을 받았다. 나보다 어린 친구들도 이미 확고한 목표를 갖고 있었지만 정작 나 자신은 당시까지만해도 뚜렷한 목표가 없었다.

    미국에서 취직을 위한 인터뷰를 하면 마지막에 꼭 질문이 없냐고 물어본다. 가장 최악의 질문은 보험 적용 받을 수 있나, 회사에서 복지로 어떤 것을 지원해주나 등이다. 차라리 당신은 왜 이 회사에 다니고 있나를 물어봐라.

    내가 왜 이 일을 해야하는지 알고 들어오는 사람이 있으면 회사는 그 사람을 노예처럼 부릴 이유가 전혀 없다. 본인 스스로가 할일을 계속 찾아서 일을 해결하기 때문이다. 이런 부분을 많이 생각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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