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시대]② 아연강국 이끄는 영풍그룹…"에펠탑에 아연 썼다면..."

조선비즈
  • 조지원 기자
    입력 2018.09.26 07:00

    프랑스하면 떠오르는 에펠탑은 1889년 건축가 구스타브 에펠이 프랑스 혁명 100주년을 기념해 설계한 높이 302m의 철 구조물이다. 인부 250명이 25개월에 걸쳐 만들 만큼 대규모 작업이었다. 금속재료를 결합하는데 사용되는 작은 못인 리벳만 290만개가 쓰였다. 경량골조 설계로 바람의 저항을 최소화하고 하중을 줄이기 위해 튼튼하면서 가벼운 철강재로 만들었다. 에펠탑 본체는 탄소 함량이 낮은 연철(鍊鐵) 7300t으로 만들었다.

    철로 만든 에펠탑은 외부에 노출돼 있는 만큼 꾸준히 보수 작업을 해야 한다. 에펠탑 보수작업은 7년에 한 번씩 한다. 1889년 건설한 이후 17차례 보수했다. 도장공 25명이 14개월 동안 특수코팅제 페인트 60만t을 칠한다. 새 배설물과 녹을 제거하고 벗겨진 페인트를 발라내는 등 사전 작업도 필요해 한 번 보수 할 때마다 유지보수비용 2000만달러(225억원)가 든다.

    프랑스 파리 에펠탑 /조선일보DB
    네덜란드의 한 철강 부식 전문가는 에펠탑 건축에 사용된 철강재가 일반 강재가 아닌 아연도금 강재였다면 보수 작업을 17번에서 7번으로 줄일 수 있었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그는 외장 페인트 시스템과 철강재를 아연으로 도금한 뒤 페인트를 칠하는 듀플렉스(Duplex) 시스템을 비교했다.

    듀플렉스 시스템은 페인트 피막에 손상이 생겨도 아연막이 철 부식을 막아준다. 아연도금 철강재는 일반 철강재보다 부식 진행 속도가 늦어 에펠탑의 경우 7년에 한 번 보수할 것을 15년에 한 번으로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번 보수작업 할 때마다 보수비용 1000만달러(110억원)를 아낄 수 있었다는 계산도 덧붙였다.

    아연도금은 가장 경제적이고 효과적인 부식방지 방법으로 꼽힌다. 철강재 표면에 아연이 붙어 있으면, 아연이 먼저 산화하면서 철이 부식되는 것을 막아줘 보호피막 역할을 한다. 아연과 철이 만나면 두 금속의 전위차 때문에 전자가 이동하는데, 양극이 되는 아연은 활성전위를 가져 부식 속도가 빨라지고 음극인 철은 반대로 부식이 느려지는 원리다.

    이런 성질 때문에 아연은 대부분 부식 방재를 위한 도금 소재로 쓰인다. 철강, 자동차, 가전, 전기, 건설 등 여러 산업에서 중요한 기초 소재로 활용되는데, 특히 자동차와 가전제품 외장제, 건설용 철판재의 도금 원료가 대표적이다.

    아연 잉곳(금속 또는 합금을 한번 녹인 다음 주형에 흘려넣어 굳힌 것) /블룸버그
    ◇ 네 번째로 중요한 금속 아연…세계 1·4위 제련소 보유

    아연은 철, 알루미늄, 구리에 이어 네 번째로 중요한 금속으로 꼽힌다. 소비량은 국가 경제력과 비례하는데 주요 아연 소비국으로는 한국, 중국, 미국, 일본, 독일, 벨기에 등이 꼽힌다. 2017년 기준 한국 정련아연(순도를 높인 아연) 소비량은 73만5300만t이다.

    정련아연 생산량은 세계 1위 중국 다음으로 많다. 광물자원공사에 따르면 2017년 기준 한국의 아연 광산 생산량은 세계 1316만6000t 가운데 2100t(0.01%)에 불과하지만, 정련 생산량은 1376만4500t 중 106만9300t(7.7%) 수준이다. 아연은 비철금속 자원빈국인 한국에서 자급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금속으로 꼽힌다.

    아연 광석을 대부분 수입하는 한국이 아연 강국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이유는 영풍그룹 계열사 고려아연(010130)영풍(000670)이 세계적인 아연 제련소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연 생산량 기준으로 고려아연 온산제련소는 세계 1위, 영풍 석포제련소는 세계 4위다.

    재계서열 26위 영풍그룹은 1949년 황해도 출신 고(故) 장병희 창업주와 고 최기호 창업주가 동업해 만든 무역회사 영풍기업사가 모태다. 두 가문은 지금까지 공동경영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장병희 창업주의 아들 장형진 영풍그룹 회장이 영풍을 맡고, 최기호 창업주의 아들 최창근 고려아연 회장이 고려아연을 맡고 있다.

    영풍은 초기에는 철광석을 주로 수출하다가 1970년 경북 봉화군에 국내 최초 아연제련공장인 석포제련소를 설립하면서 비철금속 제련업에 진출했다. 아연괴를 수입에 의존하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결정이었다. 1974년에는 고려아연을 설립한 뒤 1978년 온산제련소를 준공했다.

    영풍그룹은 포스코(005490), 현대제철(004020)등 국내 기업에 안정적으로 아연을 공급함으로써 수급과 가격 안정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고려아연은 계열사 영풍과 함께 국내 아연 시장 점유율 87%를 차지하고 있다. 작년 1분기 국내 수요 50만4409t 중 고려아연과 영풍은 각각 26만4717t(52%), 17만6226t(35%)을 공급했다.

    고려아연의 온산공장 야경 /
    ◇ 발광 다이오드·전기차 등 차세대 사업에도 진출

    고려아연은 연(鉛‧납) 생산량도 세계 1위다. 고려아연은 연산 30만t으로 생산량 기준 세계 2위였지만, 2016년 제2비철단지를 완공해 생산량을 43만t으로 늘리면서 세계 1위였던 중국 위광제련소를 뛰어넘었다. 연은 자동차 배터리 원료, 건설자재, 전선피복, 방음재 등으로 활용한다.

    아연 제련 과정에서 금, 은 등 귀금속 뿐 아니라 인듐, 니켈, 비스무스, 팔라듐, 안티몬, 셀레늄, 백금, 카드뮴, 텔루륨, 코발트 등 희소금속도 만들 수 있다. 영풍은 아연괴, 황산, 황산동, 전기동, 인듐, 은부산물 등을 생산한다. 대부분 산업용 소재로 활용되는 희소금속이다. 산화아연은 발광 다이오드로도 사용된다. 가격이 기존 소재인 질화갈륨의 10%에 불과해 최근 주목 받고 있다.

    고려아연은 차세대 산업인 전기차 배터리 소재 시장에도 뛰어들었다. 고려아연 자회사 켐코는 지난 4월부터 배터리 양극재 핵심 원재료 중 하나인 황산니켈을 본격 생산하고 있다. 황산니켈은 배터리 4대 핵심원재료(양극재, 음극재, 전해액, 분리막) 중 하나인 양극재의 주원료다. 차세대 고용량 리튬이온배터리의 양극재 내 니켈 비중은 80% 수준이다. 배터리 업계는 수급이 어려운 코발트 함량을 줄이고 니켈 비중을 높이는 추세다.

    켐코는 2018년 3월 울산 온산공단에 생산 공장을 완공해 연간 3만t 규모 황산니켈 생산 시설을 갖췄다. 향후 8만t 수준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LG화학(051910)은 작년 11월 10억원을 투자해 켐코 지분 10%를 매입하기도 했다. 비철금속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핵심 소재인 니켈을 고려아연 비철금속 생산 노하우를 통해 확보하게 되면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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