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에 10兆 투자땐 좋은 일자리 6만개 창출"

조선일보
  • 조재희 기자
    입력 2018.09.19 03:08

    주형철 한국벤처투자 사장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들은 투자 금액 1억8000만원에 한 명의 일자리를 만들어 냅니다. 연간 10조원 넘게 투자를 하면 좋은 일자리가 한 해에 5만개, 6만개씩 생겨날 수 있습니다."

    지난 14일 서울 서초동 본사 사옥에서 만난 주형철 한국벤처투자 사장은“벤처 창업 생태계 발전을 위해 창업 3년 이내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4일 서울 서초동 본사 사옥에서 만난 주형철 한국벤처투자 사장은“벤처 창업 생태계 발전을 위해 창업 3년 이내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SK커뮤니케이션즈 대표를 지낸 주 사장은 지난 2월 모태펀드 운용 기관인 한국벤처투자 사장으로 선임됐다. /김연정 객원기자
    지난 14일 서울 서초동 본사 사옥에서 만난 주형철 한국벤처투자 사장은 "지속 가능한 좋은 일자리를 가장 적은 비용을 들여 효과적으로 만들어 내는 게 바로 벤처투자"라며 이같이 말했다. 한국벤처투자는 정부 예산으로 조성한 벤처투자 모태펀드를 운용하기 위해 2005년 설립한 공공기관이다. 지난 13년 동안 펀드 600여 개를 통해 모두 14조원가량을 벤처에 투자했다. 지난해 모태펀드가 출자한 펀드의 벤처투자액만 1조8000억원에 이른다. 벤처기업 해외 자금 유치 지원, 벤처캐피털 육성의 역할도 맡고 있다. 주 사장은 SK커뮤니케이션즈 대표, 서울산업진흥원 대표를 거쳐 올 2월 임기 3년의 한국벤처투자 사장에 올랐다.

    ◇3년 이내 스타트업에 투자 확대

    주 사장은 국내 벤처 생태계 발전을 위해 설립 3년 미만의 초기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한국벤처투자가 운용하는 모태펀드의 설립 3년 이내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비중은 업체 수 기준으로 45.7%, 금액 기준으로 30.8%에 이른다. 주 사장은 "막 창업한 업체들에 대한 투자는 높은 수익이 예상돼도 민간 자금이 쉽사리 들어가기 어렵다"며 "리스크를 감수하더라도 새로운 기업에 투자하는 게 우리 역할이고 앞으로도 비중을 늘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개인 투자자들이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엔젤투자를 확대하기 위한 방안도 중소벤처기업부와 추진하고 있다. 국내 엔젤투자 규모는 지난해 기준 2814억원으로 미국의 100분의 1 수준이다. 주 사장은 "엔젤투자가 들어간 지 2~3년 된 기업에 우선으로 투자하는 벤처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라며 "펀드가 엔젤투자자의 주식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투자 회수 기간을 줄여주면 부동산 등으로 빠져나가는 개인 자금을 벤처로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우리의 경제 규모 차이를 계산하면 엔젤투자가 연 3조원 규모로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니콘(기업 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 기업 육성을 위한 펀드 대형화도 시급한 과제라고 밝혔다. 주 사장은 "유니콘 기업을 육성하려면 창업 초기부터 성장 단계마다 자금이 들어가야 한다"며 "규모가 작은 국내 펀드들은 정작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시기에는 손을 떼고 마는데 이런 악순환을 없애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벤처투자에 따르면 국내 벤처투자 펀드 규모는 평균 250억원으로 미국의 7분의 1 수준이다. 주 사장은 "지난달 KEB하나은행과 공동 출자해 1100억원 규모 펀드를 만든 것이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첫 걸음"이라며 "은행, 증권사, 대기업을 만나 추가 펀드 조성을 위한 논의를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벤처투자 규모 연 10조원으로 성장 필요

    주 사장은 시중에 벤처 자금이 넘쳐나면서 옥석을 가리기가 힘들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국내 벤처투자 규모는 여전히 미흡한 수준이고 앞으로 더 커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국내 벤처투자 규모가 2조3000억원이었는데 1990년대 말에는 연간 2조5000억원에 달했다"며 "버블 붕괴로 4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던 투자액이 이제야 과거 수준을 회복한 것일 뿐"이라고 했다. 이어 "국내 산업 규모를 감안하면 연 7조원은 투자돼야 제대로 벤처 생태계가 살아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GDP(국내총생산) 대비 벤처투자 비중으로 보면 한국은 0.13%로 미국의 0.36%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우리나라 교육 수준과 잠재력을 생각하면 벤처투자 규모는 지금보다 2~3배 더 커져야 한다는 것이다.

    주 사장은 벤처투자 활성화를 위해서는 현재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민간 비중이 90%까지 확대돼야 한다고도 말했다. 그는 "선진국처럼 우리나라도 대기업들이 벤처투자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일반 투자자들도 활발하게 참여하면서 벤처 생태계를 민간 주도로 바꿔가야 한다"며 "민간 자금이 본격적으로 유입되면 국내 벤처투자 규모가 연간 10조원을 찍는 날도 곧 올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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