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톡톡] CJ제일제당의 '미슐랭 식당' 우오, 솥밥 대신 햇반 제공 논란

조선비즈
  • 유윤정 기자
    입력 2018.09.17 08:35

    최근 맛있는 음식을 통해 즐거움을 느끼려는 경향이 커지면서 ‘미슐랭(미쉐린) 가이드’에 소개된 고급 음식점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이들은 ‘맛’에 상당한 가치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신세계조선호텔 고급 식당 한 관계자는 "고급 일식을 경험하기 위해 혼자 식당을 찾는 20~30대가 많다"며 "런치 정식이 10만원이 넘는데도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는 젊은이들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소비자들은 미슐랭 가이드에 소개된 식당을 신뢰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지인이나 상사, 거래처 등에 대접할 때, 처음 가보는 곳이라 해도 정성스런 서비스와 맛을 보장받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청담동 고급 일식집 우오
    하지만 막상 비싼 돈을 지불하고 실망스러운 경험을 하는 소비자도 많습니다.

    CJ제일제당(097950)이 운영하는 청담동 고급 일식집 ‘우오’는 정통 일식집을 표방하고 있습니다. 런치 오마카세(주방장 특선요리)가 10만원, 디너 오마카세가 20만원으로 꽤 비싼 편입니다. 이런 고급 일식집에 나온 밥이 즉석밥인 ‘햇반’으로 밝혀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CJ는 햇반은 영양과 맛 측면에서 즉석에서 직접 지은 밥보다 못할 것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또 몇시간 전에 전기밥솥으로 밥을 지어 보온 상태로 둔 밥보다 햇반이 낫다고도 주장합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직접 밥을 짓는 것보다 햇반을 내놓는 것이 오히려 더 비싸다"고도 했습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의견은 달랐습니다. 햇반이 맛과 영양에서 직접 지은 밥에 모자랄게 없더라도 미슐랭 가이드에 소개될 정도의 고급 일식당에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죠.

    기업 마케팅 전문가들은 햇반은 품질은 우수할지 모르지만 다수 소비자에게 각인된 이미지는 싱글족이나 업무에 바쁜 사람들을 위한 제품이라는 측면이 강해서, 분위기 있는 고급 음식점에서 제공하는 밥으로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지적합니다.

    우오에 갔다가 햇반을 먹은 소비자들은 "밥으로 햇반이 나오는 줄 미리 알았다면 절대 가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하더군요. 어떤 분은 햇반이 그렇게 좋다면 우오는 왜 사전에 메뉴판에 밥이 햇반임을 표시하지 않았는지 궁금하다"고도 했습니다.

    이에 비해 미슐랭 가이드에 같이 이름을 올린 고급 일식집 ‘스시조’는 테이블마다 솥을 갖고 와 직접 지은 밥을 그릇에 담아줍니다.

    업계는 CJ제일제당의 수익성 강화를 원인으로 꼽습니다. 우오를 비롯한 파인다이닝(고급식당)은 원래 CJ그룹 외식전문 계열사인 CJ푸드빌이 운영했습니다. 하지만 CJ푸드빌은 뚜레쥬르, 비비고 등의 해외 적자 탓에 부채가 크게 늘면서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습니다. 투썸플레이스를 해외 사모펀드(PEF)에 매각하고서야 자본잠식을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파인다이닝은 매장도 적고 이익을 내기 힘든 구조라, 덩치가 크고 이익을 내는 CJ제일제당이 운영하면 재무적 부담이 훨씬 줄어들 수 있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우오와 함께 고급 한정식 다담, 몽중헌(중식), 스테이크하우스(양식) 등 고급 레스토랑 4개 운영권이 CJ제일제당에 넘어갔습니다.

    이후 CJ제일제당은 돈이 안되는 점포를 없애는 등 수익성에 올인하고 있습니다. 올 4월에는 다담을 폐업했습니다. 다담은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있는 한식당으로 미슐랭 가이드에 소개된 곳입니다. 런치코스가 4만∼9만원, 디너코스가 7만∼16만원 수준인 고급 한식당이었죠.

    우오 햇반 논란이 확대되면서 CJ제일제당 측은 "앞으로 햇반을 쓰지 않기로 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미슐랭 식당에 대한 논란은 여전할 것 같습니다. 우오가 밥이 햇반임을 숨기고 제공하다 논란이 되자 햇반을 쓰지 않겠다고 바꾼 것 자체가 이전에 햇반을 제공한 것이 문제였음을 시인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미슐랭 측은 요리법과 풍미의 완벽성, 요리에 대한 셰프의 개성과 창의성, 가격에 합당한 가치, 언제 방문해도 변함없는 일관성 등을 기준으로 식당을 평가하고 있습니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미슐랭 기준대로라면 우오는 풍미의 완벽성, 언제 변함없는 일관성 두 기준에 미달한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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