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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공급 대책 '그린벨트 딜레마'

  • 장상진 기자

  • 김선엽 기자

  • 입력 : 2018.09.17 03:07

    서울시 "해제 반대 입장 변함없다"

    정부가 주택 공급 확대 '딜레마'에 빠졌다.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해제 권한을 쥔 서울시는 해제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고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풀자니 단기(短期) 집값 급등 같은 부작용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서울시 그린벨트 현황
    서울시 관계자는 16일 정부의 그린벨트 해제 요구에 대해 "반대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거듭 확인했다. 진성준 서울시 정무부시장도 14일 언론 인터뷰에서 "공급이 중요하지 그린벨트 해제를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며 "그린벨트 해제가 집값 잡기에 효과가 있느냐, 투기 열풍을 확산할 가능성이 있느냐를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9·13 부동산 대책은 수요 억제책이다. 시장경제에서 가격은 '수요'와 '공급'이 결정하는데, 하나의 축에만 손을 댄 것이다. 공급의 핵심은 서울이다. 여권 관계자는 "9·13 대책에서 공급 대책을 미뤄놓은 의미는 간단하게 말해 서울시의 마음을 돌릴 수 있는 시간을 일주일 벌자는 것"이라며 "그런데 서울시가 꿈쩍도 하지 않는다는 데 당정의 고민이 있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도 "공이 서울시로 넘어갔는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일부에서는 "재개발·재건축이라도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12일 "서울 도심의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국토부는 9·13 대책 준비 과정에서 재개발·재건축 담당자를 한 번도 회의에 부르지 않았다. 검토 대상 자체가 아니었던 것이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용산이나 강남 등 알짜 재건축·재개발 사업 대상지엔 투기 세력이 이미 너무 많이 들어왔고, 그들이 큰돈을 버는 선택을 정부가 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여름부터 서울 부동산 시장이 급격히 달아오르기 시작하자 국토부는 대규모 주택 공급을 위해 서울시에 지속적으로 그린벨트 해제를 요청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강남권을 포함한 해제 후보지를 구체적으로 제안하며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대부분 더는 녹지라고 보기 어려운 '비닐하우스촌(村)'만 골라 해제를 제안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시 입장은 바뀌지 않았다. 여권 관계자는 "국토부-서울시 간 회의에서는 '공멸(共滅)하자는 거냐'는 큰소리까지 나왔지만, 서울시는 요지부동이었던 것으로 들었다"고 말했다.

    서울시의 반대 논리는 '그린벨트를 풀어 찔끔찔끔 아파트를 지어봤자 일부에게 로또 청약 기회를 줄 뿐, 전체 집값을 안정시키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2012년 정부가 '서민(庶民)에게 내 집 마련 기회를 주겠다'며 강남권 그린벨트를 헐어 주변 시세 반값으로 분양한 '보금자리 주택'은 입주자에게 수억원 차익만 챙겨준 결과를 낳았다는 비판을 받는다. 여기에 진성준 부시장은 "서울과 비교해 지방의 박탈감이 큰데, 서울의 그린벨트를 해제해 주택을 공급한다고 지방의 박탈감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냐, 정책의 실효성이 있을 것이냐는 의문"이라고도 했다.

    서울시는 그린벨트 해제의 대안으로 '유휴부지'를 거론한다. 철도 시설 등을 지으려 했지만, 실제로 사용되지 않은 빈 땅이다. 문제는 규모다. 최근까지 서울시가 제안한 유휴지는 대부분 아파트 2~3개 동(棟) 정도를 지을 수 있는 자투리땅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우리가 기대하는 수천 가구 규모의 지구 수준은 고사하고, 1000가구 이상 대단지를 지을 수 있는 곳조차 찾기 어렵다"며 "지금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도 그런 곳에 지어진 '나 홀로 단지'들은 가격이 오르지 않는다. 다시 말해 수요자가 원하는 공급이 아니란 것"이라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서울시는 용산 개발 계획 등으로 최근 아파트 시장에 다시 불을 붙인 원인 제공자"라며 "그런데도 '집값 안정은 중앙 정부 일'이라는 태도로 일관하는 상황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경기도 서울 인접 지역에 택지를 건설하면 서울 수요를 어느 정도 흡수할 수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이달 초 내부 검토 중이던 택지 후보지가 여당 국회의원을 통해 외부로 유출되면서, 해당 지역주민 반발로 일부가 무산 위기에 처했다.

    이처럼 공급 확대 논의가 지지부진하자, 최근에는 '용산 미군부대 이전 부지에 임대주택을 지어야 한다'는 청원이 청와대 홈페이지에 잇달아 올라오고 있다. '서울 집값이 안정되면 그때 정부가 수용해 공원으로 쓰면 된다' 등 청원 내용도 구체적이다.

    전문가들은 "이제는 재개발·재건축 요건 완화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한다. 이동현 KEB하나은행 부동산센터장은 "그린벨트는 지구 지정부터 인프라 공사를 거쳐 아파트를 준공하는 데까지 아무리 빨라도 5년이 걸리지만, 도심 내 정비구역은 3년 정도면 가시적인 공급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국토부 관료들도 '재건축·재개발 규제 해제'가 '그린벨트 해제'보다 주택 공급에 더 효율적이라는 것을 대부분 안다. 문제는 부작용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는 투기 세력에게 선물 보따리를 안기는 셈인데, 현 정부에서 공무원이 감히 그런 제안을 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고 말했다.


    ※ 이 기사는 조선일보 지면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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