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무협 IT마스터 '일본 불패'

  • 최현묵 기자

  • 입력 : 2018.09.17 03:07

    무역협회, 청년 취업 연수과정… 2001년 이후 누적취업률 98%

    12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4층 한국무역협회 무역아카데미 ICT 교육센터. 출입구에 들어서자 지문 인식 출석관리기 2대가 눈에 띄었다. 무협 SC(스마트 클라우드) IT 마스터 과정 연수생 300명은 매일 아침 8시 30분까지 이 기계에 지문을 찍어 출석을 체크한다. 이후 일본어와 IT 수업을 오후 6시까지 받고, 밤 8시까지 의무자율학습을 한다. 이런 생활을 11개월간 방학도 없이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계속한다. 고3 수험생 같은 엄격한 생활이다.

    12일 서울 삼성동 한국무역협회 ICT 교육센터에서 IT 마스터 과정 연수생들이 취업 의지를 다지며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12일 서울 삼성동 한국무역협회 ICT 교육센터에서 IT 마스터 과정 연수생들이 취업 의지를 다지며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연수생들은 11개월간 일본어와 IT를 배운 뒤, 대부분 일본 기업 등에 취업한다. /김연정 객원기자
    9월 10일 시작된 마스터 과정 36기 연수생인 이승준(28)씨는 "의무자습은 밤 8시까지지만, 대부분 10시나 11시까지 공부한다"며 "힘들긴 한데, 그래도 이걸 버텨내면 취업이 사실상 보장되기 때문에 의욕이 솟는다"고 말했다. 이씨는 비수도권 소재 대학교 경영학과를 작년 2월 졸업한 뒤 취업을 준비하다 '일본 취업'의 꿈을 안고 이곳에 들어오게 됐다.

    11개월간 일본어·IT 배워 98% 일본 기업 취업

    대학을 졸업한 20대 후반~30대 초반의 청년들이 이렇게 힘든 생활을 묵묵히 하는 이유는 높은 취업률이란 '당근' 때문이다. 2001년 개설된 IT 마스터 과정의 졸업생은 현재까지 총 2267명. 이 중 98%(2216명)가 취업에 성공했다. 2010년대 이후 거의 모든 졸업생이 소프트뱅크, 라쿠텐, NTT, 후지네트웍스, 일본IBM, 야후 재팬을 비롯한 일본 IT 기업에 정규직으로 취업했다. 한국 취업난과 일본의 구인난이 맞아떨어진 영향이 크다. '아베노믹스' 등으로 경기가 개선된 일본의 7월 실업률은 2.5%로 사실상 완전 고용 상태다. 일본 노동후생성 통계에 따르면 일본 정보통신기술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한국인은 2012년 4431명에서 2017년 7721명으로 늘어났다.

    무협 IT 마스터 과정 연수생 중엔 일본어와 IT를 처음 접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연세대 정외과를 나온 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던 신동철(34)씨는 작년 9월부터 올 8월 초까지 IT 마스터 34기 과정을 마친 뒤 일본 취업이 확정됐다. 신씨는 내년 4월부터 일본 도쿄의 IT 기업 AM테크로 출근한다. 신씨는 "프로그래밍은커녕 IT 용어도 몰랐지만, 대학 입시를 다시 치른다는 마음으로 이를 악물고 버텨냈다"며 "일본으로 생활 터전을 옮겨야 하지만, 부모님이나 친구들도 오랜 백수 생활 끝에 이뤄낸 취업을 축하해준다"고 말했다.

    역시 34기 졸업생인 이재준(30)씨도 내년 4월부터 일본 삿포로에 있는 IBM에 프로그래머로 출근한다. 한양대 일본어문화학과를 졸업한 이씨는 "일본 IBM에 취업했다니까 친구들이 '네가 무슨 IT를 하냐'며 놀라워한다"며 "일본 IBM에서 은행 결제 애플리케이션 개발 등 프로그래머로 일한 뒤 국내 IT 기업에 경력직으로 오거나 아예 창업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수생 한 명당 11개월간 총 교육 경비는 2000만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1000만원은 산업인력공단이 청년취업지원금에서 대준다. 교육장의 지문 인식 출석관리기를 설치한 곳도 산업인력공단이다. 나머지 1000만원 중 800만원은 무역협회가 부담하고, 연수생들이 부담하는 경비는 200만원이다.

    매년 일본 기업들 요구 사항 반영해 커리큘럼 고쳐

    이 과정은 철저히 현장 실무 위주다. 무협은 매년 두 번씩 일본 IT 기업 80~100곳을 대상으로 '뭘 더 가르치면 좋을지' '더 이상 가르칠 필요가 없는 건 뭔지' 등에 대해 설문조사를 한다. 설문조사 결과는 대부분 교육과정의 변화로 이어진다.

    예를 들어 웹 프로그램 개발 과정에서 기존에 많이 가르치던 '자바 서블릿 JSP 언어' 교육을 줄이고, 스프링·마이바티스 등 프레임워크 기반 웹 프로그램 교육 시간을 늘리는 식이다. 내년에는 AI(인공지능) 관련 교육과정이 신설된다.

    인성(人性) 교육도 늘리고 있다. 무협 IT 마스터 과정 지현수(45) 부장은 "높은 이직률로 고민하는 일본 기업들이 '직업의식을 가르쳐달라'는 요청을 하고 있어서 올해 관련 특강을 많이 편성했다"고 말했다.

    일본 기업들의 신뢰는 갈수록 높아진다. 무협 아카데미 강석기 과장은 "일본 기업들 사이에 '무협은 제대로 교육을 시킨다'는 믿음이 생겨났고, 그게 높은 취업률로 이어졌다"며 "취업률이 높다 보니 연수생들도 미래에 대한 확신을 갖고 열심히 공부하는 상승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 이 기사는 조선일보 지면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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