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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기업들 "1020이 왕이로소이다"

  • 강동철 기자

  • 입력 : 2018.09.17 03:07

    삼성전자·SKT·네이버·카카오 등 "핵심 소비자 놓칠라" 공략 나서

    세계 1위 스마트폰 업체인 삼성전자는 다음 달 11일 말레이시아에서 중가 스마트폰인 갤럭시A 신제품을 공개한다. 행사에는 삼성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고동진 사장도 직접 참석한다. 이번 제품에는 삼성 스마트폰 가운데 최초로 후면 카메라 렌즈가 4개 탑재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이 카메라 성능을 대폭 업그레이드한 것은 1020세대 소비자들의 마음을 잡기 위해서다. 중국 화웨이·샤오미가 비교적 저렴한 가격대에 트리플 카메라(렌즈가 3개), 안면인식 등 최신 기술을 탑재한 스마트폰으로 젊은 소비자들을 사로잡자 반격에 나선 것이다. 고 사장은 "(1990년 이후 출생한) 밀레니얼 소비자들이 우리의 핵심 고객층 중 하나"라며 "합리적인 가격대의 제품들에 최첨단 기술을 먼저 탑재해 젊은 소비자들이 삼성의 기술력을 체험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뿐만 아니다. 국내 1위 통신업체 SK텔레콤, 국내 1위 인터넷 기업인 네이버, 1위 모바일 메신저인 카카오도 위기감을 느끼고 1020세대 잡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한양대 한상린 교수(경영학)는 "IT 분야는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10년 전 1020세대의 전폭적인 호응을 받았던 통신·인터넷 분야 1등 기업들도 잠깐 안주하면 한물간 기업 취급을 받는다"며 "1등 기업들도 끊임없이 새롭고 재미있는 서비스를 선보이지 않으면 금세 뒤처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신제품부터 서비스까지 1020세대 겨냥

    1등 기업들은 1020세대를 붙잡기 위해 신입 직원들로 구성된 별도 조직까지 만들어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SK텔레콤은 이달 4일 1020세대를 겨냥한 요금제인 '0(영·Young)'을 출시했다. 대학생들은 캠퍼스 내에서 무료로 데이터를 쓸 수 있고, 청소년들은 자주 찾는 편의점에서 데이터를 충전할 수 있는 '데이터 스테이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SK텔레콤은 이번 요금제 출시를 위해 입사 3년 차 이내로 구성된 기획팀을 따로 조직해 시장 조사부터 요금제 기획까지 전담하도록 했다.

    1020세대를 겨냥한 1등 기업들의 대작전
    /일러스트=박상훈
    네이버도 신입사원들로만 구성된 '스테이션 제로'라는 조직을 통해 젊은 층의 서비스 이용 행태를 분석해 서비스에 반영하고 있다. 한성숙 대표가 직접 보고를 받으며 챙긴다. 네이버는 최근 1020세대를 겨냥한 이미지·동영상 서비스 업데이트도 단행했다. 사용자가 찾은 검색어와 관련 있는 영상을 쉽게 연결해볼 수 있도록 하는 추천 기능은 유튜브를 겨냥했다. 카카오는 잘못 보낸 메시지를 삭제할 수 있는 기능을 곧 추가한다. 페이스북 메신저 등 다른 메신저와 달리, 카카오톡은 삭제 기능을 지원하지 않는 데 대한 1020세대의 불만을 반영한 것이다. 이에 앞서 지난 6일에는 대대적인 카카오톡 업데이트를 단행했다. 우선 카카오톡 프로필의 사진 크기를 키우고 자기 소개와 배경 음악까지 한 번에 친구들에게 보여줄 수 있도록 했다. 자신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기를 좋아하는 젊은 소비자들의 니즈(needs·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것이다.

    1등 기업들이 밀레니얼 세대 공략에 총력전을 펼치는 이유는 유독 젊은 소비자들에게는 영향력이 갈수록 약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현재 20대 이하 젊은 층에서 SK텔레콤의 점유율은 30%대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의 전체 시장 점유율(42.2%)과 비교해보면 뒤떨어진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청소년들은 스마트폰과 통신 서비스를 '유튜브를 보기 위한 기기와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비싼 삼성 스마트폰에 SK텔레콤 요금제보다는 저렴한 중국산(産) 스마트폰과 알뜰폰으로 유튜브를 보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1등 기업들도 향후 5년 뒤 회사 실적에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25세부터 49세 사이의 소비자들을 가장 구매력이 높은 층으로 분류한다. 지금 1020세대의 마음을 잡지 못한다면 미래의 핵심 소비자를 놓치게 되는 것이다. 한 대기업 고위 관계자는 "예전에는 국내 1등 기업의 영향력이 20~30년간 지속되기도 했지만 스마트폰과 인터넷에서는 당장 1, 2년 뒤도 장담하기 힘들다"면서 "기술의 융·복합 추세와 함께 구글과 페이스북·아마존 같은 거대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이 가속화되면서 국내 기업들이 1등 자리를 지키기가 갈수록 버거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 이 기사는 조선일보 지면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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