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국민연금 정문에서 인터넷이 먹통됐던 기억

입력 2018.09.14 11:40 | 수정 2018.09.15 10:06

"잘 터지지 않죠? 이쪽에 손님 모시러 오면 제 폰도 종종 먹통으로 변해요."

지난 2월 국민연금공단이 전북 전주에서 개최한 ‘기금 국민설명회’ 현장취재를 마치고 서울행 기차를 타기 위해 전주역 가는 택시에 올랐다. 공단 정문에서 택시를 기다리는 동안 스마트폰을 열었는데 인터넷 접속이 느렸다. 차에 타 이 사실을 말했더니 택시기사는 "이 일대가 아직 좀 그렇다"고 말했다.

문득 반년 전 기억이 떠오른 건 전날 미국 유력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국민연금에 대한 기사를 1면에 실었기 때문이다. WSJ은 세계 3대 연기금으로 성장한 국민연금이 1년 넘게 투자책임자(CIO) 물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그 이유를 국민연금의 위치, 낮은 임금, 정치 외풍, 생활 여건 등과 연결했다. 특히 위치에 대해서는 ‘돼지와 가축 분뇨 냄새’라는 조롱에 가까운 표현을 썼다. 기사를 접한 국내 금융투자업계는 "이게 무슨 개망신이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국민연금 전주 이전에 따른 인력난은 진작부터 예견됐다. 이를 확인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기금운용본부에서 일했거나, 일하고 있거나, 앞으로 일하고 싶어하는 자산운용 전문가에게 직접 물어보면 된다. 단 한 사람도 예외없이 "전주까지 왜 가야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그럴 리 없다며 현실을 애써 외면하는 이는 정부와 국민연금의 전주 이전을 주도한 정치인뿐이다.

전주를 지역구로 두고 있는 민주평화당 김광수 의원은 국민설명회 당시 축사자로 나서 "기금운용본부가 논두렁에 갔다고 비판하는 이들이 있는데, 인력 이탈은 예전부터 있어왔다. 직원들이 나가는 건 보수 때문이지 위치 때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전북 지역에 연기금전문대학원을 설립해서 운용역을 자체 수급하겠다"고 했다.

현장 경험과 글로벌 네트워크가 중요한 연기금 운용직을 학교 교육으로 충당하겠다는 발상 자체도 웃긴데, 김 의원이 큰소리 친 연기금대학원은 현재 교육부의 반대에 부딪혀 난항을 겪고 있다.

지역 균형발전에 반대할 이는 없다. 지방이 발전하면 ‘억’소리 나는 서울 집값 안정화에도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기관의 기본적인 특성조차 고려하지 않고 정치적 논리에 따라 강행되는 공공기관 이전의 결과는 불보듯 뻔하다. 대표적인 실패 사례가 국민연금이다.

공룡 국민연금을 허허벌판에 갖다두면 국내외 금융투자사들이 알아서 ‘헤쳐 모여’할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아마추어다. 지난 수십년간 해외 큰손들과 관계를 맺으며 국내 금융투자의 허브로 성장해온 곳이 서울 금융가다. 공무원연금과 사학연금이 각각 제주도와 전남 나주로 이전하면서 자산운용부문 만큼은 서울에 남긴 이유다. 아우들도 아는 사실을 맏형만 모르고 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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