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예림당 나춘호 회장 13년만에 경영 복귀 이유는?

조선비즈
  • 박용선 기자
    입력 2018.09.14 10:28

    "어떤 어려움도 극복하겠다"는 강인한 의지와 협동심 강조
    ‘와이(why)’ 외 새로운 브랜드 개발, 중국 시장 공략
    장남 나성훈 이사는 티웨이항공 경영에 집중


    나춘호 예림당 회장.
    ‘출판업계 대부’ 나춘호(76) 예림당 회장이 돌아왔다. 2005년 아들(나성훈 전 대표)에게 물려주고 은퇴한 지 13년만이다. 예림당은 8월 30일 나 회장을 대표이사로 신규 선임했다고 공시했다.

    나 회장은 1973년 혈혈단신으로 예림당을 설립했고, 회사를 국내 대표 아동도서 전문 업체로 성장시켰다. 예림당이 1989년 선보인 초등학생용 학습만화 브랜드 ‘와이(Why)’는 지금도 아동도서 시장에서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키고 있다.

    나 회장이 예림당 경영에 복귀한 것은 회사가 위기에 처했기 때문. 인터넷과 모바일이 발전하면서 독자들이 대거 동영상 시장으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2009년 태블릿PC를 활용한 전자책을 선보였지만, 가독성이 떨어지고 아이들의 시력 저하를 초래한다는 지적을 받으며 조용히 사업을 접어야만 했다.

    예림당이 미래 성장 동력을 못 찾고 있다는 것이다. 그 결과 예림당은 지난해 매출 263억원, 영업이익 18억원을 기록했다. 5년 전인 2012년과 비교하면 매출, 영업이익이 각각 45%, 85% 감소했다.

    나 회장은 전자책보다 동영상 교육 콘텐츠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를 위해 회사 내에 동영상 콘텐츠 개발팀을 만들었다. 하지만 그가 가장 강조하는 것은 경쟁력 있는 책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 회장은 "와이와 유아용 도서 브랜드 ‘스마트베어(2012년 출간)’ 이후 이렇다 할 브랜드가 없다"며 "100년 기업으로 지속성장하기 위해선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재밌는, 학습이 가능한 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예림당 경영에서 물러난 나춘호 회장의 장남 나성훈 전 대표(현 예림당홀딩스 이사)는 예림당의 계열사인 티웨이항공 경영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7일 서울 성수동 예림당 사옥에서 나 회장을 만났다.

    - 2005년 예림당 대표이사에서 물러났다 올해 8월 30일 복귀했다. 이유는.

    "회사가 큰 위기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국내 출판 시장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예림당 역시 매출이 줄고 있다. 1973년 예림당을 설립했고 평생 출판업에 종사했다. 출판사업을 누구보다 잘 안다고 자부한다. 2005년 대표이사에서 물러났지만, 회사 경영과 중요한 사안에 대해 나성훈 이사 등 경영진에게 조언했다. 예림당은 내 혼(魂)이 담긴 기업이다. 이대로 둘 수는 없었다. 나성훈 이사는 예림당 계열사인 티웨이항공 경영에 집중할 것이다."

    - 대표이사 복귀 후 가장 먼저 한 것은.

    "사업을 할 때 경영 환경, 시장 동향도 중요하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투혼’이다. 조직 내에 ‘어떤 어려움도 극복하겠다’ ‘할 수 있다’는 강인한 의지를 심어 넣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1960년대 말 대구에서 상경했고, 무일푼으로 예림당을 일궜다. 강인한 의지와 노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조직 내 이런 의지가 없어진 것 같다.

    조직원을 하나로 똘똘 뭉치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대표이사 혼자서 모든 것을 할 수 없다. 손자병법에 오월동주(吳越同舟)라는 말이 나온다. 적대 관계에 있어도 이해관계에 따라 뭉치고 하나가 된다는 뜻이다. 우리는 목표가 같고 같은 팀이라는 게 명확한데 하나로 뭉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강인한 의지를 가진 직원들이 하나로 뭉친다면 이겨낼 수 없는 것은 없다."

    - 예림당을 비롯해 출판 업계가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인터넷과 모바일의 발전으로 책을 읽던 사람들이 동영상을 보기 시작했다. 유튜브 등 공짜로 재밌게 뭔가를 배울 수 있는 동영상 콘텐츠가 많은데, 굳이 돈을 주고 책을 사서 읽지 않는다는 것이다. 2009년 출판업에도 태블릿 PC 등을 활용한 전자책 바람이 불었지만 시장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다. 작은 화면 등 읽기 불편하다는 단점을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예림당은 아동도서 전문 업체인데, 전자책이 아이들의 눈을 나쁘게 한다는 우려가 나와 전자책 시장에 제대로 진입하지 못했다.

    앞으로도 전자책 시장의 성장은 더딜 것으로 예상한다. 반면 동영상 교육 콘텐츠 시장은 빠르게 성장할 것이다. 이 시장을 잡기 위해 예림당 내에 동영상 콘텐츠 개발팀을 만들었다."

    예림당의 초등학생용 학습만화 브랜드 ‘와이(Why)’.
    - 현재 준비하고 있는 회복 전략은.

    "아직 회사로 복귀한지 얼마 안됐다. 좋은 책을 기획하고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지만, 가장 어려운 일이다. 예림당은 아동도서 전문 출판사다. 아동도서는 크게 세 가지 요소를 갖춰야 한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 ‘재밌어야 한다’ ‘책을 읽고 뭔가 배울 수 있어야 한다’ 아이들이 책을 읽고 뭔가를 배우지 못하고 단순히 재미있는 것으로 끝나면 장난감에 불과하다.

    현재 예림당의 문제는 초등학생용 학습만화 브랜드 ‘와이(Why)’와 유아용 도서 브랜드 ‘스마트베어’ 두 가지 브랜드에 매출이 너무 집중돼 있다. 새로운 브랜드를 개발해야 예림당이 지속성장 할 수 있다. 시간을 두고 하나씩 새로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 해외 시장 확대도 예림당의 성장 전략으로 꼽힌다.

    "45개국에 진출했다가 계약이 종료돼 현재 9개국에서 아동도서 사업을 하고 있다. 국내 아동도서 시장은 너무 좁다. 해외에 진출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다. 중국 시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1990년대 중국 사업을 시작했는데, 당시 너무 작은 출판사와 협력해 제대로 사업을 하지 못했다. 현재 중국 백과사전 시장 선두업체인 ‘중국대백과전서출판사(中国大百科全书出版社)’와 와이(Why)의 현지 판매 논의를 하고 있다.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

    - 2013년 저비용 항공사 티웨이항공을 인수했다. 항공업에 뛰어든 이유는.

    "예림당 실적이 꾸준히 증가했고 자금 여력이 생겼다. 다른 뭔가를 해야겠다고 고민하던 중 티웨이항공이 경매에 나온 것을 알게 됐다. 경영진과 논의한 후 ‘한 번 도전해보자’는 결정을 내렸고 티웨이항공을 인수했다. 이후 나보다 항공업을 더 잘 알고 경험이 풍부한 전문경영인에게 회사 경영을 맡겼다. 물론 최대주주로서 항공기 투입 등 중요한 투자 결정에 관여하고 있다."

    적자에 허덕이던 티웨이항공은 예림당이 인수한 지 1년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올 상반기에는 매출 3662억원, 영업이익 477억원을 기록,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 예림당 대표에서 물러난 장남 나성훈 예림당홀딩스 이사의 역할은.

    "나성훈 이사는 전문경영인과 함께 티웨이항공 경영에 보다 집중할 것이다. 출판보다는 항공업이 젊은 사람이 하기에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사업 규모도 항공업이 훨씬 크다. 난 한 평생을 바친 예림당의 새로운 도약을 이끌 것이다. 예림당은 올해 창립 46년을 맞았다. 현 위기를 잘 극복해 100년 기업으로 지속성장 했으면 한다. 내 마지막 소망이자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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