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세포 이용한 항암제 개발… "암 치료의 새 패러다임 열 것"

입력 2018.09.14 03:08

보령제약

48명의 환자 대상으로 임상2 돌입… 조건부 허가로 2022년 출시 목표


보령제약 자회사 바이젠셀의 연구원이 면역 항암제 연구를 하고 있다./보령제약 제공
암 치료에 새로운 전환점이 될 면역항암제 개발에 국내외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뛰어들고 있다. 면역항암제는 인체의 면역체계를 활용해 암을 치료하는 바이오 의약품이다. 면역세포를 활성화시켜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종양이나 바이러스 감염세포 자살을 유도하는 '자연살해세포(NK세포)', 암세포를 인식하고 이를 공격하는 'T세포'가 대표적인 면역세포다.

국내에서는 바이오벤처 유틸렉스와 보령제약 자회사 바이젠셀이 면역세포 기반의 면역항암제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특히 바이젠셀은 국내 의료기관 10곳에서 48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2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어, 국내에서 면역항암제 개발 속도가 가장 빠르다. 이르면 4년 내 환자들에게 투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면역세포 무장시켜 암세포 공격

바이젠셀이 개발 중인 면역항암제 'VT-EBV-201'은 희소 난치성 질환이자 혈액암의 일종인 NK·T세포 림프종 치료제다. 혈액암 중 면역세포인 NK세포나 T세포가 부족해 생기는 림프종을 치료하는 게 목표다. 지난해 12월 임상 2상 시험을 승인받았다. 투약 후 관찰 기간은 2년으로 바이젠셀은 2021년 임상 2상을 완료한 뒤 2022년 조건부 허가를 받아 출시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조건부 허가란 효과와 안전성이 검증된 의약품에 한해 임상 3상 시험을 진행한다는 조건을 전제로 판매를 허가하는 제도를 말한다. 주로 마땅한 치료제가 없는 질환을 목표로 개발된 신약을 하루라도 빨리 환자들에게 투약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마련됐다.

바이젠셀의 면역항암제 VT-EBV는 암세포의 항원에 반응하는 T세포를 골라내 배양한 뒤 환자에게 투여해 암을 치료하는 세포 치료제다. 핵심 기술은 환자나 정상인의 혈액에서 T세포를 분리해 특정 항원만을 인식하는 세포독성 T세포를 배양하는 것이다. T세포는 특정 종양 세포만을 인식하고 제거하는 세포를 말한다.

말하자면 평범한 전투병에게 적군을 찾아내는 특출한 능력을 부여해 강력한 특수부대원으로 변신시키는 것이다. 환자의 면역체계를 이용해 암세포만을 선택적으로 죽이기 때문에 부작용이 없고 일부 면역세포가 환자 몸에 남아서 재발을 방지할 수도 있다.

김태규 바이젠셀 대표는 "VT-EBV는 T세포가 지닌 암세포 살해 능력과 암세포를 기억하는 능력을 동시에 갖고 있다"며 "종양 치료 후 남은 미세 잔존 암을 지속적으로 공격해 암 재발을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면역항암제와 차별성이 있다"고 말했다.

혈액암 환자의 생존율 크게 높여

VT-EBV는 2015년 5월 미국 유전자세포치료학회 공식 학술지인 '분자 치료'에 치료 효과에 대한 논문이 발표되며 국제 학계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논문에 따르면 NK·T세포 림프종 환자 11명에게 VT-EBV를 투여한 결과 환자 11명의 5년간 생존율이 90%에 달했다.

NK·T세포 림프종은 희소 난치성 질환으로, 표준 치료법이 없다. 치료가 돼도 2년 이내 재발률이 75%에 달하고 재발하면 상당수가 사망하는 무서운 질환이다. 기존 항암제를 투여했을 경우 2년간 생존율이 약 26%에 그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VT-EBV의 임상 시험 결과는 대단한 성과로 평가된다.

바이젠셀은 VT-EBV 외에도 면역항암제 분야의 다양한 신약 후보들을 확보하고 있다. 급성골수성백혈병과 뇌종양, 폐암 등을 치료하는 면역세포 치료제를 준비 중이다.

김태규 대표는 "바이젠셀의 T세포 치료제는 종양 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 것"이라며 "2022년 임상 3상 조건부 허가를 받은 이후 중국과 동남아 등 아시아 시장에 진출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라고 설명했다. 보령제약은 올해 6월 기준으로 바이젠셀의 지분을 41.28%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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