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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업계, 이란산 원유 수입 끊고 미국산 도입 '사상 최대'

  • 설성인 기자

  • 입력 : 2018.09.13 15:16

    오는 11월로 예정된 미국의 대이란 제재 시행에 앞서 정유업계가 이란산 원유 수입을 지난달부터 중단했다. 우리나라는 중국·인도와 함께 이란산 원유를 가장 많이 수입했던 톱3 국가지만 미국의 동맹국으로서 선제적 조치에 나선 것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예견됐고, 국내 정유사들이 이란 비중 축소를 시도했다"면서 "이란산 원유를 쓰던 기업들이 미국, 카타르, 호주, 노르웨이 등으로 원유 도입 루트(경로)를 바꿨다"고 말했다.

    정유업계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산 원유 도입을 늘려왔는데, 올 11월 수입 물량이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중국에서 발생하는 원유 판매 감소 만큼 우리나라와 인도, 일본, 대만이 미국산 원유 구입을 늘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GS칼텍스의 미국산 원유 하역 장면./GS칼텍스 제공
    GS칼텍스의 미국산 원유 하역 장면./GS칼텍스 제공
    ◇ 8월 이란산 원유 수입 ‘0’…미국·노르웨이·아프리카 등으로 대체

    블룸버그는 이달 10일 국제 원유 수송 자료를 분석, 한국의 이란산 원유 수입량이 올 7월 기준 하루 19만4000배럴에서 지난달 ‘0’으로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대이란 제재 시행 전 우리나라가 가장 먼저 원유 수입 중단에 동참한 것이다. 그동안 국내 정유사 중 이란산 원유를 수입했던 곳은 SK이노베이션과 현대오일뱅크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이란산 원유 비중은 2015년 4.1%에서 지난해 13.2%까지 높아졌다. 올 1~5월에는 9.7%로 낮아졌다가 8월에는 아예 수입 중단에 이른 것이다.

    정유업계가 이란산 원유를 선호한 것은 초경질유(콘덴세이트)로 원유에서 석유화학 산업의 원료인 납사(나프타)를 많이 추출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원유 도입 리스크에 대비해 21개국에서 47개 유종을 수입하고 있다"면서 "이란산 원유 수입이 제한됐던 시절에도 구입 다변화를 했던 경험이 있고 올 들어 북해산(노르웨이), 아프리카산 등을 처음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은 최근 3년간 꾸준히 중동 의존도를 줄여왔다. 2016년만 해도 중동 비중이 85.9%에 달했지만 지난해 81.7%로 줄었고, 올 1~5월에는 76.3%까지 낮아졌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이란산 초경질유 수입 중단은) 미국산 수입을 늘리는 전략으로 대응하고 있다"면서 "다만 이란산 원유가 가격 경쟁력이 높기 때문에 제재 예외국으로 인정받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 11월 미국산 원유 수입 사상 최대…"두바이유보다 경제성 있어"

    로이터는 이달 11일 "세계 5위 원유 수입국인 한국의 미국산 원유 수입이 올 11월 사상 최대에 이를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산 원유 수입량이 올 9월 하루 22만1000배럴에서 올 11월에는 26만9000배럴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톰슨로이터 무역 데이터에 따르면 다음달 2일과 10일에 각각 여수항과 울산항에 200만배럴 물량의 유조선이 도착할 예정인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경제전문매체 CNBC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미국산 원유 수입은 지난해 상반기 308만배럴에서 올 상반기 1410만배럴로 급증한데 이어 올 9월과 10월에는 월간 기준으로 600만배럴을 상회하는 수준에 이를 전망이다.

    GS칼텍스는 지난해 미국산 원유를 480만배럴 도입했으나, 올 1~8월에는 1085만배럴을 수입했다. 멕시코산 원유도 지난해 770만배럴을 도입한 데 이어, 올 1~8월에 499만배럴을 수입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서부텍사스산원유(WTI·미국산)는 두바이유(중동산)보다 배럴당 수송비가 2~3달러가 더 들지만, 최근 WTI 가격이 두바이유보다 6~7달러 낮아 경제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12일(현지시각) 기준 WTI 가격은 배럴당 70.37달러,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77.45달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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