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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한진해운 파산의 길고 큰 후유증

  • 조지원 기자
  • 입력 : 2018.09.13 11:32

    [기자수첩] 한진해운 파산의 길고 큰 후유증
    "중국 선사 COSCO, 일본 선사 ONE은 자국 수출기업에 공간을 먼저 내어주는데, 한국 수출업체들은 운임을 더 주고 실으려고 해도 짐을 실어 나를 배를 못 잡아 애를 먹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해운물류업체 F사를 운영 중인 김모씨는 한진해운 파산으로 아직까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중국, 동남아, 서남아 등 세계 각국에 퍼져있는 한국 수출가공업체들이 이번 3분기(7~9월) 성수기를 겪으면서 운임을 더 주려고 해도 짐을 실을 공간을 확보하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는 것이다. 한진해운 파산으로 한국 선사 규모가 반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지난 7일 미주 서안노선 스팟(단기화물) 운임은 1FEU(1FEU는 40피트 컨테이너 1개)당 2332달러로 2011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운임이 오른다는 것은 실어 나를 물건은 많아졌는데, 선박이 충분하지 않다는 의미다. 운임 상승은 선사에 호재지만, 수출업체에 악재다. 물류비 부담이 커질 뿐 아니라 선박 공간 확보도 어렵다.

    과거 한진해운은 월마트, JC페니, 코스트코 등 미국 대형 유통업체와 연간 단위로 물류계약을 맺었다. 한진해운과 계약을 맺은 업체에 납품하는 국내 기업들은 이미 선복(적재 공간)이 확보돼 있기 때문에 배에 짐을 싣는 것만 신경 쓰면 됐지만, 한진해운이 사라진 이후에는 배부터 구해야 한다. 문제는 요즘 같은 성수기에는 운임을 더 준다고 해도 짐을 실을 수 있는 선박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중국‧일본 선사는 자국 기업 화물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고, 다른 외국적 선사는 돈 되는 중국 화주에 집중하고 있다. 한국에도 현대상선과 SM상선이 있지만, 두 회사의 선복량(적재용량)을 합쳐도 한진해운 사태 이전의 절반 수준도 안 된다. 한국 화주 물량을 충분히 처리할 수 없다.

    한진해운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한지 2년이 지났지만 후폭풍은 여전하다. 매년 성수기만 되면 같은 문제가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대책도 세우지 않고 세계 7위 해운사인 한진해운을 덜컹 파산시켰기 때문이다. 지금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대상선이나 SM상선마저 무너진다면 수출로 먹고 사는 한국은 더 이상 미래가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씨는 "한진해운이 무너진 충격과 산업에 끼치는 영향을 일반 사람은 모르겠지만, 수출로 먹고사는 입장에서는 엄청난 재앙"이라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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