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직격탄 맞은 전통시장...10만원으로 추석 차례상 차려보니

입력 2018.09.13 10:07

21개 제수용품 구매...전통시장, 지난 설보다 2만원 비싸
온누리 상품권 할인율, 지난 설보다 적은 편
대형마트는 설과 물가 비슷...전통시장과 가격차 줄어

추석을 앞두고 차례상을 준비해야 하는 주부들의 근심이 커졌다. 올 여름 기록적인 폭염으로 과일, 야채 가격이 크게 치솟은 까닭이다. 잎채소는 폭염으로 녹아들었고, 과일은 고온현상으로 생육이 끝나는 시기가 앞당겨 지면서 물량이 부족해 졌다.

온누리상품권 10개와 5000원을 들고 쇼핑에 나섰다. 지난 설 차례상 쇼핑은 9만4000원이 들었지만, 이번 추석에는 11만4000원을 썼다./ 안소영 기자
조선비즈는 12일 각각 10만원을 들고 전통시장(서울 광장시장)과 대형마트(서울 이마트 성수점)을 찾아 차례상 쇼핑에 나서봤다. 3~4인 가구용 ‘미니차례상’을 준비하며 지난 설보다 가격이 얼마나 올랐는지 확인하고자 했다. 지난 설과 똑같은 상품을 구하지 못한 경우에는 원산지와 용량을 최대한 비슷하게 맞추기 위해 노력했다.

21개 제수용품을 사는데 드는 비용은 전통시장이 11만4000원, 대형마트가 12만8650원이었다. 전통시장은 지난 설에 비해 2만원 올랐고, 마트는 2000원 올라 시장과 마트의 성수품 가격 격차는 줄었다. 마트는 한우나 과일을 저장하는 방식을 사용해 물가를 잡았지만, 시장은 직격타를 맞았다.

◇ 서울 광장시장 가보니...온누리 상품권 혜택 줄고, 과일 가격 크게 올라

기자는 지난 설과 똑같이 적은 용량을 저렴하게 사기 위해 서울 중심가에 위치한 광장시장을 찾았다. 장보기 앞서 전통시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할인권인 ‘온누리상품권’을 구매하기 위해 10만원과 신분증을 들고 은행을 찾았다. 은행 두곳에서는 온누리 상품권이 이미 품절돼, 세번째로 찾은 은행에서 온누리상품권을 구매할 수 있었다.

온누리상품권은 액면가보다 낮은 금액으로 살 수 있어 할인효과를 누릴 수 있는데, 올 추석 할인율은 지난 설에 비해 낮았다. 지난 설(2월1~14일) 온누리상품권 할인율은 5%에서 10%로 올라, 9만원으로 10만원어치를 구매할 수 있었다. 반면 이번에는 추석 2주 앞으로 다가왔는데도 5%를 유지했다. 기자는 10만원으로 바꾼 온누리상품권 1만원권 10장과 남은 5000원을 가지고 전통시장으로 향했다.

추석이 2주 앞으로 다가오자, 전통시장을 찾는 사람들이 늘었다. 12일 오전 찾은 은행 2곳에서는 온누리상품권이 품절돼 추가 입고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안소영 기자
기자는 먼저 차례상하면 떠오르는 사과와 배를 구매하러 과일가게를 찾았다. 과일가게는 폭염으로 인한 물가상승의 직격탄을 맞은 듯 했다. 사과는 지난 설에 비해 가격이 거의 오르지 않았지만 배 가격은 놀라울 정도로 훌쩍 뛰었다. 지난 설에 배를 살 때는 9000원이었지만 올 추석에는 1만6000원으로 77% 상승했다.

다른 곳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설에 비해 밤(5000원), 흙대파(2000원), 대추(2000원) 등의 가격도 올랐다. 한우국거리(180g)도 7000원에서 9000원으로, 한우 산적용(190g)e도 8000원에서 9000원으로 비싸졌다. 정육점 사장 A씨는 "그간 고기값을 올리지 않았는데, 한우 원가가 상승해 남는게 없어 어쩔 수 없이 올렸다"고 했다.

다만 전통시장인만큼, 인심을 느낄 수도 있었다. 삼색 나물을 만들기 위해 찾은 채소가게에서는 시금치를 지난 설과 같은 가격(3000원)에 내줬다. 폭염탓에 2배 가까이 올랐지만, 저렴하게 내준 것이다. 시금치를 팔던 상인은 "본래 6000원짜리인데 오늘 싸게 가져오기도 했고, 딸 같아서 더 싸게 주는 것"이라며 반근(200g)이 넘는 양을 담아줬다. 이외에도 기자가 길을 찾지 못하면 모두가 제 일처럼 도와주거나, 짐 드는 것을 도와주기도 했다.

전통시장에서 미니차례상을 위해 구매한 식재료들./ 안소영 기자
설과 비교하면서 차례상 쇼핑을 해본 기자는 전반적으로 물가가 올랐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온누리상품권의 할인율이 5%를 유지해 설날 차례상 준비 때만큼 혜택을 보지 못했고, 물가가 올라 10만원으로 충분했던 쇼핑이 11만원을 가지고도 빠듯했다. 다만 볼거리·먹거리가 풍부하고 인심이 느껴져 평소 마트에 간 것보다는 즐겁게 쇼핑할 수 있었다.

◇대형마트 채소·한우 가격 크게 올라…과일은 전통시장보다 경제적

대형마트는 업계 1위 이마트(139480)본점(성수점)을 찾았다. 포장된 상품 가운데 최소단위로 구매하고, 같은 종류의 제품 중에는 행사상품을 골랐다. 이날 오후 3시쯤 이마트는 장을 보러 온 손님으로 가득했다. 이들은 올 여름 폭염과 폭우의 여파로 치솟은 채소 가격을 보면서 고개를 저었다. 한 50대 여성은 같이 장 보러 온 친구와 대화를 나누던 중 "시금치 가격이 고기 가격이랑 같다"면서 혀를 찼다.

대형마트에서 구매한 차례상 식재료들/이재은 기자
대형마트 차례상 총액은 12만8650원이었다. 전통시장보다 1만원 정도 비쌌고 연초 설 차례상(12만6340원) 총액과는 가격이 거의 비슷했다. 전반적으로 과일은 대형마트가 전통시장보다 저렴했고 한우는 전통시장이 대형마트보다 가격대가 낮았다. 시금치, 고사리, 도라지 등 채소 역시 대형마트가 더 비쌌다.

사과와 배는 낱개로 파는 상품이나 소량으로 파는 상품이 없어 한 봉에 6~9개씩 들어간 제품을 구매했다. 그런데도 전통시장보다 가격이 저렴했다. 사과의 경우 전통시장에서는 3개를 9000원에 판매했는데, 이마트에서는 8개를 8900원에 팔았다. 다만, 소량으로 판매하지 않아 불편하다는 단점도 있었다.

고기는 설 연휴 때와 마찬가지로 한우를 선택했는데 가격이 연초와 비교해 크게 올랐다. 연초에는 산적용 횡성한우(200g)가 1만4600원이었는데, 현재는 2만원을 웃돌고 있다. 반면, 수입산 고기 가격은 한우보다 합리적이었다. 같은 국거리용 소고기의 경우 호주산은 150g에 4000원으로 횡성 한우의 3분의1 수준이었다. 가격 차이가 많이 나서인지, 이날도 수입산 소고기 판매대를 찾는 손님이 더 많았다.

직원들이 친절하게 위치 안내를 해준 덕분에 넓은 매장 안에서도 원하는 상품을 쉽게 찾을 수 있다는 점이 최대 장점이었다. 같은 품목에서도 행사 상품을 추천해주거나 잘 어울리는 재료를 소개주는 등의 서비스가 전통시장보다 뛰어났다. 그러나 전통시장처럼 채소류를 원하는 용량만큼 구입할 수 없다는 점은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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