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2시간 조선·건설·방송·IT업계 어려움 커"

조선비즈
  • 안상희 기자
    입력 2018.09.12 17:32

    "주52시간제가 도입되기 전에 아파트 공사를 계약했습니다. 갑작스럽게 근로시간이 1주 최대 16시간이나 단축됐지만, 공사를 끝내기로 한 기간은 그대로입니다. 당장 아파트 입주예정일인 2019년 10월을 맞추려면 사람을 더 투입해야하지만, 공사비 늘리기는 여의치 않습니다. 막판에 공기에 몰려 안전사고라도 발생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A건설사 사장)

    "16부작 미니시리즈를 찍으려면 통상 주 110시간을 촬영하는 현실에서 주 52시간은 꿈같은 이야기죠. 내년부터 근로시간이 반으로 줄면 제작비는 2배로 늘어날 거란 소문이 파다합니다."(드라마 업계 관계자)

    조선, 건설, 방송, IT콘텐츠업계 관계자들은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1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근로시간 단축 현장 안착을 위한 정책 심포지엄'에 참석해 근로시간 52시간제 시행에 따른 현장의 어려움을 털어놨다.

    정석주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상무는 "조선업종 특성상 고숙련 기술자의 연속작업이나 집중업무가 필요한 해상 시운전, 해외 해양플랜트 사업 등의 직무에 특례를 인정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준형 대한건설협회 본부장은 "법이 시행되기 전 착수된 건설공사에 대해서는 종전 근로시간을 적용해야 한다"며 "단축된 근로시간에 맞춰 무리하게 공사를 진행한다면 안전사고나 품질저하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해외 건설현장에 일률적으로 국내법을 적용한다면 우리 기업의 수주경쟁력 악화는 물론 국내 근로자 고용창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상주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사무국장은 "드라마 촬영시간이 절반으로 단축되면 제작할 수 있는 드라마 수가 줄어들고 드라마 스태프들의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이들에게 '저녁이 있는 삶'은 '일자리를 찾아다니는 삶'으로 변질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채효근 한국IT서비스산업협회 전무는 "선택적 근로시간제의 현행 1개월 단위 기간은 프로젝트 종료 시점에 임박해 초과근로가 빈번히 발생하는 IT 업종 특성과 맞지 않는다"며 "단위 기간을 6개월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이정 한국외대 교수는 지난 6월 일본 국회를 통과한 일하는 방식 개혁법 중 근로시간제도를 소개했다. 이 교수는 "일본은 과도한 장시간 근로의 남용을 제한하면서도 선택적 근로시간제 정산 기간을 1개월에서 3개월로 늘리고, 고소득 전문 근로자에 근로시간을 적용하지 않는 제도(고도 프로페셔널제)를 신설하는 등 근로자 휴식권과 기업 생산성 향상의 절충점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이어 "초과근로의 상한 규제를 도입하면서도 건설업에 5년 적용유예를 뒀고 연구개발(R&D) 업무는 적용 제외 규정을 두는 등 업종과 업무 특성을 고려하는 조치도 병행했다"고 덧붙였다.

    김영완 경총 본부장은 "근로시간 단축을 현장에 완전히 정착시키려면 추가적인 법 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근로시간 한도가 한번에 지나치게 많이 줄어 현장은 매우 힘든 상황이며 유연근로시간제를 활용하려고해도 요건이 까다로워 쉽지 않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 기간을 3개월에서 1년으로 확대 ▲선택적 근로시간제 단위 기간을 1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 ▲개별 근로자 동의만으로 유연근로시간제를 실시할 수 있도록 요건 완화 ▲인가연장근로 사유 확대를 담은 법안이 조속히 국회에서 통과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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