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에너지· 화학

한수원, 전시장에 원전 모형 설치했다고 장관상…'셀프 추천' 논란

  • 전재호 기자

  • 입력 : 2018.09.11 06:00

    원자력 인력풀 무너지는데…경북도 직원은 인력 양성 공로로 표창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과 경상북도 직원이 자체적으로 주최한 ‘대한민국 원자력산업대전’ 행사에서 원자력 관련 유공으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표창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한수원, 경북도 직원이 장관상을 받게 된 공적(功績)의 개요가 부실해 ‘셀프 추천’ 및 ‘내부 잔치’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원자력 업계에 따르면 산업부는 지난달 29~30일 열린 산업대전 행사에서 한수원 A차장, 경북도 B주무관, 이에스다산·코리아세이프룸·에너시스 대표이사 등 5명에게 ‘대한민국 원자력산업대상’ 장관 표창을 수여했다. 한수원·경상북도·경주시는 2015년부터 매년 산업대전 행사를 주최하고 있다. 이 행사에는 원전업체, 연구기관, 외국 구매자 등이 참가한다.


     8월 29일 경북 경주화백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대한민국원자력산업대전’ 개막식에서 참가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경북도 제공
    8월 29일 경북 경주화백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대한민국원자력산업대전’ 개막식에서 참가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경북도 제공
    한수원 A차장은 ‘IAEA(국제원자력기구) 전시용 모형을 해외 전시장에 설치해 원전 발전의 우수성을 알리는데 기여’한 공로가 인정돼 수상자로 선정됐다. 산업부는 또 ‘UAE(아랍에미리트) 원전 시공 공정률 관리업무를 맡아 발주처 신뢰 획득에 기여’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IAEA는 올해 5월 28일부터 6월 1일까지 한수원과 공동으로 개최한 HRD(인력양성) 컨퍼런스에서 IAEA 본부에 전시할 한국형 원전모형을 제공해 달라고 한수원에 요청했다. 이에 한수원은 3260만원을 들여 90×50×40㎝ 크기의 모형을 제작할 업체를 지난 6월 선정했다. 한 중견기업 관계자는 "민간 기업은 하루에도 여러 건의 입찰 공고를 내고 참여도 한다. 직접 모형을 만든 것도 아니고 입찰 공고만 냈는데, 장관 표창 공적이 된다는 게 신기하다"고 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이 입찰 참여 업체에 제시한 원전 모형의 예시./한수원 제공
    한국수력원자력이 입찰 참여 업체에 제시한 원전 모형의 예시./한수원 제공
    경북도청의 B주무관은 ‘한국원자력마이스터고 등 지역 고교 및 대학 예산 지원으로 우수 인력을 양성하는데 기여’한 공로가 인정됐다. 작년부터 정부의 탈원전 정책 여파로 원자력 관련 교육기관에 지원하는 사람이 줄고 있어 인력 양성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데, 경북도는 오히려 인력을 양성했다고 직원을 표창했다.

    경북 울진에 있는 한국원자력마이스터고등학교는 국내 유일 원자력 기술 고등학교다. 이 학교는 졸업생이 한수원, 한국전력 등 에너지 공기업에 취직하자 2016년 2.65대 1, 2017년 2.16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그러나 올해는 80명 모집에 83명만 지원해 경쟁률이 1.04대 1로 확 낮아졌다. 또 취업에서 불이익을 볼 수 있다는 학생·학부모의 의견을 반영해 ‘원전산업기계과’, ‘원전전기제어과’ 등 2개 전공명에서 ‘원전’을 빼기로 했다.

    경북 경산에 있는 영남대는 2011년부터 운영하던 ‘원자력 연계전공’을 지난해 폐지하기로 하고, 작년 2학기부터 지원자를 받지 않고 있다. 원자력 연계전공은 기계공학부, 전기공학과, 전자공학과, 신소재공학부 등의 학과 학생들이 들을 수 있는 수업으로 일정 학점을 이수하면 복수 학위를 주는 제도다.

    현재 원자력 연계전공을 신청한 학생은 1·2학년 22명, 3·4학년 83명 등 총 105명이다. 영남대는 내년까지만 원자력 연계전공을 유지할 계획이다. 영남대 관계자는 "3·4학년은 원자력 연계전공 학위를 받을 수 있지만, 1·2학년은 학위를 받기 어려울 것 같다. 1·2학년은 연계전공을 포기시켜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경북도 관계자는 "학교 인력을 양성한 공로도 있지만, (해당 직원은) 글로벌 원전 사업단을 운영하고 현장인력양성원 사업을 추진한 공로도 있다"고 했다.

    산업부 장관 표창은 주최 기관이 후보자를 추천하면 산업부가 심사해 결정한다. 올해는 8명이 추천됐고, 산업부 국·과장으로 구성된 ‘공적심의위원회’가 5명으로 추렸다. 산업부 관계자는 "추천받은 사람을 신원조회한 뒤 결격사유가 없는지 확인한다. 문제가 없는 사람을 대상으로 공적조서 등을 참고해 위원회가 최종 수상자를 결정한다"고 했다.

    한수원과 경북도는 "장관 표창을 받아도 직원이 받는 직접적인 혜택은 없다"고 했다. 다만 한수원 관계자는 "장관상을 받으면 100만원 안팎의 보너스가 나오고 ‘일을 잘 한다’는 평판이 생기는 효과는 있다"고 했다. 경북도는 "인사상 혜택은 없고, 일 잘 하는 직원의 사기를 진작하는 차원"이라고 했다.

    • 기사보내기
    • facebook
    • twitter
    • google
    • e-mail
  • Copyrights © 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