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어려울수록 절대수익”…헤지펀드 투자 강화하는 기관들

조선비즈
  • 전준범 기자
    입력 2018.09.11 06:05

    국내외 자본시장에서 헤지펀드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주요 투자 주체인 기관투자자들도 헤지펀드에 대한 투자를 앞다퉈 강화하고 있다. 헤지펀드는 소수의 투자자로부터 모은 자금을 주식·채권·파생상품·부동산 등 다양한 자산에 공격적으로 투자해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사모(私募)펀드를 말한다. 전문가들은 전세계 경기가 불안정한 흐름을 보이는 상황에서 기관투자자들이 수익률 하락을 방어하기 위해 절대수익자산 투자 비중을 늘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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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익률 지켜라"…국민연금도 뛰어든 헤지펀드 투자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 노후자금 638조원(6월 말 기준)을 굴리는 ‘자본시장의 공룡’ 국민연금의 헤지펀드 투자 규모(설정액 기준)가 올해 말 3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말 2조1159억원(국민연금 포트폴리오 기준. 실제 집행율은 다를 수 있음)에서 1년 만에 1조원가량 늘어나는 것이다.

    국민연금의 전체 운용자산 규모에 비하면 여전히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지만, 비중이 커지는 속도 만큼은 매우 빠르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국민연금의 헤지펀드 투자는 2016년부터 시작됐다. 헤지펀드를 포함한 국민연금의 대체투자 규모는 2010년 19조원에서 올해 약 68조원으로 점점 불어나고 있다.

    기관의 헤지펀드 투자 강화 움직임은 국민연금에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2018 국내외 기관투자자 투자전략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투자공사(KIC)는 2017년 말 기준 전체 자산의 3.5% 수준인 헤지펀드 투자 규모를 앞으로 4.5%까지 늘려나갈 계획이다.

    노란우산공제회도 당분간 주식시장이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는 판단 아래 3~4곳의 헤지펀드 운용사를 선정해 각각 100억원씩 위탁할 예정이다. 해외 재간접 헤지펀드에 2013년부터 투자하기 시작한 지방행정공제회 역시 2400억원 수준인 투자 규모를 3500억원 이상으로 늘릴 방침이다.

    이 같은 분위기는 해외 기관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미국 예일대학기금은 2015년 20.5%였던 절대수익자산 비중을 현재 25.1%까지 늘렸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과거 예일대학기금의 절대수익자산 비중이 높았던 시기는 아시아 금융위기와 IT 버블이 터진 1997~2005년이었다.

    김후정 연구원은 "기관투자자들은 지난 몇 년간 글로벌 유동성 확대와 미국 경제 호황에 힘입어 높은 수익률을 시현할 수 있었다"며 "하지만 지금은 기대 수익률이 낮아지는 국면이라 수익성과 안정성을 모두 확보할 수 있는 투자전략을 강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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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투자전략 다변화…"여전히 부자 전유물"

    전문가들은 미국 등 일부 국가를 제외한 대다수 자본시장 상황이 녹록지 않은 만큼 주요 투자 주체들의 헤지펀드 사랑이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만 하더라도 2015년 말 3조5000억원 수준이던 한국형 헤지펀드의 설정액이 현재는 20조원을 웃돌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헤지펀드를 포함한 사모펀드 규모는 지난해 3월 260조원에서 올해 6월 309조원으로 급증했다.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는 "저금리·저성장·고령화 국면이 지속되는 가운데 기관뿐 아니라 개인의 자산운용 수요도 꾸준히 늘고 있다"며 "증시 등락과 관계없이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상품에 대한 관심이 점점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원 대표는 "과거 롱숏(주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은 사고 내릴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은 공매도)에 국한됐던 헤지펀드의 투자전략이 전환사채·신주인수권부사채·금리 차익거래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다는 점도 시장에서 헤지펀드가 두각을 나타내는 원동력"이라고 덧붙였다.

    투자 기간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다는 점도 헤지펀드의 매력으로 꼽힌다. 엄여진 알펜루트자산운용 매니저는 "같은 사모펀드여도 만기 해지만 가능한 폐쇄형 구조로 3~10년간 운용되는 PEF(Private Equity Fund)와 달리 헤지펀드는 한 달·일주일 등 극히 짧은 기간 내에서도 초과수익을 얻을 수만 있다면 거액의 투자와 회수가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소액주주들 사이에서는 고액 자산가의 전유물인 헤지펀드만 승승장구한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헤지펀드는 최소 가입 금액이 1억원 이상이고, 펀드당 가입 인원도 49명 이하로 제한돼 있다. 물론 정부가 지난해 5월 사모펀드에 투자하는 재간접 공모펀드를 허용하긴 했으나 이 상품은 일반 공모펀드보다 수수료가 비싸다.

    한 민간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기관과 자산가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알짜배기 헤지펀드 상품의 경우 대부분 최소 가입 한도가 3억~10억원"이라며 "정부가 개인의 헤지펀드 투자 기회를 열어줬지만 여전히 ‘그들만의 리그’인 건 맞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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