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타트업' 아시나요? 동대문 패션에 AI 입혔습니다

조선일보
  • 강동철 기자
    입력 2018.09.07 03:08

    스타트업은 판교에만? 동대문에도 있다…
    빅데이터·인공지능으로 무장, 연매출 1000억 넘는 기업들도

    지난 5일 자정 서울 동대문시장 도매 상가의 한 의류 도매상에서 남성 2명이 각각 검은색 비닐봉지 2개를 양쪽 어깨에 짊어지고 나왔다. 이들은 동대문시장에서 온라인 의류 도매 중개 서비스를 하는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 링크샵스의 직원이다. 이들은 어깨에 진 의류를 상가 입구에 있는 트럭으로 옮겼다. 직원 30여명이 자정부터 새벽 5시까지 매입해 옮긴 의류는 약 20t. 트럭에 실린 의류들은 전국 각지는 물론이고 중국·홍콩·대만·싱가포르 등 아시아 전역으로 간다.

    지난 5일 자정 서울 동대문시장의 한 도매 상가에서 스타트업 링크샵스 직원이 옷이 가득 담긴 비닐봉지를 어깨에 짊어진 채 나오고 있다.
    지난 5일 자정 서울 동대문시장의 한 도매 상가에서 스타트업 링크샵스 직원이 옷이 가득 담긴 비닐봉지를 어깨에 짊어진 채 나오고 있다. /김지호 기자

    링크샵스는 지난 5일 국내외 벤처 투자 업체 9곳으로부터 총 115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이 회사는 동대문상가 7000여개 도매상에서 제작한 샘플 디자인을 홈페이지에 올리고 한국·중국·홍콩·대만 등의 온라인 쇼핑몰과 오프라인 의류 업체들로부터 주문을 받아 판매 중개를 해준다. 링크샵스의 서경미 대표는 "이번 투자금을 발판 삼아 사업 지역을 미국·브라질·유럽으로 확대해 동대문 패션을 세계로 확산시키겠다"고 말했다.

    동대문시장을 거점으로 한 스타트업들이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난다·엔라인·부건에프엔씨 같은 온라인 쇼핑몰 기업들은 벌써 연 매출 1000억원을 넘어섰고 스타일쉐어·크로키닷컴 등 패션 분야의 다양한 스타트업들이 100억원 이상의 투자금을 유치하며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 스타트업의 중심지는 서울 강남과 경기도 판교이지만, 성장세로만 따지면 동대문 스타트업들이 훨씬 가파르다는 말이 나온다.

    첨단 기술로 해외시장 공략

    최근 동대문 스타트업들은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최첨단 기술을 패션에 접목하고 있다. 온라인 원단 판매 스타트업인 패브릭타임은 해외 디자이너들에게 제품을 선보이기 위해 동대문시장의 원단 20만종을 데이터베이스(DB)로 구축했다. 올 6월부터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벌써 세계 80여개국 2000여명의 디자이너들로부터 주문을 받고 있다. 패브릭타임은 원단 특징·색상 등의 빅데이터를 AI로 분석·분류하는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패브릭타임의 정연미 대표는 "동대문에서 유통되는 원단 종류만 200만여종에 달한다"며 "디자이너의 요구에 따라 AI가 맞춤형 원단을 제시한다"고 말했다.

    동대문시장에서 혁신 주도하는 주요 패션 스타트업
    그래픽=김현지

    AI로 고객들에게 옷을 추천해주는 스타트업도 있다. 패션 검색 포털인 '지그재그'를 운영하는 크로키닷컴은 사용자들의 검색, 구매 이력 같은 빅데이터를 AI로 분석하고 개인 맞춤형 상품과 쇼핑몰을 보여준다. 지그재그는 동대문시장 의류 업체를 중심으로 3000여개 쇼핑몰에서 제공하는 580만개의 의류·패션 상품을 검색해준다.

    동대문시장의 노점에서 시작해 연 매출 1000억원 이상 올리는 쇼핑몰로 성장한 기업들도 여럿이다. 지난 5월 프랑스 화장품 기업 로레알이 약 6000억원에 인수한 스타일난다가 대표적이다.

    스타일난다는 김소희 대표가 동대문에서 의류를 떼다 온라인 쇼핑몰에 판매하면서 시작한 기업이다. 이후 화장품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여성 의류 전문 쇼핑몰인 난닝구를 운영하는 엔라인, 여성 패션 브랜드 ‘임블리’로 유명한 부건에프엔씨도 동대문 의류를 온라인·오프라인 매장에 판매하면서 연 매출 1000억원대로 성장했다.

    패션 소셜미디어·쇼핑몰 업체인 스타일쉐어는 의류·패션·소품 전문 쇼핑몰인 29㎝를 지난 2월 300억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동대문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고 효율적인 패션 메카

    동대문패션타운 현황

    동대문의 패션 스타트업들이 성공 가도를 달리는 이유는 동대문 일대에 의류 디자인에서 생산·판매까지 전(全) 공정을 담당하는 크고 작은 기업들이 밀집돼 있어 시장 대응이 빠르기 때문이다. 동대문 일대에는 2만여개의 의류 도매상 있고 인근 창신동에는 봉제 업체들이 밀집해 있다. 동대문상가 관계자는 “의류 도매상에서 디자인한 옷을 곧바로 창신동으로 보내 제작하는 데 일주일이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젊은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것도 동대문의 강점이다. 아시아 지역뿐만 아니라 유럽·미국에서도 최신 패션 트렌드의 중심지 중 하나로 동대문을 꼽는다.

    스타일쉐어의 윤자영 대표는 “유행에 민감한 한국 소비자들과 이런 유행을 빠르게 따라가는 동대문시장의 특성, 여기에 우수한 인적 자원과 AI·빅데이터 분석 등 최첨단 기술까지 결합되면서 엄청난 시너지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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