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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원가 공개로 집값 제동?…"청약과열, 프리미엄 독식 문제 해결해야"

  • 우고운 기자

  • 입력 : 2018.09.07 09:40

    정부가 아파트 분양 원가 공개를 추진한다고 밝히면서 건설업계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분양원가 공개로 급등하는 집값을 잡기엔 역부족이라는 얘기부터, 오히려 주택 공급 물량이 줄어들 것이란 부정적 견해가 많다. 자칫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5일 "법을 고치지 않고 시행령 개정을 통해 공공택지에 짓는 아파트 분양 원가 공개 항목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현재 공공주택 분양의 경우 입주자 모집 공고를 낼 때 택지비와 공사비, 간접비, 기타비용 등 4개 부문 12개 항목을 공개해야 한다. 공사비 항목의 경우 토목, 건축, 기계설비, 그 밖의 공종, 그 밖의 공사비 등의 정보가 공개되고 있다.

    지난달 21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답변하고 있다. /이덕훈 기자
    지난달 21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답변하고 있다. /이덕훈 기자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는 이를 61개 이상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주택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그동안 토목과 건축 등으로 묶였던 분양 원가가 조경, 정화조 공사, 타일, 도배 공사 등으로 자세히 공개되는 것이다. 토목은 13개, 건축과 기계설비 등은 각각 23개와 9개 등으로 공개 항목이 늘어나게 된다.

    국회에서 관련 주택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더라도 국토부가 시행령인 공동주택 분양가격의 산정 등에 관한 규칙’을 개정해 분양 원가 공개 항목을 확대할 수 있다.

    이번에 분양원가 공개 항목이 늘어나면 지난 2007년 4월 노무현 정부 수준으로 규제가 강화되는 셈이다. 당시 정부는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한 제도 개편방안’을 발표하며 투기지역에 민간 분양가 상한제 및 원가 공개 방침을 적용했다. 당시 공공 주택은 61개 항목, 민간 주택은 7개 항목에 대한 원가 정보를 공개하도록 했다.

    그러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고 나서 2012년 3월 규제 완화 일환으로 공공 부문에 대해서는 공개 항목이 지금과 같은 12개로 줄어들었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 12월에는 민간 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폐지되면서 민간 주택 분양인 경우 원가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현재 경기도에서는 이재명 지사의 주도로 지난 1일부터 아파트 등의 건설 원가를 공개하고 있다. 경기도시공사의 건설사업, 도청 각 부서와 사업소, 직속기관의 10억원 이상 사업 등이 대상이다. 7일부터는 2015년 이후 경기도시공사가 발주한 10억원 이상의 건설 공사 중 민간 참여 분양 아파트(다산신도시 3개블록, 고덕신도시 1개블록, 동탄신도시 1개 블록)에 대한 원가도 공개된다. 설계 내역서와 도급 및 변경 내역서, 하도급 내역서, 원하도급 대비표 등이 공개 대상이다.

    그러나 부동산 전문가들은 과거에도 시행했던 아파트 분양 원가 공개 조치가 급등하는 집값을 떨어뜨리기엔 역부족일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집값 상승기 때마다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분양원가 공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컸지만, 실질적으로 집값 하락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부동산114 김은진 리서치팀장은 "분양원가를 공개해 분양가를 낮추면 오히려 청약 시장이 과열될 수 있다"면서 "분양가가 비싼 탓에 집값이 오르는 것이 아니기 원가를 공개한다 하더라도 집값 상승을 막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명숙 우리은행 WM자문센터 부장도 "분양가 인하 효과를 어느 정도 볼 수는 있겠지만, 주택도시보증공사(HUG)도 분양가 규제에 나서고 있어 별다른 효과가 더 있을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대형 건설사 한 관계자는 "민간 건설사가 짓는 아파트까지 분양가를 규제할 경우 가뜩이나 부족한 주택 공급량이 더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2007년 노무현 정부 당시에도 아파트 분양 원가 공개 조치로 민간업체들이 아파트 공급을 줄이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한국주택협회 한 관계자는 "원가공개가 분양가를 억누를 수는 있을지 몰라도, 로또 분양으로 인식돼 청약자들이 몰리고 소수의 당첨자들만 엄청난 프리미엄을 챙기는 부작용은 또 어떻게 해결할지도 정부가 고려해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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