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팔 4개로 사는 세상 곧 온다

입력 2018.09.06 03:08

몸에 붙이는 로봇팔 잇따라 개발

정신없이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린다. 하필 옆자리 동료도 자리를 비웠다. 이럴 때면 '팔이 하나 더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과학자들이 바쁜 직장인들을 위해 몸에 장착하는 새로운 로봇팔을 개발했다. 스파이더맨의 천적인 닥터 옥토퍼스처럼 몸에 장착하는 로봇팔들은 원래 있는 사람 팔들을 도와 작업 효율을 높인다. 원격조종을 통해 재활 훈련이나 구조 작업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작업자 등에 진 로봇팔을 원격 조종

일본 게이오대의 야멘 사라지 교수와 도쿄대의 이나미 마사히코 교수 연구진은 지난달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컴퓨터 그래픽 분야 세계 최대 전시회인 시그라프(SIGGRAPH)에서 배낭처럼 등에 짊어지는 로봇팔 시스템인 '퓨전'을 발표했다. 로봇은 배낭 속 컴퓨터에 연결된 팔 두 개와 카메라 두 대를 장착한 머리 부분으로 구성된다. 사람의 어깨 너머에서 카메라로 작업 상황을 보고 있다가 사람이 부탁한 도구를 집어 전달하는 식으로 작동한다. 전체 무게는 9.5㎏이고 배터리는 1시간 30분 쓸 수 있다.

개발되고 있는 로봇팔 그래픽
/그래픽=김현국

퓨전은 기존 입는 로봇과는 차이가 난다. 일반적으로 입는 로봇은 팔다리에 갑옷처럼 둘러 힘을 증가시키는 방식이다. 반면 이번에 공개한 로봇은 사람 팔과 별개로 움직인다. 앞서 도쿄대 연구진은 '메타림'이라는 배낭형 로봇팔 시스템을 개발했다. 퓨전과 마찬가지로 등 뒤에 로봇팔 두 개를 매단 방식이다. 연구진은 발가락을 펴거나 오므려 로봇팔을 뻗고 손가락을 움직였다.

이번 퓨전은 메타림의 업그레이드 판이지만 원격조종이라는 새로운 개념이 장착됐다. 먼저 대리인의 등에 있는 로봇이 카메라와 스피커로 현장의 영상과 음향을 멀리 있는 조종자의 가상현실(VR) 헤드셋으로 전달한다. 로봇 카메라가 대리인의 어깨 위치에 있기 때문에 원격 조종자는 현장에 있는 대리인의 시선으로 주변을 보면서 로봇팔을 조종할 수 있다. 이를테면 대리인이 하는 작업을 조종자가 보고 있다가 로봇팔을 움직여 작업을 도울 수 있다.

로봇팔을 대리인의 팔에 묶으면 사람의 행동을 원격 조종하는 일도 가능하다. 연구진은 "재활치료사가 VR 헤드셋을 쓰고 로봇팔과 연결된 환자의 팔을 움직여 재활 훈련을 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마찬가지로 재난이나 구조 현장에서 대리인이 전문가가 조종하는 로봇팔의 지시대로 작업을 할 수도 있다. 사람이 멀리 떨어져 있는 로봇을 제 몸처럼 움직인 적은 있지만, 다른 사람의 몸을 빌리는 형태는 이번이 처음이다.

발가락·가슴 근육 이어 뇌파로도 작동

산업 현장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해리 아사다 교수 연구진도 등에 지는 로봇팔 '옥토'를 개발했다. 항공기 제조사 보잉이 연구비를 지원했다. 연구진은 등에 진 로봇팔이 무거운 항공기 부품을 떠받치고 작업자가 그 아래에서 안전하게 조립 작업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MIT 연구진은 5.5㎏ 무게의 로봇팔로 20㎏을 지탱할 수 있다고 밝혔다. 로봇팔을 지지대처럼 바닥으로 뻗어 작업자의 몸을 받칠 수도 있다.

옥토는 다른 로봇과 달리 손에 집게나 손가락 대신 커피 분말 같은 입자가 든 주머니를 달았다. 물체에 로봇팔을 대면 주머니가 주변을 둘러싼다. 이때 공기를 빼 진공으로 만들면 그 형태로 단단히 고정돼 물체를 잡을 수 있다. 연구진은 잡으려는 물체의 모양이 다양하다면 집게나 손가락보다는 이런 주머니가 훨씬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내 몸에 부착된 새로운 팔들은 어떻게 작동할 수 있을까. 도쿄대처럼 발가락으로 조종하면 서서 하는 작업은 불가능하다. 음성으로 지시할 수도 있지만 이 경우 미리 정해진 몇 가지 동작만 가능하다.

미래에는 실제 팔처럼 생각대로 움직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 첨단통신연구소(ATR) 니시오 수이치 박사 연구진은 지난 7월 로봇팔을 생각만으로 조종했다고 발표했다. 사람 머리에 전극이 달린 두건을 씌우고 특정 동작을 생각할 때 나오는 뇌파를 감지했다. 이를 바로 옆에 있는 로봇팔로 전달해 해당 동작을 하도록 했다.

뇌파 조종 방식은 이미 2012년 미국 브라운대 연구진이 전신 마비 환자가 생각대로 로봇팔을 움직이도록 하는 데 쓰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정상인이 두 팔로 다른 작업을 하면서 생각한 것을 로봇팔이 따라 하도록 했다. 연구진은 "사람이 처음으로 로봇과 멀티태스킹(multitasking·다중 작업)에 성공한 성과"라고 말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지능로봇연구단 오용환 박사는 "몸에 로봇팔이 더 있으면 못을 박을 때 나무판을 잡아주거나 못을 집어주는 것처럼 실생활에서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면서도 "공장에서 정해진 작업을 하는 형태라면 상용화가 빠르겠지만 집이나 사무실처럼 불규칙적인 상황이 많으면 로봇이 인간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해 개발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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