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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예금 증가율 개혁개방 이후 최저로 떨어진 이유

  •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 입력 : 2018.09.05 17:13

    中 금융기관 예금증가율 6월말 8.4% 1979년 12월 이후 최저…‘저축률 높은 중국’ 옛말?
    경제 성장률 밑도는 주민소득 증가율, 부동산 활황, 소비 고도화, 핀테크 상품 확대 영향

    중국의 예금 증가율이 개혁개방 이후 40여년만에 최저 수준으로 내려왔다. 저축률 하락에 따른 것으로 투자 중심의 경제구조가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부동산과 재테크상품 소비 등으로 자금이 흘러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5일 중국 매일경제신문에 따르면 지난 2월부터 중국 금융기관 예금 증가율(잔액 기준)이 1979년 12월말(18%) 이후 처음으로 9% 밑으로 떨어져 6월말엔 8.4%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7월말엔 8.5%로 소폭 반등했지만 여전히 9%를 밑돌고 있다.

    중국 예금은 개혁개방 이후 2차례 큰폭의 성장세를 보이며 투자의 원천이 돼 왔다. 1차 예금 고속 성장기는 1994년부터 1996년까지로 1996년 4월말 예금 증가율이 51.9%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2차는 2000년 이후로 2009년 6월말 29.02%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후 계속 둔화세를 보였고, 2014년 9월말 처음으로 10% 밑으로 내려갔다.

    2017년말 9%에 이어 올 1월말 10.5%로 반등했지만 2월 8.6%로 처음 9% 밑으로 내려갔고, 이후 계속 9% 아래에서 맴돌고 있다.

    중국 금융기관 예금 증가율이 개혁개방 이후 40여년만의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 /다롄=오광진 특파원
    중국 금융기관 예금 증가율이 개혁개방 이후 40여년만의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 /다롄=오광진 특파원
    왕쥔(王軍) 중위앤(中原)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주민의 가처분소득 증가세 둔화, 부동산 시장 활황, 소비고도화, 금융상품의 경쟁 가열, 폰지 사기, 인구 고령화에 따른 저축률 하락 등 복합적인 원인을 이유로 들었다.

    소득 증가세가 경제 성장률을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부동산과 소비, 그림자 금융, 인터넷 금융 등으로 자금이 빨려가면서 은행들이 예금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예금 증가율 둔화는 투자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다.

    중국 예금 증가율 개혁개방 이후 최저로 떨어진 이유
    올 상반기 주민 1인당 가처분 소득의 실질 증가율(가격 요인 감안)은 전년 동기 대비 6.6%로 경제성장률(6.8%) 대비 0.2%포인트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 1분기까지만 해도 경제 성장률을 웃돌던 상황이 역전됐다. 작년 상반기의 경우 주민 소득 실질 증가율은 7.3%로 경제 성장률을 0.4%포인트 웃돌았었다.

    주머니에 있는 돈이 줄면서 저축할 여력이 줄어든 것이다. 7월말 예금 잔액은 69.24조위안으로 전월 대비 0.4% 감소했다. 지난 4월말 예금 잔액의 경우 68.18조위안으로 전월대비 1.9% 줄었다. 금액기준으로 1.32조위안 줄어든 것으로 역대 월간 기준 최대 감소폭이다.

    저축보다는 부동산과 소비에 돈이 몰리는 것도 예금 증가율 둔화에 영향을 미쳤다. 주민 1인당 가처분 소득이 지난해 3만 6400위안으로 2010년의 2배에 달했지만 저축률은 같은 기간 51.55%에서 46.38%로 떨어졌다. 중국인 덜 소비하고, 더 저축한다는 속설이 깨지고 있는 것이다. 올 상반기 중국에서 소비의 경제성장 공헌도는 78.5%로 전년 동기 대비 14.2%포인트 확대됐다.

    되레 빚내서 소비하고 투자하는 젊은 층의 영향 등으로 가계 부채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다. 둥팡차이푸(東方財富)에 따르면 중국 주민 부채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8년 18%에서 지난해 49%로 31%포인트 치솟았다. 리양(李揚) 중국 국가금융발전실험실 이사장은 "주민이 곧 적자부문이 돼 그 후폭풍이 엄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 예금 증가율 개혁개방 이후 최저로 떨어진 이유
    중국 당국의 잇단 투기억제책에도 불구하고 부동산에 돈이 몰리는 것도 예금으로 들어갈 돈이 상대적으로 줄어들게 했다. 중국 상품방(상업용 부동산) 판매액은 올들어 7월까지 7조 8300억위안으로 14.4% 증가했다. 올 1~4월 9%까지 둔화됐던 증가세가 3개월 연속 반등한 것이다. 이 가운데 주택 판매액 증가율은 16.2%로 가장 높았다. 오피스텔 판매액은 2.1% 감소했다.

    단순 예금시대에서 P2P 등 인터넷 금융과 다양한 신탁상품 등 재테크 상품이 늘어나 여윳돈 유치 경쟁이 치열해진 것도 예금 증가율 둔화로 나타났다. 알리바바의 위어바오(餘額寶) 같은 온라인 MMF가 급성장한 것이다. 위어바오를 운용하는 텐훙(天弘)은 덕분에 운용 자산규모가 작년말 현재 1조 7893억위안으로 중국 1위를 고수했다.


    중국 예금 증가율 개혁개방 이후 최저로 떨어진 이유
    예금 증가세 둔화는 투자 둔화로 이어지고 있고, 기업의 융자비용 증가로 나타나고 있다. 올해 들어 7월까지 고정자산투자 증가율은 5.5%로 예상치(6%)를 밑돈 건 물론 1999년 이후 19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밀렸다. 중국의 고정자산투자는 2000년부터 16년간 두자리수 성장을 하면서 중국 고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중국이 기준 금리를 올리지 않았지만 자금시장이 경색되면서 위안화 대출 가중평균 금리도 2016년 9월 5.2%에서 지난 6월 5.97%로 상승했다.

    특히 금융리스크 억제를 위해 인터넷 금융과 재테크 상품으로 대변되는 그림자금융 규제를 강화하면서 이들 채널을 통한 실물경제로의 자금유입이 타격을 입고 있다. 은행들은 당국의 규제강화로 이재상품 판매에 어려움을 겪자 원금을 보장하면서 환율 변화 등 특정조건을 내걸어 수익률을 높여주는 구조성 예금상품을 적극 마케팅하고 있다. 민생증권에 따르면 구조성 예금의 예금증가율 기여도는 2017년 3월 5%를 밑돌았지만 올 5월 대형은행의 경우 20%, 중소은행의 경우 35%로 늘어났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경기둔화 우려가 커지는 상황까지 겹치자 중국 당국은 구조성 예금상품을 묵인하는 등 금융리스크 억제에 속도 조절을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고율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한지 두달째인 8월 경기지표도 여전히 경기둔화세를 보여주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8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1.3%로 전달 대비 0.1%포인트 상승했지만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낙관하기엔 이르다는 지적이다. 8월 신규 수출주문지수가 49.4%로 전달대비 0.4%포인트 하락하면서 3개월 연속 50을 밑돌았다. PMI가 50을 밑돌면 위축, 웃돌면 확장을 뜻한다.

    중소기업이 주로 대상인 차이신의 8월 제조업 PMI는 50.6%로 3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작년 6월 이후 14개월만에 최저수준이다. 차이신 8월 서비스업 PMI도 51.5%로 시장의 예측치(52.6%)와 전달(52.8%)수준을 모두 밑돌았다. 작년 10월 이후 10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중국 당국은 관영매체를 통해 중국 경제가 양호한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는 내용의 글을 잇따라 내보내고 있다. 하지만 중국 개인의 소비 및 투자 관념의 변환과 핀테크 성장이 가져온 예금 증가율 둔화는 ‘전환기 중국’의 또 다른 모습이다. 이런 상황에서 터진 미중 무역전쟁이 중국 경제에 불확실성을 높여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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