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공정위, ‘조양호,조원태 진에어 결재 문서’ 위법성 조사 책임 ‘핑퐁’ 중

입력 2018.08.23 11:20

국토교통부와 공정거래위원회가 아무런 권한이 없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진에어 내부 문서에 결재 사인을 한 문제와 관련해 위법성 여부 조사를 3개월 넘게 제대로 해오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국토부가 지난 5월 오너 일가의 진에어 문서 결재 관련 자료를 공정위에 제출해 위법성 여부에 대해 조사를 의뢰했지만, 공정위는 이미 지난 5월 중순 국토부 제출 자료가 공정위 소관 업무가 아니라고 결론을 내린 후 별도 검토를 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국토부는 공정위가 조사를 진행하지 않았던 상황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 상황이다.

항공사의 의사결정 구조 문제는 항공안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심각한 문제인데도 불구하고, 두 부처가 조사 책임을 서로에게 미루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토부는 지난 17일 진에어의 면허 유지를 결정할 때 권한 없는 한진그룹 오너 일가의 진에어 결재 문제의 위법성 여부에 판단을 배제한 것으로 나타났다.


진에어 소속 항공기. /조선일보DB
23일 공정위 관계자는 "지난 5월 중순 국토부가 조양호 회장과 조원태 사장이 권한이 없음에도 진에어 내부 문서에 결재한 사실을 발견하고 관련 문서를 제출해 위법성을 검토해달라고 했었다"며 "그러나 해당 문서만으로는 공정거래법 위반 사항을 확인할 수 없다고 판단해 지난 5월 중순 이후 별도의 검토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지난 5월 18일 조양호 회장과 조원태 사장이 진에어에서 공식 업무 권한이나 직책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진에어 문서에 결재 사인을 75건 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공정위에 조사를 의뢰한 바 있다. 해당 문서는 2012년 3월부터 조양호 회장이 진에어 대표 이사로 취임한 지난 3월 23일 전까지 6년 동안 작성됐는데, 항공사 마일리지 관련 정책이나 신규 유니폼 구매 계획 등의 내용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는 "공식적인 권한이 없는 조양호 회장과 조원태 사장이 결재를 한 점으로 보아 실질적으로 진에어 경영에 참여했다고 볼 수 있다"며 "이는 진에어 등 한진그룹의 지배구조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이고, 결재로 인해 진에어가 손해를 봤다면 상법상 배임죄가 적용될 정도로 항공사 운영에 있어 심각한 결격 사유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었다.

만약 진에어 항공기 안전과 관련된 사안에 대해서도 권한 없는 한진그룹 오너 일가의 결재가 이뤄졌다면 전문성 없는 이들이 고객들의 안전을 결정한 심각한 문제라는 게 국토부의 판단이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국토부가 조양호 회장, 조원태 사장의 진에어 문서 결재와 관련해 부당내부거래나 사익편취를 의심할 수 있는 내용의 자료를 제출했다면 공정거래법에 따라 공정위가 구체적인 조사에 들어갔을 테지만, 당시 국토부가 해당 문서만 제출하고 추가 자료는 따로 주지 않아 별도 검토 필요성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공정거래법을 기준으로 해당 문서의 위법성을 판단하려면 국토부가 오너일가의 진에어 결재로 인해 발생한 부당내부거래 혹은 사익편취에 대한 추가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해당 문제가 상법상 위반됐는지 여부는 법무부에 별도로 검토를 요청해야 한다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반면 국토부는 공정위가 해당 문제에 대해 현재 조사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는 입장이다. 공정위의 설명과는 정 반대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까지 공정위로부터 구체적인 조사 결과에 대해선 통보를 받은 바 없다"며 "공정거래법과 상법상 문제가 있으면 공정위 조사 결과에 따라 검찰 고발도 해달라고 했기 때문에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공정위가 현재 한진그룹의 경영 구조에 대해 전반적으로 조사하고 있는 만큼 해당 사안에 대해서도 조사해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공정위가 이미 자시들의 소관이 아니라고 3개월 전에 결론을 내렸음에도 사실관계 파악조차 하지 못한 데다, 공정거래법이 아닌 상법상 위법성을 들여다봐야 한다면 법무부에 조사 의뢰를 해야 한다는 사실도 국토부는 파악하지 못한 것이다. 그 결과 조양호 회장과 조원진 사장이 진에어에서 아무런 권한이 없음에도 내부 문서에 결재한 사안은 위법성 여부조차 제대로 결론 나지 않고 약 3개월 동안 표류하게 됐다.

이같은 상황에서 국토부는 지난 17일 진에어의 면허 유지를 결정했다. 한진그룹 오너 일가의 진에어 결재 건은 면허취소 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아니지만, 진에어가 정상적인 경영을 하는 회사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중요한 잣대라고 국토부는 설명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해당 사안에 위법 요소가 있는지를 두고도 전문가들의 심도있는 논의가 진행됐어야 했지만, 관련 논의는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김정렬 국토교통부 2차관이 지난 17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진에어·에어인천 면허 취소 관련 면허자문회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국토부 제공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진에어가 스스로 한진그룹 계열사 임원의 결재를 배제해 경영 행태를 쇄신하겠다는 자구안을 국토부에 제출할 만큼 조양호 회장, 조원태 사장의 진에어 문서 결재 문제는 중요한 사안이었다"며 "그런데도 국토부와 공정위가 서로 떠넘기기식으로 책임을 회피하면서 위법성 여부를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다는 점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조양호 회장, 조원태 사장의 진에어 문서 결재는 진에어의 비정상적인 경영 형태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 국토부로서도 심각한 문제라 판단하고 있다"며 "공정위가 현재 한진그룹의 경영 구조에 대해 전반적으로 조사하고 있는 만큼 해당 사안에 대한 위법성 여부도 함께 조사해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진그룹 총수 일가에 대한 정부 기관의 조사와 수사는 지난 4월 조현민 전 부사장이 광고대행사 직원에게 물컵을 던진 사건이 알려진 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지금까지 경찰과 검찰, 공정위 등 11개 기관이 달라붙었다. 공정위는 지난 13일 처남 가족이 소유한 4개 회사를 계열사로 신고하지 않은 혐의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을 검찰에 고발한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이들 4개 회사에 대해선 부당 내부 거래 혐의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