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쓰오일, 울산 해양플랜트 40만㎡를 석유화학 단지로

조선일보
  • 이성훈 기자
    입력 2018.08.23 03:07

    사상 최대 5조원 투입 '스팀 크래커' 설비 건설 발표

    에쓰오일이 5조원 이상을 투입해 폴리에틸렌(PE) 등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시설을 울산 온산에 짓겠다고 22일 밝혔다. 4조8000억원을 투자한 '잔사유(값싼 중질유) 고도화 시설'에 이은 2단계 프로젝트다. 국내 석유화학 단일 프로젝트 사상 최대 투자다. 새 공장이 들어설 40만㎡ 부지는 원래 현대중공업 소유였다. 해양플랜트 수주 물량이 모두 소진되자, 현대중공업이 매각에 나선 것이다. 해양플랜트 공장 부지가 석유화학 업체로 넘어간 것은 최근 우리나라 주력 업종 경쟁력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2009년 7월 수출입 통계에서 해양플랜트를 포함한 조선(造船) 수출은 약 38억달러로 13대 수출 주력 품목 중 1위였다. 석유화학은 25억달러로 4위였다. 반면 2018년 7월에는 석유화학은 43억달러, 조선은 16억달러에 그쳤다. 산업연구원 정은미 산업경쟁력연구 본부장은 "국내 정유·화학 업종이 최근 호황을 맞고 있는 것은 글로벌 경기뿐 아니라 뛰어난 설비 운영 노하우와 선제적 투자가 밑거름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라며 "우리 조선 업체가 해양플랜트 분야의 핵심 역량인 엔지니어링 부문에서 부족했던 반면, 석유화학 업체는 양산 기술의 핵심인 에너지 효율에서 다른 나라 업체보다 뛰어나다"고 말했다.

    에쓰오일 5조원 투자… "사업 다각화"

    에쓰오일이 울산 온산에 짓는 것은 '스팀 크래커' 설비다. 원유 정제 과정에서 생산되는 나프타(Naphtha)와 가스를 원료로 사용해 에틸렌 등 석유화학 원재료를 생산하는 것이다. 프로젝트 건설 과정에서 하루 평균 7500명, 완공 후에는 400명 이상 상시 고용할 예정이다.

    국내 정유, 화학 회사의 최근 설비 신, 증설 투자

    새 공장이 완공되면, 정유회사인 에쓰오일로서는 원료 조달과 원가 경쟁력 면에서 강점이 있다. 에쓰오일 에틸렌 생산 규모가 150만t까지 늘어나면 단숨에 국내 4위권 화학사로 올라선다. 에틸렌은 '석유화학의 쌀'로 불린다. 에틸렌 생산량은 한 국가나 기업의 석유화학 사업 규모를 나타내는 척도로 쓰인다. 에쓰오일은 "프로젝트가 끝나면 정유뿐 아니라 화학이 또 하나의 주력이 될 것"이라며 "안정적인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에쓰오일 등 국내 정유사들은 석유화학사업 등으로 사업 분야를 확대하고 있다. 원유 정제 과정에서 생산되는 나프타를 석유화학사에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자체 처리해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바꾸고 있다. GS칼텍스도 지난 2월 전남 여수 공장 46만㎡ 부지에 약 2조6000억원을 투자해 올레핀 생산 시설을 짓기로 했다. 올레핀은 플라스틱과 합성섬유, 합성고무의 기초 소재로 쓰인다.

    정유·석유화학 투자 경쟁… "약점을 강점으로"

    다른 국내 정유·화학 회사들은 최근 경쟁적으로 설비 신·증설에 투자하고 있다.

    LG화학은 지난 최근 기초 소재 분야 사업구조 고도화를 위해 총 2조8000억원을 투자해 여수에 나프타 분해 시설(NCC) 및 고부가가치 제품 설비를 증설한다고 발표했다. 롯데케미칼은 2500억원을 투입해 여수 NCC 증설을 추진하고, 미국에도 에탄올 분해 시설을 짓고 있다. 2021년까지 화학부문 투자액만 2조2000억원에 달한다. 한화그룹도 향후 5년간 화학부문에 5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한화토탈은 9000억원을 투자해 2019년 완공을 목표로 대산 공장에 에틸렌 31만t, 프로필렌 13만t, 폴리프로필렌 40만t의 증설을 추진 중이다.

    석유화학의 대규모 투자는 최근의 실적 호황이 밑거름이다. 롯데케미칼은 상반기 매출액 8조4500억원, 영업이익 1조3600억원을 기록했다. LG화학은 상반기 매출 13조6054억원, 영업이익 1조3541억원을 올렸다. 사상 최대 수준의 실적이었다.

    우리나라 정유·석유화학의 호황은 약점을 강점으로 바꿨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원유를 중동 등에서 수입하기 때문에 원가 경쟁력에서 중동이나 미국 등 산유국에 밀릴 수밖에 없었다. 이런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에너지 효율화 등 운영 과정에서 생산 비용을 최대한 낮췄다. 화학업계 관계자는 "전기 등 정유·화학제품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최대한 낮추는 노하우를 축적했다"며 "이 때문에 저유가 상황에서 다른 나라에 비해 경쟁력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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