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자에 발목 잡히나, 잠 못이루는 P2P 금융

조선일보
  • 김지섭 기자
    입력 2018.08.13 03:07

    부동산 경기 꺾이면서 2011년 저축은행 사태 재연 우려

    금융권의 혁신 총아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P2P(개인 간 거래) 산업이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과 불법 영업에 신음하고 있다. 부동산 PF 대출이란 프로젝트 자체의 사업성을 평가해 돈을 빌려준 뒤, 사업이 진행되면서 생기는 수익금으로 대출금을 상환받는 금융 기법을 말한다. 지방을 중심으로 부동산 경기가 꺾이면서 대출금을 제때 갚지 못하는 사업장이 속출해 PF 대출 비중이 높은 P2P 업체들이 도산 위기에 빠졌다. 높은 수익률로 P2P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자, 이들의 돈을 노린 부실·사기 업체도 우후죽순 생기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PF 부실화로 신음하는 P2P

    12일 P2P 금융 통계를 집계하는 '크라우드연구소'에 따르면 전체 P2P 업체(198개사)의 지난달 말 기준 누적대출액은 3조8793억원이다. 올해 말에는 누적 대출액이 4조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2년 전(6289억원)의 7배가 넘는 규모다. P2P 대출 규모를 눈덩이처럼 키운 것은 부동산 PF다. 전체 대출액의 43.1%인 1조6706억원이 부동산 PF 대출이다. 건물·토지 담보대출(8298억원)까지 합하면 부동산 대출이 전체의 65%를 차지한다.

    P2P 누적대출 그래프

    P2P 업체의 PF 쏠림은 2011년 부실 사태가 나기 직전 저축은행 수준으로 커진 상황이다. 2010년 6월 기준 저축은행 대출 중 PF 비중(18.5%)의 2배를 훌쩍 넘는다. 이런 가운데 PF 대출을 주로 취급하는 업체의 연체율은 치솟고 있다. 누적 대출액이 2000억원을 넘는 P2P 업계 대표 부동산 PF 업체로 꼽히는 '루프펀딩'의 경우, 연체율이 32.3%(지난 6일 기준)에 달한다. 연체율은 전체 대출 중 30일 이상, 90일 미만의 연체 대출금 비율을 뜻한다. 또 다른 PF 대출 주력 업체인 '이디움펀딩'은 연체율이 100%, '썬펀딩'은 54.8%를 나타냈다. 올 상반기 금융감독원이 75개 P2P 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PF 대출 연체율(2월 말 기준)은 5%로 전체 연체율(2.8%)보다 2.2%포인트나 높다. PF대출의 부실률(90일 이상 연체)은 12.3%에 달한다. PF 대출발(發) 위기가 고조되자 신용대출 P2P 업체를 중심으로 한 신(新)P2P 협회 준비위원회는 최근 부동산 PF 비중을 30%로 제한하는 자율 규제안을 내놓기도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PF 투자를 유치하는 P2P 업체들은 연 15% 넘는 수익률을 제시하는데, PF 업자들이 수수료 및 이자 등을 떼고 돈을 남기려면 사업 전체 순이익이 20~30%는 나와야 한다"며 "이 정도 수익을 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충분히 숙지하고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P2P 표방한 사기 업체도 등장

    대규모 부실화가 우려되는 가운데 P2P를 가장한 사기 업체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P2P 업체와 돈을 빌리는 사람이 짜고 허위·사기 대출을 하거나 있지도 않은 건설사업을 내세워 대주주 등 이해관계자에게 특혜 대출을 해준 사례도 있다. 올 상반기 금감원 조사 결과, 점검 대상 75개사 중 5개사는 관계사 및 대주주에게 돈을 빌려준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가 커지고 있지만 P2P 관련 법안이 마련돼 있지 않다 보니 P2P 업체가 비금융기관(통신판매업체)으로 취급돼, 금융 당국의 감독망에서 벗어나 있는 상황이다. 검찰 고발 외에 대응할 방법이 없다.

    최근 정부가 P2P 투자 수익에 대한 원천징수세율을 25%에서 14%로 낮추기로 하면서 P2P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급증할 것으로 보이는데, 주의가 요구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P2P 업체의 평판 정보를 확인하고, PF 상품에 투자할 때는 건설지의 부동산 경기, 선·후순위 여부 등을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며 "투자금을 다수 P2P 업체에 쪼개서 투자하는 식으로 위험을 분산시키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P2P(Peer to Peer·개인 대 개인) 금융

    돈이 필요한 사람(대출자)과 여윳돈을 굴리려는 사람(투자자)을 연결해 주는 금융 상품. 인터넷·모바일로 받은 대출 신청에 대해 1건 또는 여러 건을 합쳐서 투자 상품(대출 펀드)으로 만들면, 투자자들이 골라서 투자한다. 돈이 필요한 사람은 십시일반(十匙一飯)식으로 투자받는 형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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