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정책

정규직 맞벌이도 정책모기지 쓰면 안되나요?...소득요건 때문에 제외 불만

  • 김형민 기자
  • 입력 : 2018.08.13 06:05

    보금자리론 8500만원으로 완화했으나 정규직 맞벌이 평균소득보다 낮아
    내집 마련 실수요 수혜자 늘려야...소득 따라 차등 적용 등 탄력운용해야

    서울에서 맞벌이 하는 김세정(37세)씨와 권인숙(33세)씨는 정규직 맞벌이 부부다. 두 사람은 결혼 전 부모의 도움을 받지 말자고 약속했다. 은행에서 2억원의 전세자금대출을 받아 오피스텔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했다. 두 사람은 연말에 전세기간이 끝나기도 하고 2세 계획도 있어서 방 두개 짜리 집을 구하기로 했다. 그런데 정규직 맞벌이인 이들은 정책모기지 등 정부에서 '내 집 마련'을 위해 내놓는 각종 상품 및 정책에서 제외됐다. 소득이 높다는 이유 때문이다.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재산은 없지만 소득이 상대적으로 높은 이른바 '흙수저 정규직'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최근 실수요자를 위해 내놓은 내 집 마련 대책의 경우 대상자를 연령과 자산 상황과 별개로 소득기준으로만 한정하고 있어 정규직 신혼부부에게는 그림의 떡이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실수요자의 자산상황, 소득에 따라 금리, 대출한도를 차등 적용하는 등 정책모기지 수혜자 폭을 넓혀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종술 대전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책모기지의 취지는 실수요자들에게 내 집 마련의 기회를 주는 것”이라며 “애매한 기준으로 대상자를 구분하기보다는 소득이 상대적으로 높은 사람들의 혜택은 줄이는 방식으로 상품을 설계해 수혜자를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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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서민·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을 지원하기 위해 판매하는 정책모기지는 일반 금융회사 주택담보대출보다 대출한도와 금리 부분에서 유리하다. 주택금융공사가 판매하는 보금자리론의 경우 주택담보인정비율(LTV) 한도는 최대 70%로, 서울권 등 투기지역에 적용되는 LTV 40%보다 높다. 금리도 최저 3.3%로(만기 10년 기준)로 시중은행보다 1~1.5%(신용등급 3~4등급·10년 만기 기준)포인트 정도 낮다. 대상자는 상품별로 차이가 있지만 소득은 연 7000만원 이하, 구입 주택 가격은 6억원 이하까지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4월 김씨 부부 같이 대상에서 제외되는 맞벌이 신혼부부를 위해 보금자리론의 소득 한도를 7000만원에서 8500만원으로 늘렸다. 그 결과 신혼부부 전용 보금자리론 대출 승인건수가 출시 석달만인 7월 25일 기준 누적 1108건을 기록했다.

    하지만 정규직 맞벌이 기준으로 소득 기준이 여전히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계청에 따르면 30세~39세 정규직 근로자의 월 평균 급여는 336만6000원이며 연간 특별급여는 512만5000원이다. 이를 합치면 결혼과 집구매 수요가 가장 높은 30세~39세 정규직 근로자의 연봉은 4544만원가량이다. 정규직 맞벌이 연간 평균 소득이 9088만원으로 보금자리론 소득요건인 8500만원을 넘어선다. 대상자에서 제외되는 30대 정규직 맞벌이 부부가 아직 많다는 것이다. 자녀가 많을수록 소득 요건은 완화되는데, 3명이 넘어야 연소득 요건이 1억원가량으로 확대된다.

    금자리론 책임 부처인 금융위는 당초 정책모기지 수혜자 폭을 대폭 넓히기 위해 맞벌이 신혼부부 소득요건을 1억원으로 높이려고 했으나 국토부의 반대에 부딛혀 결국 8500만원으로 조율됐다.

    금융위는 소득요건을 1억원 이하로 해야 신혼부부 90% 이상이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실수요자를 위한 합리적인 대책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반면 국토부가 판매하는 디딤돌대출 소득요건이 6000만~7000만원인데, 보금자리론 소득요건이 1억원으로 상향 조정되면 대출 수요가 보금자리론에 몰려 디딤돌대출이 찬밥신세가 될 수 있다는 게 국토부의 입장이었다.

    신혼부부 주택청약 특별공급(공급물량의 20%)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신혼부부 특별공급 소득요건을 맞벌이 기준 월평균 600만원으로 완화했지만 정규직 맞벌이 월평균 급여인 672만원보다 낮다.

    정규직 맞벌이 부부인 오세종 씨(33세)는 "정책모기지 소득요건이 낮아진다고 해서 기대를 많이 했지만 둘 중 하나가 직장을 그만둬야 조건을 충족할 수 있다”며 “어떤 기준으로 8500만원과 600만원을 책정한 건지 의아하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출 심사와 상품을 고도화해 자산이 없는 정규직 근로자나 신혼부부도 정책모기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합리적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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