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반

북한산 석탄 위장반입 수입업체 3곳 불법행위라지만...제재이행 구멍 논란(재종합)

  • 대전=조귀동 기자

  • 입력 : 2018.08.10 16:59 | 수정 : 2018.08.10 18:09

    2007년 7차례 북한산 무연탄·선철 러시아산으로 속여 들여와
    국내 금융사 낀 거래 없어…”세컨더리 보이콧 대상 가능성 낮아"


    노석환 관세청 차장이 10일 정부대전청사에서 북한산 석탄 위장반입 사건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석환 관세청 차장이 10일 정부대전청사에서 북한산 석탄 위장반입 사건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무역업체 3곳이 북한과 중국·러시아간 중개무역을 알선하고 그 대금으로 받은 북한산 석탄과 선철 66억원 어치, 3만5000톤을 러시아산으로 속여 국내에 들여온 것으로 확인됐다.

    관세청은 10일 정부대전청사에서 북한산 석탄 위장반입 사건에 대한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관세청은 북한산 석탄과 선철이 2017년 4월부터 10월까지 총 7회에 걸쳐 불법 반입된 것을 확인하고 관련 수입 업체 3개사와 대표 3명을 검찰에 기소했다.

    품목은 무연탄 4건, 무연성형탄(조개탄) 2건, 선철 1건 등이다. 수사대상 9건 가운데 7건이 북한산으로 드러났다. 남동발전이 사용한 발전용 무연탄 외에도 산업용으로 쓰이는 북한산 조개탄과 선철도 수입됐다.

    관세청은 이번 북한산 석탄 위장반입에 대해 수입업체 3곳이 저지른 불법 행위로 결론내렸지만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이행과 관련해 핵심 당사국인 한국에서 구멍이 뚫렸음이 확인돼 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북한산 석탄 등의 반입과 관련해 수입업체들과 이를 구입해 사용한 발전업체 등이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제2차 제재) 대상에 오르는 게 아니냐는 우려는 지속되고 있다.

    이에 대해 관세청은 한국 기업이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 대상이 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관세청은 “조사 결과 보이콧 대상이 될 가능성은 매우 낮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통상적으로 세컨더리 보이콧은 제재위반 및 회피가 반복적이고 체계적으로 이뤄지고 관련 국가에서 실질적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다는 판단이 있는 경우 적용된다”고 밝혔다.

    임상범 외교부 원자력·비확산 외교기획관은 “현물거래 방식으로 수입이 이뤄지면서 국내 금융회사들이 석탄 수입에서 연관된 것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 발전용 무연탄 외 조개탄 등도 수입


    북한산 석탄 위장반입 수입업체 3곳 불법행위라지만...제재이행 구멍 논란(재종합)
    김재일 관세청 조사감시국장은 북한산 석탄 등을 위장 반입한 3개 업체에 대해 “2곳은 중국, 러시아로부터 석탄을 수입하던 업체이고, 1곳은 화물 운송 위탁업체”라고 밝혔으나 법인명은 공개하지 않았다. 당초 남동발전에 북한산 석탄을 공급한 것으로 알려졌던 H사는 이번에 기소된 3개 업체와 남동발전을 연결해준 중간상 역할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기소된 3개사는 평소 북한과 중국, 러시아와의 중개무역을 알선해왔던 업체로 알려졌다. 김현석 관세청 조사총괄과장은 “평소 북한과 중개무역을 해오던 업체들이 수수료로 받은 북한산 무연탄을 몰래 들여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과 교역이 불법이 되기 이전 다수의 한국 무역회사들이 북한과 무역을 해왔는데, 북한과의 거래관계를 정리하지 않은 업체가 이번 불법 수입 사건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이들은 북한산 석탄을 러시아 소재 항구에서 다른 배로 환적한 뒤 원산지를 러시아로 속이는 수법으로 국내에 반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북한 송림항, 원산항, 청진항, 대안항 등에서 출발한 석탄 등이 러시아 나후드카항, 블라디보스톡항, 홈스크항 등에서 환적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러시아산으로 위장하는 수법을 사용했다.


    북한산 석탄 위장반입 수입업체 3곳 불법행위라지만...제재이행 구멍 논란(재종합)
    3개 법인 중 2개 법인은 북한산 무연성형탄(조개탄)을 한국으로 들여오면서 원산지 증명서 제출이 필요 없는 세미코크스로 신고해 단속을 피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때문에 외환전산망에 관련 대금 지급 흔적이 확인되지 않았던 것이다.

    북한산 선철은 피의자들이 러시아산 원료탄을 구입해 북한으로 수출한 뒤 물물교환하는 방식으로 취득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홍콩 소재 페이퍼컴퍼니를 거쳐 국내에 판매해 대금을 챙겼다. 임상범 외교부 원자력·비확산 외교기획관은 “현물거래 방식으로 수입이 이뤄지면서 국내 금융회사들이 석탄 수입에서 연관된 것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2017년 4월에는 진아오호로부터 무연성형탄 4100톤이 당진항으로부터 수입됐다. 5월에는 리치버거호로부터 무연탄 1만100톤이 수입됐다. 10월에는 리치글로리호로부터 무연탄 5000톤이 포항항에 들어왔다. 또 같은 달 동해항에서는 샤이닝리치호로부터 무연탄 5100톤이, 진룽호로부터 무연탄 4600톤이 각각 반입됐다. 10월 스카이엔젤호는 인천항을 통해 무연성형탄 4200톤이 수입됐다. 8월에는 마산항을 통해 심광5호가 싣고온 선철 2000톤 어치가 수입됐다.

    ◇ 남동발전 등 기소대상서 제외

    북한산 석탄을 한국으로 싣고 온 것으로 드러난 진룽호가 지난 7일 경북 포항에서 석탄을 하역하고 있다. /조선일보DB
    북한산 석탄을 한국으로 싣고 온 것으로 드러난 진룽호가 지난 7일 경북 포항에서 석탄을 하역하고 있다. /조선일보DB
    북한산 석탄을 수입해 사용한 남동발전은 기소 의견 송치 대상에서 제외됐다. 관세청은 북한산 무연탄 및 선철을 들여온 업체들도 “선의의 피해자로 보고 법적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산 석탄과 선철을 매입해 국내에 유통하거나 사용한 업체에 대해서도 별도 조치가 취해지지 않을 예정이다. “이들이 북한산 물품인지 모르고 유통시키거나 사용한 것이므로 책임을 추궁할 수 없다”는 게 관세청의 설명이다.

    스카이엔젤, 리치글로리, 샤이닝리치, 진롱호에 대해서는 유엔 안전보장위원회 북한 제재 위원회에 보고할 예정이다. 나머지 3척은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등 국내 법률에 의해서 제재키로 했다.

    정보·피의자 자백 없었으면 혐의입증 못했다


    북한산 석탄 위장반입 수입업체 3곳 불법행위라지만...제재이행 구멍 논란(재종합)
    관세청이 이번 사건을 적발할 수 있었던 데에는 미국의 정보와 피의자의 자백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거꾸로 이야기하면 북한산 불법 수입을 관세청 자체 역량으로는 알아낼 수 없었다는 얘기다. 관세청은 “2017년 10월 4번의 북한산 석탄 반입을 인지하는 데 미국이 제공한 정보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 “그렇다고 보면 된다”고 답했다.

    또 이번 사건의 전모를 밝히는 데 “피의자 3명 중 한 명의 자백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관세청은 설명했다.

    관세청은 “북한 반출에서 국내 반입까지 정확한 이동경로가 입증되지 않으면 기소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수사 난이도가 높고 시간도 많이 소요된다”고 해명했다. 또 관세청은 “남동발전에 입찰한 가격이 정상적인 시세보다 낮더라도 이것만 가지고 북한산임을 의심할 수 없는 등 객관적 자료가 부족한 상황이다”고 덧붙였다.

    북한산 석탄 위장반입 수입업체 3곳 불법행위라지만...제재이행 구멍 논란(재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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