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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톡톡] 우유 남아돈다는데 "가격은 왜 오르죠"

  • 이재은 기자
  • 입력 : 2018.08.10 14:31 | 수정 : 2018.08.10 17:43

    업계 1위 서울우유가 5년 만에 우유 가격을 3.6% 인상하기로 결정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저출산으로 우유가 남아도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경제학의 수요와 공급 법칙에 따르면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공급이 수요보다 많으면 가격은 하락하고, 공급이 수요보다 적으면 가격은 상승할 수밖에 없다는 불변의 법칙이기 때문이다.

    낙농진흥회에 따르면 2010년 1050톤이었던 국산 우유 재고는 2016년 말 기준 2만톤으로 약 20배 증가했다. 저출산 현상이 심화되면서 우유를 먹는 사람이 그만큼 줄었기 때문이다.

    비밀은 ‘원유(原乳) 가격연동제’에 있다. 원유 생산비용이 오르면 가격도 함께 오르는 제도다. 이 제도는 2013년 축산농가가 농가 소득 보장,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인한 피해 보전 등을 요구하면서 정부가 도입했다.

    조선DB
    조선DB
    원유가격연동제는 매년 통계청이 계산하는 우유 생산비 상승폭과 전년도 소비자 물가인상률을 적용해 원유 가격을 결정한다. 과거 원유 가격은 축산농가를 대표하는 한국낙농육우협회와 매일유업, 남양 등 기업을 대변하는 유가공협회가 협상을 거쳐 정했지만, 원유가격연동제 적용 이후부터는 정해진 공식에 따라 가격 협의가 이뤄진다.

    그래서 우유 생산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원유 가격이 상승하면 시장 수급과 별개로 우유 가격도 오른다. 서울우유의 우유 가격 인상도 지난달 낙농협회와 유가공협회가 원유수매 가격을 1리터당 922원에서 926원으로 4원 올린 이후 결정됐다.

    원유 생산에 필요한 젖소 사료비, 인건비 등이 상승해도 원유 가격이 오르는 구조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유 생산비는 지난해 1리터당 767원으로 2016년(760원)보다 7원 올랐다. 서울우유 측은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도입으로 생산 직원 60여명을 추가로 고용한 데 따른 인건비 상승도 생산비용 증가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축산농가 입장에서는 유리한 제도이지만, 원유를 사들여 가공해야 하는 유가공업체와 우유를 사마시는 소비자는 부담이 크다. 유업계 관계자는 “축산농가와 유가공업체의 상생을 도모한다는 취지에서 도입됐지만, 부작용이 많아 개선이 필요하다”면서 “우유 소비는 줄어드는데 원유 생산비가 오르면서 우유 가격만 오르는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국민 1인당 우유 소비량은 1997년 31.5㎏으로 정점을 찍은 뒤 점점 감소해 지난해 27㎏를 기록했다.

    여기에 ‘원유 쿼터제(총량제)’로 인해 유가공업체의 재고 관리도 어려운 실정이다. 매일유업, 남양 등 유가공업체는 매년 축산농가로부터 사전에 계약된 분량을 의무적으로 사들여야 한다. 우유 판매는 줄어드는 가운데 원유까지 할당에 맞춰 구입해야 하다 보니 재고만 쌓이고 있다.

    유가공업체 관계자는 “시장 상황을 반영한 계산법으로 원유가격연동제를 개선해야 하지만, 낙농가는 농가 소득 보장을 근거로 원유가격연동제와 원유 쿼터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면서 “축산농가도 원유를 효율적으로 생산하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쿼터제만 없애도 축산농가 운영이 즉시 어려워지기 때문에 쉽지 않다”고 말했다.

    원유가격 결정 과정에서 우유와 유제품을 실제 사먹는 소비자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소비자단체협의회 관계자도 원유가격 결정을 중재하는 낙농진흥회 원유가격조정협상위원회에 위원으로 가격 협상 과정에 참여하고 있지만, 가격결정권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업계 관계자는 “원유가격연동제의 기본원칙에 따라 원유 가격을 조정해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어 협상에서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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