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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세계 원전 시장 독주…'韓 탈원전·美 경영난' 틈타

  • 설성인 기자

  • 입력 : 2018.08.10 11:21

    [탈원전 갈등]⑪


    터키는 올 4월 남부 메르신 지역에 200억달러(22조4900억원) 규모 ‘악큐유(Akkuyu)’ 원전(원자력발전소) 건설을 시작했다. 악큐유 원전은 1200메가와트(MW) 규모 원전 4기로 구성되는데, 러시아 원자력 회사인 로사톰(Rosatom)이 건설을 맡았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올 4월 터키 앙카라 대통령궁에서 열린 악큐유 원전 착공 기자간담회에 직접 참석, 악큐유 원전의 전략적 투자를 결정한 레제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에게 감사를 표했다.

    러시아가 한국, 미국, 프랑스 등 경쟁국의 부진을 틈타 세계 원전 시장에서 약진하고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세계 원전 수출 시장을 지배하는 한 국가가 있는데, 이는 러시아”라며 “러시아 국영회사인 로사톰이 해외에서 원전 세일즈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가 세계 원전 시장에서 연이어 수주에 성공하고 있다. 사진은 러시아 중부에 위치한 벨로야르스크 원전./블룸버그
    러시아가 세계 원전 시장에서 연이어 수주에 성공하고 있다. 사진은 러시아 중부에 위치한 벨로야르스크 원전./블룸버그
    ◇ 러시아 로사톰 “146조원 가치 33개 원전 수주”

    로사톰은 방글라데시, 인도, 헝가리 등에서 다수의 원전을 건설중이며, 원전 불모지인 아프리카 시장 개척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로사톰을 인용해 “이미 33개 원전 건설을 수주했고, 이는 1300억달러(146조원) 규모”라고 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러시아는 37기의 원전을 운영중인데, 로사톰은 국내에서 전력 수요가 부진하자 해외 시장에서 먹거리를 창출하고 있는중이다. 여기에는 원유, 가스 등 화석연료를 수출하는 것보다 원전이 기술을 전수하고 수십년간 전기를 팔아 수익을 낼 수 있는 고부가가치 산업이라는 점도 작용했다.

    일례로 러시아가 건설을 맡은 방글라데시 룹퍼(Rooppur) 원전은 2400MW 규모로 국가 전력 생산의 15%를 차지한다.

    이코노미스트는 “러시아의 원전 기술은 저렴하며, 로사톰은 정부 지원을 받고 있다”면서 “국내에서 탈원전에 직면하고 있는 한국전력(KEPCO), 지난해 파산보호신청 위기를 겪은 미국 웨스팅하우스 등 러시아의 경쟁자들은 희망이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프랑스 아레바는 지난 10년간 핀란드와 중국에서 원전을 건설한 것이 해외 수출 실적의 전부다.

    ◇ 45년 가동한 ‘콜라 원전’ 수명 15년 연장

    세계 원전 시장에서 러시아의 유일한 경쟁자는 중국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원전 산업의 역사가 짧은 중국에 비해 러시아는 사업경험과 기술력에서 다소 앞선다는 분석이다.

    러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콜라(Kola) 원전은 1973년에 완공됐다. 지난 2003년 15년간의 연장 운영 허가를 받은데 이어 지난달 또 다시 15년 연장 운영 허가 획득에 성공했다. 최대 60년간 원전 가동이 가능할 전망이다.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35년 만에 조기폐쇄 결정을 내린 한국의 월성 1호기와 대조적이다.

    러시아의 약진은 탈원전 선언으로 해외 원전 수주에 고전하고 있는 우리나라에게 부담스러운 요인이다. 러시아는 사우디아라비아, 체코, 불가리아 등의 원전 수주건에서 우리와 경쟁하고 있다.

    원자력업계 관계자는 “러시아의 원전 세일즈 현장에는 항상 푸틴 대통령이 있다”면서 “터키, 이집트처럼 러시아가 프로젝트를 수주한 곳은 수차례 방문할 정도로 원전 수출에 공을 들이고 있으며, 최근에는 중동, 아프리카로 보폭을 확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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