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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톡톡] '사회적 가치' 발굴 머리 싸매는 SK 계열사

  • 전재호 기자

  • 입력 : 2018.08.10 06:00

    SK그룹 계열사들이 사회적 가치(키워드 참조)를 증진할 수 있는 아이템을 찾기 위해 고심 중에 있다. 최태원 SK(034730)회장이 지난 6월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조직 및 제도를 하반기 CEO(최고경영자) 세미나 때까지 재설계하고 내년부터 실행에 착수하라”고 지시했는데, CEO 세미나까지 약 두 달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SK는 매년 10월 중순 계열사 CEO를 한자리에 모아 한 해를 결산하고 이듬해를 준비한다.

    최 회장은 수년 전부터 사회적 가치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더블 바텀 라인(Double Bottom Line)’을 경영원칙으로 삼고 있다. 최 회장은 올해 4월 중국에서 열린 보아오포럼에서 “기업들이 주주, 고객 등 직접적 이해 관계자를 위한 경제적 가치 외에 일반 대중, 시민단체, 정부 등 다양한 이해 관계자를 위한 사회적 가치도 만들어 내야만 급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안정적인 성장이 가능하다”고 했다.

     최태원 SK 회장이 6월 26일 경기 이천 SKMS연구소에서 열린 ‘2018 확대경영회의’에서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의 발표 내용을 듣고 있다./SK 제공
    최태원 SK 회장이 6월 26일 경기 이천 SKMS연구소에서 열린 ‘2018 확대경영회의’에서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의 발표 내용을 듣고 있다./SK 제공
    올해 6월 계열사 경영진과 만난 확대경영회의에서는 ‘타인이나 공동체의 이익을 위한 행동이 궁극적으로는 개인의 이익에도 부합한다’는 프랑스 철학자 알렉시스 토크빌(Alexis de Tocqueville)의 이론을 예로 들면서 “사회와 고객에 친화적인 기업은 단기적인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긍정적인 평판으로 장기적으로는 기업가치가 성장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이 모든 계열사에 사회적 가치 극대화 방안을 마련하라고 주문하면서 각 계열사들은 분주한 모습이다. SK텔레콤(017670)은 기존 창업·보육지원 조직을 확대해 ‘오픈콜라보 센터’를 설립했다. 벤처, 스타트업을 발굴·육성하고 해외 스타트업과의 협업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SK하이닉스(000660)는 저전력 모바일 제품을 개발해 환경 보호에 기여하고 반도체 산업 지식과 노하우 등을 담은 공유 인프라 포털을 계열사에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할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096770)은 계열사인 SK에너지가 가진 주유소를 활용한 택배 서비스 ‘홈픽’을 GS칼텍스와 함께 4월 중순 선보였다. 현재 수도권에서 시범 운영 중이며 이달 16일부터는 전국에서 시범 서비스에 들어간다. 이 서비스는 택배 서비스 이용을 원하는 사람이 카카오톡, CJ대한통운(000120)등과 같은 앱으로 서비스를 신청하면 중간 집화업체 ‘줌마’가 직접 물품을 수거해 주유소에 보관하고 CJ대한통운이 주유소에서 물건을 받아 배송지까지 운송하는 구조다. 고객 입장에서는 집에서 택배를 보낼 수 있는 게 장점이다. SK와 GS는 9월에 정식 서비스가 시작되면 전국 약 600개의 주유소를 거점으로 제공한다.

     SK에너지와 GS칼텍스는 4월부터 C2C 택배 서비스인 ‘홈픽’을 시범 서비스하고 있다./SK이노베이션 제공
    SK에너지와 GS칼텍스는 4월부터 C2C 택배 서비스인 ‘홈픽’을 시범 서비스하고 있다./SK이노베이션 제공
    SK 계열사들이 내놓은 사회적 가치 증대 방안은 크게 환경 보호, 벤처·스타트업 육성, 교육기회 제공, 협력업체 및 청년 창업 지원 등으로 구분되는데, SK 계열사 중에서 이런 분야와 크게 상관이 없는 계열사들은 더욱 고민이 깊다. 예를 들어 SK그룹 지주회사인 SK㈜는 투자전문 지주회사를 표방하며 주로 인수·합병(M&A) 대상만 발굴해 환경 보호, 협력업체 지원 등을 하기가 애매한 상황이다. SK㈜의 경우 2015년에 흡수합병한 시스템 통합업체 SK C&C가 청년 장애인 정보통신기술(ICT) 육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SK 계열사들이 사회적 가치를 키우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있지만, 아직은 성과가 미미한 수준이다. SK에너지가 내놓은 홈픽의 경우 SK이노베이션은 “카카오톡 플러스 친구가 석 달 만에 8300여명을 돌파해 소비자들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유사 스타트업 택배나 퀵서비스 등과 비교했을 때 괄목할 만한 증가세”라고 설명했지만, 정작 실제 몇 건의 거래가 이뤄졌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현재 수도권에서 시범 서비스 중인데, 주유소 160개 정도라 (주문 건수는) 미미한 수준”이라며 “홈픽은 C2C(고객 대 고객) 택배라 우체국이나 로젠 등과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고 했다.

    ☞사회적 가치란
    SK그룹은 기업의 경영활동이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한 성과의 총합을 사회적 가치로 정의한다. 사회문제는 사회에 속한 구성원 다수가 개인의 노력으로 해결이 불가능한 구조적인 문제로 고통받는 상태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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