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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180조 투자로 본 이재용의 경영스타일...'도전'보다 '안정'

  • 심민관 기자
  • 입력 : 2018.08.10 06:30

    삼성그룹이 180조원대의 투자계획을 담은 중장기 경영전략을 발표했다. 이번 투자는 지난 3년간 삼성전자가 투자한 비용보다 65조원 가량 늘어난 규모이다. 무엇보다 그동안 자신의 색을 드러내지 않았던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철학과 방향성이 드러난 ‘미래전략'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삼성이 잘하는 분야를 기본으로 영역을 확장하려는 시도라는 분석과 함께 이재용 부회장이 아버지인 이건희 회장과는 달리 ‘도전’보다는 ‘안정’에 초점을 맞췄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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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전’ 보다 ‘안정’ 선택…첫 걸음 뗀 이재용의 ‘실용'

    이번 중장기 경영전략 발표를 통해 이재용 부회장은 아버지인 이건희 회장과는 다른 행보를 보여줬다. 과거 이 회장은 “마누라 빼고 다 바꾸자”면서 삼성이 해보지 않은 새로운 사업에 과감히 뛰어든 반면 이 부회장은 기존 경험을 바탕으로 삼성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사업을 선택해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평가다.

    2010년 5월 이건희 회장은 △발광다이오드(LED) △태양전지 △자동차용 전지 △의료기기 △바이오·제약 등 5대 신수종 사업을 담은 ‘비전 2020’을 발표해 삼성 그룹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제시한 바 있다. 2020년까지 10년간 23조500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었다. 당시 이건희 회장이 내세운 5대 신수종 사업은 삼성이 해오지 않은 새로운 도전적 사업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좋은 성적표를 얻지는 못했다. 바이오 사업은 성공했지만 태양광이나 LED 사업은 사실상 실패했다.

    이후 8년 만에 처음으로 삼성이 그룹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제시했다. 이 부회장은 도전보다는 안정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삼성의 강점인 반도체 분야에 집중적인 육성 의지를 드러냄과 동시에 그동안 삼성이 집중해온 인공지능(AI)과 바이오 산업, 전장(電裝)부품과 5G 등 4대 미래 성장사업에 대한 투자계획을 천명했다.

    삼성은 4대 미래 성장사업에 향후 3년간 투자금 25조원을 배정했다. 아버지의 비전 2020의 5대 신수종사업 육성과 비교하면 투자금은 1조5000억원 늘었고, 투자기간은 7년 단축됐다.

    4대 미래 성장사업은 이 부회장이 출소 후 지난 6개월간 직접 구상한 계획인 것으로 전해진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번 투자계획 발표로 삼성의 미래를 만들 성장동력이 그려졌다”며 “투자금 확대 자체는 도전적이라 할수 있지만 사업내용을 놓고 보면 안정적인 먹거리 확보 방안을 많이 고심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15년 3월 29일 중국 보아오포럼에 참석한 뒤 김포공항 입국장으로 들어오고 있는 모습. /남강호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15년 3월 29일 중국 보아오포럼에 참석한 뒤 김포공항 입국장으로 들어오고 있는 모습. /남강호 기자
    ◇ 삼성전자, 지난 3년간 대비 투자금 65조원 가량 늘려...반도체 집중

    삼성그룹은 8일 올해부터 2020년까지 3년 동안 180조원을 투자하겠다는 중장기 경영 전략을 발표했다. 설비투자비(Capex)와 연구개발비(R&D) 등이 포함된 금액이다.

    이중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투자금이 전체 투자금의 90%인 162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 수치만 놓고 비교하면 삼성전자가 지난 3년간 집행한 설비투자비와 연구개발비를 합친 것보다 65조원 가량 많은 금액이 투자금으로 설정됐다.

    삼성전자의 지난 3년간(2015-2017년) 사업보고서를 보면 삼성전자가 사업에 집행한 설비투자비(Capex)는 총 50조6900억원에 이른다. 지난 3년간 연구개발비는 총 46조4953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3년간 삼성전자가 투자 등에 집행한 금액은 총 97조953억원으로 이번에 삼성이 밝힌 향후 3년간의 투자금액인 162조원과 비교하면 65조원 가량 차이가 난다. 계산 과정에서 삼성디스플레이나 삼성메디슨 같은 계열사에 투자한 비용을 불포함한 값을 얻기 위해 연결기준이 아닌 별도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합산했다.

    삼성의 공격적 투자 배경에는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 선제 대응해 초격차를 벌이겠다는 의지가 숨어있다는 분석이다. 전자업계는 이번 투자금 가운데 90조~100조원 가량이 반도체에 배정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삼성그룹은 총 투자비 180조원 중 130조원은 국내에 투자하고 50조원은 해외에 투자할 계획이다. 국내 투자금 130조원 가운데 AI, 5G, 바이오, 전장(電裝)부품 등 4대 미래 성장사업 투자금 25조원을 제외한 105조원의 상당 부분을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에 투입할 전망이다. 해외 투자금 50조원 가운데 상당액도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 증설 등에 투입될 것으로 점쳐진다.

    삼성 관계자는 “분야별 투자액은 밝히기 어렵지만 평택 2라인 같은 시설 구축과 첨단장비 확보에 대규모 투자가 필요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비중이 가장 크게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 삼성 미래 만들 4가지 키워드…“AI⋅바이오⋅전장⋅5G”

    삼성전자의 AI 사업은 이 부회장의 진두지휘 아래 진행되고 있다. 삼성은 지난 5월 한국 AI센터를 중심으로 미국 실리콘밸리와 뉴욕, 영국 케임브리지, 캐나다 토론토, 러시아 모스크바에 AI 연구거점을 만들었다. 2020년까지 AI 분야 인재 1000명을 확보한다고 발표한 후 AI 분야 세계 석학들의 영입에도 적극적인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6월 AI 분야 세계적 석학인 세바스찬 승(한국명 승현준)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와 다니엘 리(한국명 이동렬) 펜실베이니아대 교수를 미국 대학의 교수직을 겸임하면서 삼성전자 부사장급 직책을 맡기는 파격적인 영입을 추진했다.

    바이오는 삼성의 4대 미래 성장사업 가운데 유일한 비정보기술(IT) 사업이다. 삼성은 2010년 비전 2020을 통해 바이오 산업을 ‘제2의 반도체’ 사업으로 집중 육성해왔다. 삼성은 2011년 삼성바이오로직스, 2012년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설립하며 사업을 확장시켰다. 삼성은 바이오시밀러와 의약품 위탁생산(CMO) 사업 확대에 힘을 쏟을 전망이다.

    전장사업은 이 부회장이 최근 큰 관심을 보이는 사업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 5월 중국에서 BYD 등 현지 전기자동차 생산업체들을 방문했고, 6월에는 일본에서 우시오전기, 야자키 등 자동차 부품사들과도 만남을 가졌다. 인도 스마트폰 공장 준공식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만난 직후에는 유럽으로 떠나 전장부품 사업을 점검했다.

    삼성전자(005930)는 2015년 12월 전장사업팀을 신설하고 2016년 미국 전장기업 하만 인수를 성사시켰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하만 인수에 9조원의 자금을 투입한 것을 보면 삼성전자가 전장사업에 얼마나 큰 비중을 두는지 알수 있다”고 말했다.

    5G는 자율주행과 사물인터넷(IoT), 로봇, 스마트시티에 없어서는 안될 필수적인 통신 인프라다. KT 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5G 상용화 시 사회 경제적 파급 효과는 2025년 이후 연간 최소 30조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삼성은 미국 등 해외에 5G 네트워크 장비 수출을 계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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