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칼럼

[팀장칼럼] 전기요금 누진제 손도 못대는 정부

  • 설성인 산업부 에너지팀장

  • 입력 : 2018.08.09 06:00

    [팀장칼럼] 전기요금 누진제 손도 못대는 정부
    “정말 누진제 폐지는 안되는 건가요?”
    “전기세 걱정 없게 해준다는 결과가 이겁니까?”

    정부가 7일 폭염에 따른 전기요금 지원 대책(7·8월 누진제 완화, 가구당 평균 19.5% 인하)을 발표하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 같은 글들이 올라왔다.

    혹시나 기대했는데 역시나 이번에도 한시적 누진제 완화로 국민들의 불만을 피해보겠다는 정부의 ‘땜질 처방’에 실망한 기색이 역력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일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 폐지나 개선을 요구하는 여론이 적지 않으므로 국민들의 여론을 충분히 수렴해 개선 방안을 검토해달라”고 말했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7일 브리핑에서 “여름철 요금 때문에 누진제를 바꾼다면 전기요금 인상요인이 커질 수 있다”면서 “앞으로 공론화 과정을 거쳐 (제도개편 방안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정치권에서조차 야당을 중심으로 가정용 전기요금에만 적용되는 누진제를 폐지하자는 목소리가 거세지만 정부는 ‘전기요금 폭탄’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모양새다.

    그렇다면 정부는 왜 전기가 모자르던 시절인 1974년에 도입된 제도를 45년째 버리지 못하는걸까.

    에너지 컨설팅업체 에너데이터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지난해 전력소비량은 534테라와트시(TWh)로 세계 7위의 전기 과소비 국가다. 매년 순위가 상승하고 있다. 하지만 전력소비량 증가는 전력판매의 56.6%(2015년 기준)을 차지하는 산업용 영향이 큰 것이지, 13.6%에 불과한 가정용 영향 때문이라고 볼 수 없다.

    누진제를 폐지하면 지금보다 전력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당장 누진제를 완화한 올 여름만 해도 전력수요가 170만~200만kW 늘어날 것으로 정부는 예측했다.

    정부가 탈원전(원자력발전소)을 선언한 상황에서 늘어나는 전력수요를 감당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지금이라도 전력수급계획을 다시 짜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다.

    누진제가 있어야 전기요금 폭탄으로 짭짤한 수익을 낼 수 있는 한국전력은 누진제가 사라지면 기댈 곳이 없어진다. 가뜩이나 원전 가동률이 하락해 올 상반기 적자에 시달렸던 한전의 실적이 악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올 여름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앞으로도 폭염·한파 등 이상기후가 지속되면 전기 사용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전기요금 걱정 없이 에어컨 한번 실컷 틀어보는게 소원’이라는 국민들의 볼멘소리는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되풀이 될 것이다.

    정부는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를 폐지하라는 목소리를 외면해선 안 된다. ‘올 여름만 넘기고 보자’라는 생각으론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불가능하다.

    정책과 제도는 시대에 따라 합리적으로 변하고, 국민들의 의견을 제때 반영해야 지지를 얻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정부의 한시적 누진제 완화 발표에도 국민들은 왜 여전히 분노하는지, 어떻게 해야 분노를 가라앉힐 수 있을지 고민이 필요한 때다.

    • 기사보내기
    • facebook
    • twitter
    • google
    • e-mail
  • Copyrights © 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