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10년만에 매출 30배 증가한 효성 베트남 공장

입력 2018.08.07 16:00

2008년 연매출 529억원에서 작년 1조5000억원
직원도 190명서 7000명으로…지역경제 살아나

지난달 25일 베트남 최대 상업도시 호찌민에서 롱탄고속도로를 타고 동쪽으로 30분쯤 달린 뒤 고속도로를 빠져 나와 좁은 도로를 지나니 동나이성 연짝공단이 나타났다. 공단 안으로 접어들자 다른 지역 도로와 달리 곧고 넓게 뻗은 도로가 펼쳐졌다.

도로 양 옆에는 포스코(005490)LG(003550)등 한국 기업 로고가 달린 공장이 늘어서 있었고 공단 끝에 효성(004800)의 베트남 공장이 자리잡고 있었다. 효성은 연짝공단 안에 베트남법인과 동나이법인을 두고 있는데, 두 법인은 한 공장처럼 붙어 있다. 베트남 공장은 최근 폭염이 계속되고 있는 서울만큼이나 뜨거운 열기와 축축한 습기가 뒤섞여 있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땀이 흘렀다.

효성 베트남법인과 동나이법인은 각각 64만475㎡, 57만4565㎡ 부지 규모로 2007년과 2015년에 조성돼 섬유코드, 스판덱스, 스틸코드, 테크니컬얀, 전동기, 나이론, 폴리테트라메틸렌글리콜(PTMG) 등을 만들어 전 세계로 수출한다. 효성의 주력 제품 대부분이 이곳에서 생산된다. 여러 제품이 생산되는 만큼 다양한 형태를 갖춘 공장들이 블록 장난감처럼 빈틈없이 자리 잡고 있었다.

베트남 남부 동나이성 연짝공단에 위치한 효성베트남법인·동나이법인 공장 /조지원 기자
공장 곳곳에 컨테이너가 눈에 띄었다. 생산된 제품을 바로 싣고 나갈 수 있도록 컨테이너를 미리 확보해 둔 것이다. 효성은 이곳에서 생산하는 제품 70%를 해외로 수출한다. 연짝공단은 바닷가가 아니지만, 컨테이너 선박이 들어올 수 있을 정도로 수심이 깊은 강과 가까워 수출이 용이하다. 인근 롱탄국제공항 조성이 마무리되면 접근성은 더욱 좋아질 전망이다.

타이어코드 공장 안으로 들어서자 방사기, 연직기 등 기계에서 나오는 열기가 훅 느껴졌다. 기계 수천대가 굉음을 내며 동시에 돌아가고 있었다. 방사기가 수 천 가닥의 실을 돌돌 감아 실타래를 만들면, 연직기가 베틀로 짜듯 실을 가로 세로로 엮어 직물 형태를 만들었다. 현지 여직원 두 명이 기계가 잘 돌아가는지 지켜보고 있었다. 직원 대부분은 검수실이나 실험실에서 근무한다. 김남기 효성 차장은 “중합(타이어코트 원재료를 섞는 작업) 공정은 열로 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가동을 멈출 수 없다”며 “365일 24시간 공장이 돌아가고 있다”고 했다.

효성은 뜨겁게 돌아가는 베트남 공장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효성 베트남은 공단 신설 다음 해인 2008년부터 10년 연속 흑자를 기록 중이며, 2014년부터 1조원 이상 매출과 20%가 넘는 영업이익률을 내고 있다. 효성 베트남법인 매출은 2008년 4700만달러(약 529억원)에서 2014년 9억8500만달러(약 1조1000억원)로 2000% 증가했다. 2015년 동나이법인이 설립된 이후 두 법인 합산 매출은 2017년 13억6400만달러(약 1조5000억원)까지 늘었다.

2017년 기준 효성 전체 매출 12조5464억원, 해외 법인 매출 6조1169억원 가운데 베트남법인(동나이법인 포함)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14%, 29%를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베트남법인(동나이법인 합산) 영업이익은 1734억원으로 전체 이익과 해외 법인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22%, 57%다. 영업이익률이 10%로 전체 평균(6.1%)보다 4%포인트가량 높다. 효성은 베트남 공장을 글로벌 복합 생산기지 삼아 글로벌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베트남 공장 전경 /효성 제공
◇ 고무나무숲에서 첨단 공장으로 탈바꿈

연짝공단에서 가장 높은 중합탑에 올라서 살펴보니 효성 공장은 고무나무 숲으로 둘러 싸여 있었다. 2007년 효성이 투자를 결정했을 때만 해도 이 지역은 고무나무가 가득한 불모지에 불과했다. 당시 농업에 종사하던 주민들은 대부분 공단에 취업했다. 지금은 공단 내 투자 기업 증가로 일자리가 많아지면서 다른 지역에서도 사람이 몰려들고 있다.

오후 5시가 지나자 도로 위로 오토바이 무리가 쏟아졌다. 연짝공단에서 퇴근하는 직원들은 2~3명씩 한 오토바이에 올라타 기숙사로 향했다. 도로 위에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차와 오토바이가 같은 방향으로 조금씩 이동했다. 길 양 옆으로 들어선 시장과 음식점에도 사람이 모여들고 있었다. 타지에서 일자리를 찾아 온 사람들이 늘면서 이 지역 경제는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호찌민시는 차로 한 시간 거리이고 집값도 비싸 공단 근로자들은 대부분 공단과 가까운 기숙사에서 지낸다.

효성은 현지 인력 운영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베트남에 자리를 잡은 이유도 인건비가 저렴하기 때문이다. 효성은 2000년대 중반 인건비 상승 등으로 중국 경영 환경이 어려워지자 베트남에 주력 제품 공장을 짓기 시작했다. 베트남 근로자들의 임금은 경제발전 정도에 따라 지역별로 나뉘는데, 공장 근로자들의 임금은 월 276만~398만동(13만3000~19만2000원) 수준이다.

효성이 베트남 현지에서 고용하고 있는 인력 수는 2007년 190명에서 최근 7000명까지 늘었다. 효성은 베트남에서도 일하고 싶은 기업으로 꼽힌다. 임금 수준이 높을 뿐 아니라 출퇴근 버스 제공 등 각종 복지 혜택이 있기 때문이다. 효성은 현지 채용인 중심의 관리‧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관리자로 육성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효성 관계자는 “현지 채용인이 관리자급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면서 높은 생산성과 안정적 품질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전략적 차원에서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효성은 2012년 동나이성으로부터 ‘우수 고용 창출 기업’으로 감사패를 받았다. 2013년에는 법인세 성실 납부 우수 기업으로, 2015년에는 우수 사회책임활동 기업으로 선정돼 각각 표창을 받기도 했다.

효성 베트남 진출 현황 /효성 제공
◇ 한국, 4대 수출국 된 베트남…효성 “투자 계속할 것”

효성은 앞으로도 베트남에 대한 투자를 이어갈 계획이다. 베트남은 작년 경제 성장률이 당초 목표치 6.7%보다 높은 6.81%를 기록하며 고공 성장세를 이어가는 나라다.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며 한국과의 교역도 늘고 있다. 한국과 베트남 교역 규모는 1992년 5억달러에서 2016년 470억달러로 90배 이상 증가했다. 베트남은 중국, 미국에 이은 한국의 3대 수출대상국으로 올라섰다.

베트남에 대한 한국 기업의 투자도 늘고 있는 추세다. 투자 형태는 과거 봉제‧섬유 등 노동집약적 산업에서 고부가가치 제조업으로 바뀌고 있다. 효성은 삼성전자(005930), LG전자(066570), 포스코 등과 함께 베트남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는 기업으로 꼽힌다. 2007년부터 누적으로 15억달러를 투자했다. 연짝공단 내 최대 규모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경영위기 직전에 베트남을 전략적 기지로 선택해 선제적으로 투자한 것은 ‘신의 한 수’로 평가받는다.

효성은 동나이성 연짝공단에 그치지 않고 남부 바리아붕따우성, 중부 꽝남성 등으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바리아붕따우성에 13억달러를 투자해 폴리프로필렌 공장과 이를 위한 탈수소화공정(DH)시설, LPG 가스 저장탱크 등을 만들고 있다. 에너지저장장치(ESS), ATM, 전자결제, 핀테크 등 정보통신기술(IT) 사업 추진도 고려 중이다.

조현준 효성 회장은 지난 2월 응우웬 쑤언 푹 베트남 총리를 만나 “세계 1위 스판덱스와 타이어코드 뿐 아니라 화학‧중공업 부문에서도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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